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아르헨티나 내 한국무용 일상화를 꿈꾸는 '환상의 콤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11

지난 7월 2일, 아르헨티나의 국립동양미술박물관(Museo Nacional de Arte Oriental)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여기, 한국에서(Acá en Corea)>라는 영상 콘텐츠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놀면서도 조금 의아했다. 평소 국립동양미술박물관의 콘텐츠가 일본이나 인도 등 일부 국가의 문화에 다소 편중되어 있던 차라, 이번 영상이 게재된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단 한편으로 그치는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 나갈 프로젝트라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르헨티나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여기, 한국에서'의 무용 영상 – 출처 :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인스타그램(@museooriental)

<아르헨티나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여기, 한국에서'의 무용 영상 – 출처 :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인스타그램(@museooriental)


<여기, 한국에서> 첫 편에서 한국무용의 춤사위와 특징을 직접 보여준 유수정(Cristal Yoo) 씨는 한국에서는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2000년도 초반 탱고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05년부터 탱고를 배우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현지에서 오랫동안 탱고 댄서이자 강사로 활동해온 그녀는 몇 년 전부터 대학 때의 전공을 살려 ‘한국무용의 일상화’라는 야심찬 꿈을 품고, 현지인들에게 한국 무용을 소개하고 있다. 통신원은 유수정 씨와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그의 남편이기도 한 다니엘 모레노(Daniel Moreno) 씨와 함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와 이 콤비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기, 한국에서' 의 첫 편, '크리스탈 유의 전통무용' - 출처 : 한국의 춤 유튜브 채널(@Danza Tradicional Coreana 'Hanguk Chum 한국의 춤')>

<'여기, 한국에서' 의 첫 편, '크리스탈 유의 전통무용' - 출처 : 한국의 춤 유튜브 채널(@Danza Tradicional Coreana 'Hanguk Chum 한국의 춤')>



두 분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정: 안녕하세요. 유수정입니다. 저는 한국 세종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생활체육석사과정을 마친 후, 2000년 전후에 우연한 계기에 탱고를 접해 2004년 세르반테스 국립극장에서 공명규 씨와 함께 공연을 하러 아르헨티나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댄서이자 강사, 또 한국무용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년 레쿠에르도데탕고(Recuerdo de Tango)라는 팀을 다니엘과 함께 만들어 탱고공연과 강습을 해왔고, 2012년 강릉 세계무형문화축전 초청 공연에 참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습니다. 동시에 한국학교는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극장 등에서 2014년부터 저의 전공인 한국전통 춤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니엘 모레노: 아르헨티나의 TV 채널 《카날 13(Canal 13)》, 산마르틴극장 등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했고, 탱고바 콘피테리아 이데알(Confiteria Ideal)에서 오랜 기간 탱고공연 기획자로서 일했습니다. 2004년 공명수 씨를 통해 수정 씨를 알게 된 이후로, 그녀와 함께 탱고공연단 레쿠에르도데탕고를 함께 이끌며 아르헨티나 국립탱고아카데미(Academia de Tango)에서 매주 정기공연을 했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서 여러 무대예술 관련된 활동 역시 해왔습니다. 특히 유수정 씨의 전공인 한국무용을 현지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여기, 한국에서>가 그 대표적인 사례고요.

 

  • 이번 프로젝트 <여기, 한국에서>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획 및 제작 과정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다니엘: 수정 씨와 저는 항상 춤과 관련되어서 함께 활동해왔고, 늘 아르헨티나 현지기관, 현지단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시도를 해왔습니다. 수정 씨의 전공인 한국무용을 살려 아르헨티나인들도 이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네트워크를 통해서 현지 문화 공간에서 한국무용강좌를 개설하는 데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여기, 한국에서'도 저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한국무용을 시작으로 해서 한국의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해 한국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연출까지 맡고 있고 박물관을 통해 촬영 및 편집 부문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제작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중점에 두셨나요?

유수정: 제가 한국에서도 무용이 일상체육이 되도록,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활용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해왔습니다. 이에 관해 석사학위도 받았고요. 한국무용이 다른 춤과는 달리 호흡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유도한다는 특징이 있어서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무용을 너무 멀게, 낯설게 느끼지 않길 바랐습니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부채춤 말고도 한국 전통춤의 가장 기본적인 발동작 등을 소개했고,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와 연관된 한국 춤을 소개해 현지인들이 일상에서도 따라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접근가능한 춤'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갔습니다.

 

다니엘: 그래서 영상 촬영 때, 의도적으로 화려한 한복보다는 간소한 복장을 유지했습니다. 의상이 화려하면, 일단 무대예술이라는 이미지로 굳어버리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여기, 한국에서' 의 첫 편, '크리스탈 유의 전통무용' - 출처 : 한국의 춤 유튜브 채널(@Danza Tradicional Coreana 'Hanguk Chum 한국의 춤')>

<'여기, 한국에서' 의 첫 편, '크리스탈 유의 전통무용' - 출처 : 한국의 춤 유튜브 채널(@Danza Tradicional Coreana 'Hanguk Chum 한국의 춤')>


한국무용 수업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유수정: 네, 한국무용 수업은 2014년 산마르틴극장에서 ‘Taller de Raíces’라는 제목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강좌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수강생이 많지는 않았어요. 특히나 첫날에는 비가 많이 온 날이라서 거의 수강생 한 명과 첫 강의를 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그치만 어느 순간 한인사회에서도 이 강좌에 대한 입소문일 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아르헨티나의 한국학교(유아부/초등부)와 대사관 교육원이 주관하는 뿌리학교 등에서도 제안을 받아 정기강좌를 열었습니다. 현재는 한국문화원에서도 온라인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하다 보면 학생들이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가 어우러진 수업을 매우 좋아해서, 즐길 수 있는 춤이라는 인상도 얻는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연령층, 성별이 수업에 참여하나요?

유수정: 굉장히 다양합니다. 20~30대까지 젊은 층이 있는가 하면, 50-60대의 교민 여성들이나 현지여성들도 취미활동이나 운동의 형태로 한국무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독보적으로 여성이 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한국무용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니엘: 부채춤처럼 이미 잘 알려진 한국무용보다도 다양한 한국무용의 종류를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무용이 무대예술로 굳어진다면 앞으로 한국무용이 큰 인기를 끌거나 주목을 받기는 힘들겠지만,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서 건강하고 유쾌한 삶을 누리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한국무용이 가진 화려함보다 일상성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수정: 요가에서 호흡법이 주요요소로 꼽히는 것처럼, 한국무용에서도 호흡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데, 이 부분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당일, 다니엘과 유수정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인터뷰 당일, 다니엘과 유수정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다니엘: 일단 <여기, 한국에서>는 첫 번째 주제인 한국무용을 시작으로 한옥, 국악 등 계속해서 그 범위를 넓혀가며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외에도 꾸준히 아르헨티나 기관, 조직, 단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기획, 제안하고 있는데요. 한류 열풍이 점차 다른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이정은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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