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열정으로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는 러시아 한글학교들 여름 풍경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6.30

많은 사람이 러시아를 동토의 땅, 겨울 나라로 알고 있지만 러시아에도 사계절이 있다. 물론 러시아답게 겨울이 길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 중부를 기준으로 약 6개월이 체감 온도 상 겨울이다. 겨우내 도로를 덮어버린 눈들이 녹으면서 진짜 거리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때는 4월 말, 그러나 자주 4월 말에도 폭설이 내린다. 봄은 갑자기 다가오고 또 순식간에 사라진다. 초록이 영글고 꽃이 피었다고 좋아할 즈음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하면 벌써 여름이다. 여름 시작인 6월은 여러 가지 행사로 의미 있는 달이다. 러시아 학제는 가을인 9월 1일에 시작해서 늦봄인 5월 31일에 마감된다. 6월 1일부터 공식적인 방학이 시작되지만, 6월에 졸업 시험, 졸업식 등이 진행되어 학교 관계자들에게는 1년 중 가장 바쁘고 분주한 달이다.


대부분의 러시아 한글학교도 이 학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기를 마감하는 6월에 러시아 한글학교들 소식이 궁금했다. 겨우 힘든 코로나 시국을 견뎌왔는데 계속되는 어려움 한 가운데 놓여있다. 그러나 다행이다. 한글학교들에게 전달받은 소식들은 6월처럼 파릇파릇 희망을 주는 소식들이다. 2년 만에 대면 종강식을 진행한 한글학교, 단오 행사를 고려인 연합 행사로 성대하게 치른 한글학교, 이 시국에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특별 수업을 진행한 한글학교, 새 학생들과 새 교사를 맞은 한글학교, 화합을 기원하는 다민족협의회 행사에서 한국을 멋지게 알리고 6월 1일 러시아 어린이날을 축하한 한글학교 등 다채로운 러시아 한글학교 여름 풍경을 이 지면에 담았다.


학교내 이미지


지난 5월 22일 볼고그라드세종센터(교장 : 권주영)에서 종강식이 열렸다. 올해 수업한 30명 가운데 14명이 수료했다. 본 한글학교는 볼고그라드 시내에 있으며 학생들이 주로 러시아인으로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이를 함께 즐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3반과 오프라인 2반으로 수업을 재편성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수업 학생 수는 조금 줄었지만, 오히려 일부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후 그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거리상 멀어서 오지 못했던 학생들이 새롭게 입학했으며, 현재 모스크바와 쌍뜨 뻬쩨르부르크에서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생기면서 한글학교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 종강식 당일 오프라인에서 공부한 수료자 중 5명만 대면으로 참석해서 열정적으로 종강식을 준비한 교사들이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교장님의 격려와 수료식 이후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참석자 모두 즐거운 종강식을 보냈다. 볼고그라드세종센터 한글학교는 쁘리모르스크한글학교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본교는 볼고그라드 시골 지역에 위치에 있고 학생들 대부분이 고려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어와 한국 역사 등 민족 뿌리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세대의 고려인들이 함께 공부하는 장점을 살려 어른 공경과 효의 미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고려인 어린이들이 고려인 어르신 학생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감사를 전하는 뜻깊은 행사를 진행했다. 볼고그라드세종센터 권주영 교장은 현재 삼일문화원 원장직을 겸하고 있다. 삼일문화원은 한국학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볼고그라드 지역 대표적인 기관이다. 본 문화원은 이미 [한국기독교역사 1권]을 출판했고 전문번역가들의 [한국기독교역사 2권] 번역 작업 후, 문화원 감수 과정을 거쳐 출판할 계획이다


▶ 사진 출처 : [볼고그라드세종센터] 권주영 교장 제공


▲ 6월 11일 로스토프나도누 고려청년학교(교장: 엄 알렉산드르) 주관으로 열린 단오 행사로스토프나도누 고려청년학교

▲ 6월 11일 로스토프나도누 고려청년학교(교장: 엄 알렉산드르) 주관으로 열린 단오 행사


단오는 한국 4대 명절 중 하나로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다. 단오는 매년 음력 5월 5일로 올해 2022년에는 6월 3일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지만, 고려인들에게 단오는 여전히 큰 명절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재까지 많은 수의 고려인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에는 단옷날 일하지 않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이틀간 놀았다고 한다. 고려인들 명절은 혈연적 유대관계뿐만 아니라 지연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화합의 날이다. 다수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올해 고려청년학교 주관으로 성대한 단오 행사가 열렸다. 다음은 주최자인 엄 알렉산드르 교장의 축사 내용이다.

"오늘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단어를 축하하기 위해 오신 모든 손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날 태양은 가장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기도했습니다. 한국에서 명절 단오는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지만 많은 한국 미술 작품에서 찬사를 받는 만큼 단오는 의미 있는 명절입니다. 특별히 우리에게 이 명절은 다른 지역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됩니다. 특히 올해 단오에 젊은 여러분들이 와서 너무 반갑습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부모님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려청년학교와 한국문화원 동양은 단오 기념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를 합니다. 이 행사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힘써주신 많은 분께 (단오 행사를 위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의 이름을 호명하며 상세히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진심으로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모두가 즐겁고 긍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느끼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 및 내용 출처: [고려청년학교] 엄알렉산드르 교장 제공


▲ 6월 4일 날칙한글문화학교(교장: 김철훈)에서 진행된 한국인과 한국어로 말하기 특별 수업과 문화 수업

▲ 6월 4일 날칙한글문화학교(교장: 김철훈)에서 진행된 한국인과 한국어로 말하기 특별 수업과 문화 수업


"6월의 첫째 주 토요일, 러시아 날칙은 뜨거운 햇살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처럼 날칙한글문화학교에 반가운 손님 두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이곳은 고려인을 제외하면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작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이곳 한글학교 학생들의 소식을 들은 한국어 선생님 두 분이 날칙한글문화학교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러시아까지 와 주셨습니다.

한국 선생님들의 방문을 이유로 입문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로만 대화하기] 수업을 계획했고 두 선생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입문 과정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한국인과의 대화는 학생들에게 큰 동기유발이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한국어로만 말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고 그동안 익힌 한국어를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머뭇거리더니 이내 하나둘씩 말문이 트여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어색한 발음과 단어 선택으로 의사소통이 안 되어 함박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국어로만 대화하기] 수업은 입문 과정을 마무리하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배운 한국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좋은 기회이자 선물이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가 주최한 교사 연수에서 다른 지역 러시아 한글학교가 지향하는 3가지 학교 신념이 생각났고 새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첫째, 말해야 언어다. 둘째, 학습과 실습의 조화. 셋째, 문화 체험이 한국어 교육에 동기를 부여한다. 날칙한글문화학교도 이날 한국 문화 체험 수업을 했습니다. 교사들이 먼저 놀이 방법을 보여주고 공기를 한 사람당 다섯 개씩 나눠 준 후에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놀이를 통해 한국 놀이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고 놀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련된 한글 단어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집으로 공기를 가지고 가서 연습한 후에 다음 시간에 공기 시합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진행된 [한국어로만 대화하기] 수업과 [공기놀이] 문화 체험 수업은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직접 체험을 통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사진 및 내용 출처: [날칙한글문화학교] 이수미 교사 제공


[사라토프한글학교], [팔라소브까한울한글학당], [바로네즈한글학교] 제공

6월 4일 사라토프한글학교(교장: 빈일숙)에서 대면 종강식이 개최되었다.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과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한글학교 학생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소피아(8살)는 동시를 한국어로 읽어 큰 박수를 받았다. 아직 한국어 말하기가 익숙하지 않은 초급반 학생들은 한국어 사랑에 대한 발표를 준비했다. 실력보다 그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지난 4년, 2년, 1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상을 주었다. 지난 1년 동안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모든 선생님이 참석했으나 허나스짜 교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모두 코로나19를 이기고 다시 대면으로 모인 종강식이었기 때문에 더 즐겁고 감동은 두 배가 되었다. 행사의 꽃은 한국 음식이다. 종강식에 참석한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빈일숙 교장은 잡채밥을 만들어 대접했다. 지난 4월 토픽 여행을 잘 마치고 새로운 열정으로 한국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팔라소브까 한울한글학당(교장 : 천미영)에는 새로운 학생들이 찾아왔다. 이 새 학생들은 최애란 선생님의 제자인 사피아에게 한국어를 배울 예정이다. 학생에서 교사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지켜본다. 지난 6월 1일은 러시아 어린이날이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가장 어린 고려인 학생들과 함께 6월의 공원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사진 및 내용 출처: [사라토프한글학교], [팔라소브까한울한글학당], [바로네즈한글학교] 제공


바로네즈 고려인 협의회


지난 6월 11일 바로네즈에서 열린 다민족 화합과 평화를 위한 행사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바로네즈 다민족 협의회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해 있기 때문에 몰려오는 난민들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이 행사도 그들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고려인협의회 대표인 안아이다는 바로네즈한글학교에서 제공한 한국 전통 의상과 부채, 한국 인형, 사진 등을 통해 한국을 소개했다. 이 행사에는 바로네즈에 거주하는 가장 큰 민족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도 함께 참여했다. 이날 행사의 취지대로 화합과 평화가 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 사진 및 내용 출처: [바로네즈 고려인 협의회] 제공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통해 어려운 세대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오랜 시간 그의 명언은 내일을 모르는 인생 여정 가운데서도 오늘에 충실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힘든 시국이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의도치 않게 위축되고 지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안부를 묻는 것 자체가 부담되었던 이유다. 그래서 러시아 다양한 도시, 지역에서 도착한 역동적인 소식들이 더 반가웠다. 상황에 매이지 않고 주어진 한글학교 본연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며 열정으로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는 러시아 한글학교들 여름 풍경은 6월처럼 상큼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많은 러시아 한글학교가 방학을 맞았다. 회복과 새로운 도약 그리고 성장을 위한 쉼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지연
 러시아 서지연
 바로네즈한글학교 교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상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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