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향해- 변현숙 작가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8.03

여러분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시나요? 아니면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시나요? 오늘 제가 만난 사람은 매일의 도전 속에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분입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형식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저런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미국도 좋지만 디테일한 표현에 있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미국 텍사스에서 만난 한국 작가님들의 작품이 유독 칭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특유의 섬세함과 완성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오중석, 변현숙 작가 부부 역시 단연 특별한 아이디어와 기술도 있지만 한국인 특유의 정교하고 깔끔함을 작품에 잘 표현해서 러브콜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부는 한국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또 미술치료를 하는 등 미술을 통해 교육을 이어 온 작가들입니다. 학생들에게 미술을 통해 꿈을 갖고 비전을 가지라고 미술은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은 후퇴해가는 느낌을 받아 더 늦기 전에 이름을 걸고 다시 한번 도전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약 7년 전,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미국에 건너와 지금의 자리를 지켜오기까지 두 부부는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을까요? 남편은 조각가로, 아내는 화가로 서로 응원하며 걸어온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들의 지나온 길, 그리고 지금,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한번 들어보세요.


전시회 현장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미국 텍사스 플레이노라는 도시에 사는 작가 변현숙입니다.

Q.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어요. 이제껏 어떤 작품들을 해오셨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A. 네. 저는 보통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합니다. 이곳에 와서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자면 크게 저의 개인적인 욕망이 담긴 [여자 시리즈]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해소되지 못하고 [억압됐던 감정들을 표출한 추상화] 작품 등이 있습니다.

Q. 계속된 코로나로 억압된 일상이 참 모두 힘들었죠. 어떻게 보내셨나요?
A. 코로나의 장기화로 모두가 그랬듯이 저도 심적으로 오랜 시간 힘든 날들을 보냈습니다. 세상이 멈춘 듯했고 저 역시 생기 있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우울감을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려 하기도 하고 새로운 작업도 하는 등 극복해보려고 노력하면서 보냈습니다.

Q. 저는 특히 [여자 시리즈]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작가님의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지요?
A. 감사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들인데요, 여자 시리즈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미를 향한 욕망의 탐색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시각적인 것에 민감한 사람으로 태어나, 하필이면 '대한민국'에서 시각적으로 아름답지 않게 태어난 여자가 겪은 욕망의 좌절이 작업의 시작점입니다. 한국 조선시대의 미인도와 부와 미의 상징인 여성들의 가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을 아름다움과 그 과시에 대한 욕망을 탐색하는 작품입니다.


변현숙작가 작품

Q. 작품을 만드실 때 '꿈꾸는 듯한 느낌으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의식 세계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해결되지 못한 억압이 무의식의 세계인 꿈의 재현을 통해 해소되기도 한다고 프로이트는 말합니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가장 편안한 상태, '나'다운 상태로 만들어주는, 그 순간에 머물러서 가장 즐기고 싶은 색과 형태에 집중하며 작업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그런 표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할 때는 음악 소리도 거슬릴 때가 있어요. 개미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는 환경에서 조용히 작업할 때가 많답니다.


변현숙작가 작품현1


Q. 남편이 조각가라고 들었습니다. 작가로서 혹은 남편으로서 자랑 부탁드려요.
A. 남편은 '인내와 끈기'가 기본 전제가 되는 노동 집약적 작품을 주로 합니다. 그 오랜 시간을 생각하면 감탄이 나오고요. 인간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그 이상의 것도 뭐든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남편의 손재주가 남달라요. 꼭 작품이 아니더라도 일단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남편의 디테일한 작업은 정말 따라갈 수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아이디어를 낸 다음엔 남편에 비해서는 좀 대충대충 작업하는 편이거든요. 남편은 아티스트로서 완벽주의적이고, 그것이 일상의 삶까지도 연결되어 완벽하고 디테일한 사람입니다. 그런 면이 자랑스럽고 참 좋아요.

Q. 두 분 모두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어떤 것이 작가님의 마음을 흔들었을까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미국행이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나요?
A. 우선 저는 성격 자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두려움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끈기가 없고 뭐든 금방 질려하는 저의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것에 두려움을 없애 준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저희는 일단 아이가 없어서 가능했고, 남편의 누나 가족이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리게 한 것 같아요.

Q. 아트페스티벌 등 여러 전시로 미국에서 인정받고 활동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 어떻게 문을 두드리셨는지 궁금합니다.
A. 미국에 와서 컬리지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저의 재능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술 작업은 거의 평생을 거쳐 해오던 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한국은 뭐든지 상향 평준화 되어 있는 곳이잖아요. 자신감을 갖고 이후엔 인터넷으로 찾아 헤매며 무작정 여기저기 작품 제출을 하면서 전시 참여가 시작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 운영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소개 부탁드려요.
A. 2021년 11월, 오랜 생각과 준비 끝에 집 근처 아담한 스튜디오를 얻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업도 하고 작업도 하는 공간입니다. 또 작업실이 없는 아티스트에게 공간을 대여하기도 하고, 수업은 아니어도 시간을 약속해 자유롭게 일반인들도 화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집에서 작업을 하면 삶과 일이 구분이 안 돼서 힘든 점이 있기에 수업이나 작품이 진행 중이 아닐 때도 거의 출근하듯이 매일 스튜디오에 나가 있는 편이에요.

Q.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올해 10월에 영국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매년 열리는 '스타트 아트페어'라는 행사의 주최 측에 초대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갤러리와 행사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하고 한국에서는 미술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갤러리라 제가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쁩니다. 이어서 12월 초에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에 참가하게 되어 바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저희 스튜디오 모든 수강생과 함께 Lewisville Grand Theater에서 그룹 전시를 열게 되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수강생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저는 항상 거창한 계획은 없고, 꾸준히 작업하며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제 작업의 결과물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며 일하는 것이 소박한 계획입니다.

Q. 한국에서 작가님의 삶처럼 안정적인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아티스트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모든 작가가 바라는 꿈일 겁니다. 작업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면 참 좋겠죠? 저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주저하지 않으니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이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사실 저도 여전히 '내가 왜 계속 이 작업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든 작가님의 노력과 수고의 열매들이 주변과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환경에 빛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바라요. 모두 화이팅!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품은 작가의 많은 것이 담겨있고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모습과 대화 속에서 느껴진 진지하고 간절한 작가님의 어떤 소망과 바람이 작품에도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용기가 있어야 재능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이 드넓은 미국 땅에서 이미 자신의 색깔로 인정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매일매일 한 걸음 한 걸음 달려 나가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백하영
 미국 백하영
 아리랑TV,KBS1TV예능,휴먼다큐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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