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어 공부하는 그리스 식당 주인 크리스 크리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8.05

LA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피코 블러버드(Pico Blvd)와 노만디 애브뉴(Normandie Ave) 코너에는 74년의 전통을 지닌 그리스 레스토랑 겸 마켓, 파파 크리스토스(Papa Cristo’s)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 와서 일을 돕던 아들 크리스 옹은 이제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리스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그리스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그 어떤 젊은이 못지 않다. 그는 ‘양고기’, ‘닭고기’ 등 간단한 한국어도 구사하며 한국인 고객들을 맞이한다. 크리스 옹, 그리고 그의 조카 마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파파 크리스토스의 주인 크리스 크리스(좌)와 매니저인 마크 요르단(우)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

< 파파 크리스토스의 주인 크리스 크리스(좌)와 매니저인 마크 요르단(우)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크리스 크리스(Chris Chris)입니다. 올해 77세가 된 저는 파파 크리스토스의 주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이 쪽은 제 조카인 마크 요르단(Mark Yordon)이에요. 마크는 올해 69세이고, 그리스 서쪽의 자킨토스라는 섬에서 태어났어요. 지금 저와 함께 파파 크리스토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아버지 대부터 운영해온 파파 크리스토스 마켓과 레스토랑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

< 아버지 대부터 운영해온 파파 크리스토스 마켓과 레스토랑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


파파 크리스토스 마켓과 레스토랑은 오픈한지 몇 년이나 되었나요?
저희 아버지가 1948년에 마켓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저는 작은 소년이었는데요. 매 주말이면 이곳에 와서 아버지 일을 도왔었습니다. 부활절 방학, 여름 방학 때는 거의 매일 와서 일을 했어요. 말 그대로 이곳에서 자라난 거죠. 그러던 중 제가 사업을 이어 받아 1985년에 레스토랑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파파 크리스토스 레스토랑을 시작하셨는지요?
저의 꿈은 저희 파파 크리스토 마켓에 있는 최상의 식재료를 가지고 최상의 그리스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최고 품질의 그리스 페타 치즈, 올리브오일, 생선, 고기 등 모든 식재료가 다 있습니다. 그 좋은 식재료에 할머니와 어머니의 레시피대로 사랑과 정성을 섞으면 맛있는 그리스 음식이 됩니다. 한국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식재료를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고기와 생선 등은 LA 로컬 최고의 도매상으로부터 구입하고 올리브오일과 와인, 페타 치즈 등은 그리스에서 직접 수입합니다. 저희 아버지 때부터 거래를 시작한 생산업자이니 벌써 70년째 거래했네요. 그리스의 생산업자도 이제 그 아들 세대가 사업체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고, 저희 파파 크리스토스도 아버지로부터 제가 이어 받아 이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를 이어 운영되는 사업체가 요즘 세상에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파파 크리스토스의 길 건너편에는 그리스 정교회인 소피아 성당이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파파 크리스토스는 LA에서 그리스 음식은 물론 그리스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그리스 커뮤니티 센터 같다고 느껴져요.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 길 건너편에 있어, 일요일이면 성당에 왔었던 그리스인 이민자들이 그리스 산 올리브오일과 와인을 사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파파 크리스토는 그리스인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어요. 그리스인 커뮤니티는 한국인 커뮤니티에 비해 규모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파 크리스토스는 LA 사는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마치 아고라 광장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식은 문화의 형성에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잖아요. 음식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문화도 발전하거든요. 파파 크리스토스에는 오리지널 그리스 음식이 있어요. LA의 그리스인들은 명절, 생일, 이벤트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원조 그리스 음식을 맛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파 크리스토스에는 주로 그리스인 이민자들이 오나요?
아니요. 모든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찾습니다. 코카시안, 히스패닉, 아프리칸, 아시안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고르게 찾고 있습니다.

한국인 고객도 있는지요?
한국인 고객은 전체 고객의 7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아요. 이 주변에 한국 교회가 있어요. 그래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끼리 오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 한 한국인 고객이 만들어준 그리스어, 영어, 한국어 공부를 위한 학습지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 한 한국인 고객이 만들어준 그리스어, 영어, 한국어 공부를 위한 학습지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좀전에 한국 손님에게 ‘양고기’, ‘쓰레기’ 이런 단어들을 한국어로 하시던데, 한국어도 하실 수 있나봐요?
간단한 문장을 조금 말할 수 있고, 파파 크리스토스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한국어로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단골 손님 가운데 하나가 레스토랑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을 그리스어와 영어, 한국어로 적어주었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해서 이제 그 문장들은 잘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배려를 해주시는지요?
왜냐하면 모두가 다 이 파파 크리스토스의 일부이고 이곳에 속해 있기 때문이에요. 언어는 우리 미래의 열쇠입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이죠. 그렇게 언어를 통해 우리는 연결됨을 느끼고 그런 느낌이 점점 커지며 공동체 의식이 생기거든요. 저는 한국어 외에 스페인어도 배웠어요. 그렇게 다른 커뮤니티에 대해 공부를 해야 그 커뮤니티를 대할 때 진정으로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어와 한국어는 모두 “예스(Yes)”가 “네”에요. 한국인들도 응답할 때 “네” 라고 말하잖아요. 그리스어로도 “네.”랍니다. 그리고 그리스어로는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야수!”에요. “야수”에는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의미가 있어요. 그 말이 한국어로는 짐승을 뜻한다고 들었습니다. 의미야 어떻든 그리스어 발음이 한국어 발음과 똑같아요. 또 그리스어 중에 “오빠” 라고 있어요. 한국어로는 이게 ‘나이 많은 남자 형제’를 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스어로는 “오빠”가 “좋다.”, “멋지다.” 등 여러 의미로 쓰여요. 이렇게 발음이 한국어와 비슷한 게 많아 한국어 공부가 더욱 즐거워요.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한참 유행했을 때, 왜 자꾸 한국 노래에 “오빠”라는 그리스어 가사가 나오나 의아해했었습니다.


< 그리스에서 직접 수입한 질 좋은 올리브오일과 와인을 갖추고 있는 파파 크리스토스의 마켓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그리스에서 직접 수입한 질 좋은 올리브오일과 와인을 갖추고 있는 파파 크리스토스의 마켓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파파 크리스토스는 마켓과 식당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죠. 마켓은 그리스에서 직송된 식료품들로 유명한데요. 좀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곳에서는 무엇보다 가장 질 좋고 신선한 그리스 와인을 구할 수 있어요. 그리스는 고대에 와인을 최초로 만들기 시작한 나라입니다. 그 후 그리스 포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현대에 와인을 만드는 포도 종류들은 유전적으로 그리스에서 뻗어나간 것들입니다. 진판델, 카버네 소비뇽 등도 모두 그 포도 품종의 원조를 따라가 보면 그리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땅이 바뀌니까 포도 품종도 약간 변형되고 그 이름 역시 프랑스 식으로 또는 다른 언어로 바뀌었지만요. 그 외에도 최고 품질의 그리스 올리브오일, 칼라마타 올리브, 그리고 페타 치즈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페타 치즈는 양젖과 염소젖으로 만드는데요. 이는 인간의 어머니 젖과 가장 비슷하다고 해요.  


< 페타 브레드, 바비큐, 샐러드, 감자로 이루어진 일요일의 바비큐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 페타 브레드, 바비큐, 샐러드, 감자로 이루어진 일요일의 바비큐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일요일의 무제한 바비큐(Sunday BBQ)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년 전부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 레스토랑 문을 열었을 때, 좀 더 우리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일요일의 무제한 바비큐를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무제한 바비큐의 밤 행사를 했었는데, 팬데믹 때 잠시 멈추다가 2년 전부터 이를 다시 부활시켜 일요일에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가족 단위로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어요.

바비큐 하면 코리안 바비큐인데, 코리안 바비큐 맛보신 적 있나요?
물론이죠. 너무 좋아해요. 테이블 앞에서 내가 직접 요리해서 먹는 코리안 바비큐, 재미있었고, 맛도 약간 달지만 좋았어요. 그래서 한국 마켓에서 양념한 불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구워먹기도 합니다. 김치도 너무 좋아해요. 김치볶음밥도 정말 맛있어요.


< 그리스의 국기와 같은 색조로 꾸며진 페리오 좌석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 그리스의 국기와 같은 색조로 꾸며진 페리오 좌석 - 사진출처: 통신원촬영 >


이곳 파파 크리스토스에 몇 가지 한국 음식 메뉴를 더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최근 성공적인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한국 음식 메뉴를 몇 가지 하거나, 한국 음식의 재료를 가지고 퓨전 메뉴를 만들어 선보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뇨. 그건 한국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먹어왔던 그리스 음식은 제가 잘 만들지만 한국 음식은 여전히 이국적인 음식이죠. 그 영역은 한국 음식의 고유성을 지켜온 분들에게 맡겨두고 싶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전통 그대로의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한국인과 그리스인, 몇 개의 단어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음식의 중요성을 알았어요. 그리고 그들은 발효와 저장법을 알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한국인과 그리스인의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또한 한국인과 그리스인은 가족 지향적이라는 면에 있어서도 비슷하죠. 그리스에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한 집에 살아요. 한국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계속 저희 레스토랑의 퀄리티를 지킬 것입니다. 저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우리 사업체를 사랑해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프렌차이즈를 하자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 확장하기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고객들에게 더 집중하며 고객들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리스 문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그리스 마켓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옹, 그는 간단한 한국어까지 공부하며 한국인 고객들을 파파 크리스토스의 고객으로 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노력과 이해가 이국적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을 교류하게 하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파파 크리스토스의 성공을 통해 깊게 깨닫는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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