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이슬람 국가에서의 김치의 인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1.19

K-푸드를 대표하는 김치가 최근 튀르키예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에서 김치는 한식을 좋아하는 일부 한류 팬에게만 알려져 현지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음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김치에 대한 수요와 인지도가 부쩍 높아진 모습이다. 김치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증가하고 SNS를 통해 김치 레시피를 알려주는 현지인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튀르키예는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를 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튀르키예인들은 자신들이 처음 접하는 다른 외국 음식들에 대해 종교적인 이유로 경계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에 종교적으로 금기 시 되는 성분이 첨가돼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입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국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한 튀르키예인들은 종교적인 이유와 함께 다른 외국 음식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국가들의 다양한 음식을 자유롭게 경험해 보지 못해 낯선 음식의 맛과 냄새에 많이 민감한 편이다.


튀르키예 대표 배달 사이트에서 김치 레시피를 고정적으로 소개하는 모습 - 출처: yemek

< 튀르키예 대표 배달 사이트에서 김치 레시피를 고정적으로 소개하는 모습 - 출처: yemek >


위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튀르키예인들은 김치를 어려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한식당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자신이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현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일등 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통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이다. 김치는 장르와 상관없이 한국 드라마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의 전통음식이기 때문이다.


< 직접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공유하는 현지인들 - 출처: 유튜브 >

< 직접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공유하는 현지인들 - 출처: 유튜브 >


한국인은 아침, 점심, 저녁과 상관없이 모든 식사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튀르키예인들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은 음식이지만 한국 드라마 속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이 매 식사 때마다 먹는 김치에 대해 큰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직접 배워가며 직접 만들어 맛보기 시작했다. 튀르키예인들이 김치 레시피를 접하는 가장 활발한 경로는 유튜브이다. 김치 담그기에 성공한 이들은 그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해 김치 레시피를 재생산한다. 이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김치가 탄생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한 현지인 이웃이 '인터넷을 보고 김치를 만들었다.'며 통신원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맛보라고 한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겉모양은 김치와 비슷한데 맛은 설명하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맛이었다.


<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의 '김치 담그기' 행사 - 출처: 에르지예스대학교 김현정 교수 제공 >

<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의 '김치 담그기' 행사 - 출처: 에르지예스대학교 김현정 교수 제공 >


김치의 인기 이면에 원래의 맛을 잃지 않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파해야 되는 과제가 생겼다. 이에 튀르키예의 한 대학교가 나섰다. 한국인들에게는 카파도키아로 잘 알려진 카이세리 지역에 있는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가 바로 그곳이다.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는 2000년에 설립됐다. 1989년 튀르키예에서 가장 먼저 한국어문학과가 설립된 국립앙카라대학교보다는 11년 후에 세워졌다. 그러나 입지적으로는 한류 발전에 있어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가 소재해 있는 카이세리 - 출처: 구글맵 >

<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가 소재해 있는 카이세리 - 출처: 구글맵 >


김치를 필두로 한 K-푸드의 인기는 이스탄불과 앙카라, 이즈미르 등 한류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스지예스대학교가 소재한 카이세리 지역은 황량하고 건조한 지대가 대부분이고 대도시와는 지역적으로도 거리가 꽤 멀다. 튀르키예인들이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경험하기에는 여러 방면에서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에르지예스대학교에 한국어문학과가 들어선 이후부터 카이세리 지역에서 한류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김치 담그기' 행사는 현지인들에게 김치 본연의 맛을 전파하기 위해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주최로 카이세리 지역에 있는 한식당에서 열렸다.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이정혜 교수가 김치와 건강을 주제로 강연했고 최명수 요리사가 김치 만들기 시연을 직접 선보였다.

자국의 문화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튀르키예인에게 낯선 김치가 인정받기까지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튀르키예의 온오프라인에서 일고 있는 김치의 인기가 어느 한순간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튀르키예에서 김치의 인기가 비교적 늦은 것에는 김치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에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치와 함께 이슬람 국가에서 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한식의 종류들도 함께 소개되면 좋겠다. 앞으로 튀르키예와 같이 이슬람교를 따르는 무슬림 국가에서 김치가 더 널리 전파되기 위해서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한국 음식과의 조합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 튀르키예 대표 배달 사이트, https://yemek.com/
- 에르지예스대학교 김현정 교수 제공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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