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K-FOOD의 열풍과 함께하는 아르헨티나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3.07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약 9개월의 의무 자가 격리(2020년 3월 20~12월 20일)를 겪은 아르헨티나에선 그 기간 국민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필품과 의료 시설 방문 외에는 바깥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학교는 물론 생필품과 관계가 없는 가게들은 당시 문을 열 수 없던 시기였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외출을 못 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온라인 매체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고, 이로 인해 스트리밍 플랫폼은 호황을 누렸다. 이와 더불어 팬데믹 전에 한류를 접해 보지 못했던 현지인들도 K-Drama를 시청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K-Drama와 K-POP 등 한류 문화도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K-DRAMA에서 노출되거나 K-POP 아이돌이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만 봐왔던 한국 문화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보려는 이들의 의지도 높아졌다.


최근 들어 현지인들이 직접 한식을 체험하러 가는 지역 중 하나는 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시 플로레스 지역이다. 아베쟈네다와 가오나(Av. Avellaneda y Gaona) 대로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지 의류 도매 상가 지역인데, 이곳에는 아르헨티나 여성 의류 시장의 약 65%를 점유하고 있는 한인 동포 상가 약 1,500개가 밀집해 있다. 한인 동포들이 밀집된 상가 지역이다 보니 한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식당 및 점포들이 근처에 함께 포진해 있다.


아르헨티나 한류, 그중 K-FOOD에 대해 알아보려 아베쟈네다 지역을 찾았다. 현지 주요 일간지인 '라 나시온'지에 'Korean Soho'로 소개된 루페르토 고도이 길(Pasaje Ruperto Godoy)에는 다시마키(Dashimaki), Pan Moa(빵 모아), Bulmat(불맛), 바르탈레(Barthalé), 이치반 (Ichiban), 마음(Maum) 등 다수의 한인 동포 음식점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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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먹거리 길답게 입구에는 현지 EXO 팬들의 주도하에 그려진 EXO 멤버 얼굴 벽화를 볼 수 있다.

퓨전 아시안 음식과 일식집인 다시마키(Dashimaki)의 동포 엄진선 씨는 "저희 가게는 현지인 손님과 한국 손님이 반반입니다. 한국 음식이나 소주 같은 것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한인 동포 의류 상권에 있다 보니, 상가가 문을 닫은 후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생각해, 저희도 문을 닫습니다. 치안 부분만 개선된다면, 좀 더 식당 거리가 활성화되리라 봅니다."라고 했다.

점심시간대 식당 내부에서 음식을 들고 있던 부자 디에고(Diego)와 단테(Dante)를 만났다. 아빠인 디에고는 "아시아 음식에는 늘 관심이 있고 좋아합니다. 옷을 사러 아베쟈네다엔 오곤 했는데 이런 음식 거리가 있는 건 몰랐습니다. 얼마 전 한국 사람들의 이민 역사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60년대에는 한인들끼리의 서민식당(Bodegón)이 부에노스아이레시에 만연했다면, 요즘에는 젊은 세대가 모던하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도 많이 열고 있는 추세라 해서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먹어보니 신선하고 맛있네요."라고 말했다. 12살의 아들 단테는 "아주 맛있습니다. 저는 5살 때부터 아시아 음식을 먹어왔습니다. 다음번에도 또 오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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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는 퓨전 아시아 음식점을 나와 마주친 곳은 한국식 제과점 빵모아(Pan Moa)이다. 야외 테이블에서 한인 동포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현지인 아리엘(Ariel)을 만났다. "섬유업에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규제가 풀린 후로는 가끔 손님들과 납품업자들을 이곳에서 만나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곤 합니다. 음식도 맛있고 거리 환경도 좋은듯합니다."라고 했다.

다음으로 중식당 불맛(Bulmat)의 양영주 사장님을 만났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 중, 현지인 손님이 약 30%가 넘습니다. 현지의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생소하지만 먹고 싶어 오는 손님들도 있어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많이 한류가 현지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구글로 한국 식당을 찾고, SNS를 통해 본 한국 음식들을 해 줄 수 있냐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한국화된 중식당인데 그럼에도 불고기, 제육볶음 혹은 김치를 찾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하면 다 똑같은 한식인 줄 알고요. 최근 부는 한류 열풍도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끼칩니다.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으로, 특별한 경험을 하려고 한국 식당을 찾습니다. 이 지역이 의류 상권 지역이다 보니, 영업장에 있는 현지인들이 점심 식사하러 자주 오기도 하고요, 주기적으로 들리는 단골도 꽤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현 경기가 굴곡이 심하니, 앞으로 경기가 조금은 활성화되고 나아졌으면 합니다. 그러면 현지인들도 더 많이 이 거리를 찾을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먹거리 길목에 있는 식당,마음(Maum)에서는 동포 2세인 제니퍼와 3세인 록산나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록산나는 "요즘은 한국인인 게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현지인 친구들에게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이곳을 추천해 줄 수 있을듯합니다. 현지인 친구 한 명은 요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니퍼는 "예전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던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져 한국 관련 콘텐츠나 드라마, 화장품에 대해 많이 물어봅니다.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제니퍼와 록산나


옷을 사러 왔다가 처음으로 이 식당에 왔다는 안드레아(Andrea)는 김밥을 주문했다 한다. 한 번도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크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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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좋아하는 데비(Debbi)와 '연모'를 좋아하는 리셀(Licel)은 한국 음식을 자주 먹어보았다고 한다. 한국 음식은 야채가 많이 들어 있어서 좋다며 김치도 가끔 인터넷으로 구입해 먹는다고 전했다.


데비와 리셀


한국식 바비큐 식당, 유가네(Yugane)를 운영하는 유영인 사장은 "저희 식당은 현지인 8, 한국인 손님 2 정도 됩니다. 현지인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고 신기해하며 매운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점이 좀 바뀐 것 같습니다. 매년 꼭 들리는 지방 손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식당은 한국 음식에 대해 건강식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음식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K-FOOD를 찾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삼보' 식품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엘리사 씨는 "한류를 통해 접했던 음식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밥, 라면, 잡채, 음료수 그리고 다양한 아이스크림에 대한 구매가 높아지고 있고요, 특히 연예인들이 먹는 음식에 관심이 많고 자기들도 그걸 공유하고 공감하고 체험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 가수가 이런 제품을 마셨는데 그게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기생충'에서 나왔던 '짜파구리'도 경험해 보고 싶어 합니다.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지인 손님이 깍두기, 열무김치 등 매주 다양한 김치를 구매하러 오십니다. 된장과 고추장을 구입해 두부를 넣고 국을 끓여 먹는 현지인도 있고요, 떡볶이 떡을 구입해 유튜브를 보고 직접 만들어 먹어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라며 현지에 부는 K-FOOD 열풍에 대해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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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쟈네다 지역에는 한인 동포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한국 문화를 접하기 위해 찾고 있다. 이런 한류 붐이 지속해서 이어지도록 좀 더 풍부한 한류 콘텐츠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에 불고 있는 한류 붐'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촬영사진5







장덕주
 아르헨티나 장덕주
 부에노스한글학교 교사
 프리랜서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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