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벚꽃과 함께 시작되는 민단 토요 어린이 학교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4.12

핑크빛과 함께 시작되는 일본의 4월은 언제나 분주하다. 예년보다 일찍 봄을 피운 벚꽃과 함께 각 한글학교도 서둘러 새로운 얼굴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 속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움츠려있을 수밖에 없었던 한글학교들도 기지개를 켜고 하나, 둘 문을 열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일본에는 여러 단체나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글학교들이 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의 자녀들이나 생활어가 일본어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가기엔 문턱이 높은 곳이 많다. 이 아이들에겐 한국이라는 곳이 아직은 낯설고 조금은 먼 나라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대한민국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민족교육을 하는 배움의 터로서는 단연 민단의 토요 어린이 학교다. 민단의 주요 사업으로 오랫동안 맥을 이어 온 토요 어린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한국말이 '단순히 가정 내에서 엄마 아빠와 사용하는 생활 용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친구를 사귀게 해 주고 더 재미나며 큰 세상과 연결해 주는 관문'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해 준다.


현재 동경에는 21개의 민단 지부가 한글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어린이 토요학교가 운영되는 곳은 6개 지부 정도다. 대부분 토요일 오전이나 오후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학교의 행사가 주말에 많은 일본 현지의 특성상 한 달에 2번 정도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원은 대략 10명에서 많게는 30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지만 부모들이 같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점도 들쑥날쑥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과 우리말에 대한 끈을 놓게 하고 싶지 않아 짬을 내어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토요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부모가 많다.


학교현장1


'민단의 토요학교는 이래서 좋아요.'라는 물음에 부모들은 저마다 토요학교의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한마디씩 건넨다.

"무엇보다 또래 아이들이 많이 모여서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아요. 집에서 하는 한글 교육은 아무래도 엄마와의 대화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그렇게 성장한다는 느낌을 못 받는데 토요학교에는 사용하는 어휘가 다양하고 많다 보니 실력이 늘어난 것 같아요."

"우리 집은 남편이 재일동포이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 하고 저는 일본인이라 한국말을 가르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아이에게는 한국말을 가르치고 싶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재일동포분들이 많아 좀 안심이 되었어요. 만약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교실에 많다면 한국말을 못 하는 제가 좀 주눅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에 오면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부모들도 다른 부모들과 여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며 뛰어노는 시간이지만 부모들은 나름대로 아이들을 선생님께 맡기고 아이들 학업이나 한국 사회, 일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에요."

민단 동경본부의 어린이 토요학교

한국에 뿌리를 둔 5세 어린이부터 중학생까지의 학생들을 모아 '살아있는 민족교육'을 모토로 하는 민단 동경본부의 아라카와 어린이 토요학교는 참가 인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은 교실 중의 하나다. 1년 동안 2시간씩 20 강의가 진행되며 현재 연령별로 3개의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보육원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육성하기 위한 우리말 교육과 한국의 문화, 풍습을 익히고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사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현장2


지난 4월 8일, 아라카와 어린이 토요학교 제25기가 개강식을 했다. 평소보다 활짝 핀 꽃을 시샘하듯 비바람이 치는 날씨가 토요일 오후의 외출을 꺼리게 했을 법도 한데 부모들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보는 이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작년에 이어 계속 다니게 된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앉아 노트를 펼쳐 글씨를 쓰지만 처음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은 낯섦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연신 뒤를 돌아보며 엄마의 모습을 찾고 있다.

잠시 후, 모두 모인 교실에서 주최 측의 간단한 인사가 시작되었다. 관계자는 "25기란 것은 25년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어린이가 이곳을 거쳐 갔고 또 많은 선생님이 이곳을 지켜 주셨습니다. 여러분들도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였고 이어 반 배정이 진행되었다.


몇 년째 공부해 온 고학년 언니 오빠들은 제법 의젓함이 묻어 나오지만 역시 가장 많은 인원은 유아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이다. 처음인 아이들은 쭈뼛쭈뼛하며 주위를 살피다가 이내 다른 아이들과 섞여 그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놀이하거나 서툰 솜씨로 글씨를 써 보기도 한다. 교실 여기저기에서는 아직 서툰 한국말과 일본말이 뒤섞여 날라 다닌다. 신나 하는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기를 사 주겠다.'는 엄마의 설득에 따라왔다는 한 아이는 '왜 엄마는 자꾸 한국말을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끝내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낸다.

민단 토요학교의 과제
사실 민단에서 운영되는 토요 어린이 학교는 성인들 교실에 비해 운영자들이나 선생님들의 품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 현실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현재 동경 21개의 지부 중 어린이 교실을 운영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레벨이 다른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수업해야 하는 장소의 제약도 많고 시설 역시 '멋지고 신나는 수업'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여건이 되는 지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말 교육뿐 아니라 영어교육을 하기도 하고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강의를 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공간이나 일손이 달리는 지부에서는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동경본부 어린이 토요학교도 그 힘듦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어른의 도움과 열정이 아이들의 꿈을 지금껏 키워왔고 앞으로도 더딘 걸음이지만 또 그렇게 걸어가리라 확신한다. 이 아이들의 1년 후가 빨리 보고 싶다.







엄용주
 일본 엄용주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8기
 현) 통경 오타민단 한국어 강사
 경력)영상 미디어 기획P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