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인 이민 60주년 뽀르뚜알레그리 카니발 무대에 울려 퍼진 꼬레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4.14

브라질의 가장 남쪽인 히우그란지두술주에는 인구 약 150만 명의 수도 뽀르뚜알레그리가 있다. 세계적인 카니발 축제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 못지않게 이곳에서도 지역 삼바학교들이 경연을 펼치는 카니발 퍼레이드가 매년 열린다. 카니발에 참가하는 삼바학교들은 국내외 여러 문화 이슈로부터 영감을 받아 매년 새로운 퍼포먼스를 제작하는데 이번 뽀르뚜알레그리 카니발에서 한국을 주제로 선보인 삼바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창단 43주년을 맞은 뽀르뚜알레그리의 삼바학교 'AssociaçãoRecreativa Cultural União da Vila do IAPI(이하 União da Vila do IAPI)'는 그동안 카니발에서 다수의 준우승, 초창기 하위 실버그룹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삼바학교이다. 금년 'União da Vila do IAPI'가 선정한 퍼포먼스 주제는 '추억의 기관차에서', '축 결혼 60주년', '한국과 브라질의 통합' 세 가지이다.


삼바학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심벌마크와 대표색이 있는데 퍼레이드에서 해당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홍보하는 것이 관례이다. 'União da Vila do IAPI'의 심벌마크는 기관차, 상징색은 빨간색, 파란색, 흰색이다. 이 색 조합에서 한국의 태극기가 자연스레 연상되기 때문에 삼바학교의 정체성과 잘 맞는 주제 선정이었다는 확신마저 든다. 결혼 60주년 축하를 뜻하는 두 번째 주제와 세 번째 주제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인 브라질 이민사와 양국 문화의 접점을 기리기 위함이다.


이번 무대의 총괄 책임자이자 15년째 학교의 카니발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세르지우 게하(Sérgio Guerra) 씨는 "이번 주제가 한인 단체와 인연이 있는 학교 관계자의 아이디어였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체 플롯을 발전시킨 후 연대기 순으로 퍼레이드를 조직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문화원의 조언도 구하고, 교육, 종교, 한식 등 강조해야 할 한국의 이미지를 알차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 'União da Vilado IAPI'가 한인 이민 60주년을 주제로 선보인 화려한 무대 - 출처: 유튜브 계정(@CuboPlay) >

< 'União da Vilado IAPI'가 한인 이민 60주년을 주제로 선보인 화려한 무대 - 출처: 유튜브 계정(@CuboPlay) >


카니발에 참가하는 삼바학교들은 보통 아프리카 신앙, 신화 등으로 대표되는 흑인 문화, 향토 문화, 유명 인사나 사건, 아름다운 자연 등 브라질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소재로 무대를 선보이며 해당 주제들이 인기가 많다. 올해 뽀르뚜알레그리 카니발 우승팀도 브라질 가톨릭 성녀로 추앙받는 흑인 노예 아나스타시아를 주제로 했다. 그러나 'União da Vila do IAPI'처럼 다른 나라 문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일본, 중국, 스위스 등의 국가가 과거 카니발의 소재가 된 바 있다.

'União da Vila do IAPI'의 출전곡 가사 일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짧은 운율로 반복해서 부르는 삼바의 특성상 주제에 충실하고 직관적인 가사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추억의 기관차
역사의 선로를 타고
혁신은 먼지에서 다시 싹트고
천년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혁명을 일으키는 은빛 호랑이
세종대왕, 미래를 번영케 하셨네
문자 문화, 문학 표현
강인한 몸과 순수한 마음
잘 사는 비결
균형 잡힌 커다란 보살핌
찬란히 빛나리

동양에서 온 근대화
우리 민족의 거울
'União'는 사랑의 교훈
한국을 삼색의 꿈으로

세계를 정복한 입맛
입천장을 매콤하게
분홍색 무궁화
색의 향연에 연꽃 향기
낙원의 섬 크리스털 바다속 해녀들
비옥한 땅에서 생명이 피어나고
동양 문화의 빛
토끼의 해 축복과 힘
태권도 무술과
케이팝은 세계로 뻗어나가
(한인타운) 봉헤찌루에서 축하 파티를
60주년 경계를 무너뜨리고
색들은 하나의 깃발로
평화의 역에서 기차가 출발하리⋯”


< 한인 이민 60주년 뽀르뚜알레그리 카니발 무대 - 출처: 유튜브 계정(@CuboPlay) >< 한인 이민 60주년 뽀르뚜알레그리 카니발 무대 - 출처: 유튜브 계정(@CuboPlay) >


카니발 무대 의상도 흥미롭다. 미래지향적인 은빛 코스튬과 선글라스를 낀 젊은 댄서들의 군무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이 연상된다. 사물놀이 의상을 모티브로 제작한 의상과 장구와 소고를 흉내 내 제작한 듯한 타악기는 한국인이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디테일이다. 연주가들과 댄서들의 허리춤에서 태극무늬의 향연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인타운 봉헤찌루에서 볼 수 있는 초롱불과 세종대왕 모형의 대형 퍼레이드카도 보인다. 태극기 물결로 시작해 브라질의 전통적인 삼바로 물들인 무대는 이민자들이 겪은 두 문화의 만남과 화합을 충분히 그려냈다.

'União daVila do IAPI'의 무대는 8위를 차지했다. 총괄 책임자 세르지우 씨는 "최선을 다한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으로는 "다 같이 퍼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인 커뮤니티를 초청하고 퍼레이드카도 준비했지만 결국 함께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 카니발 퍼레이드의 꽃인 깃발을 들고 춤을 추는 커플 댄서 - 출처: 통신원 촬영 >

< 카니발 퍼레이드의 꽃인 깃발을 들고 춤을 추는 커플 댄서 - 출처: 통신원 촬영 >


카니발 무대는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전통적인 삼바 구성이 중요시된다. 지역 전통 카니발에서 브라질인들이 그려낸 한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그들이 쏟은 관심과 열정에 감사할 따름이다. 깐깐한 잣대는 살짝 내려놓고 이들이 준비한 신나고 흥겨운 리듬과 화려한 볼거리를 마음껏 즐겨 보자.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유튜브 계정(@CuboPlay),

   https://www.youtube.com/watch?v=ldhpzhJY63Q&t=498s&ab_channel=CuboPlay




서효정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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