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내 한국 뷰티 상품의 인기

지난 7월 29일은 립스틱의 날(National Lipstick Day)이었다. 립스틱의 날은 2016년 미국 뷰티 블로거이자 사업가인 후다 카탄(Huda Kattan)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때 미국 식민지였고 지금도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 관련이 많은 필리핀에서도 립스틱의 날을 기념하는 판촉 행사를 찾아볼 수 있다. 립스틱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고대 수메르인이지만 립스틱을 상업적으로 처음 개발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인이다. 프랑스는 1994년부터 립스틱을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립스틱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조 화장품이 여성의 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활용되면서 상업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현지 쇼핑몰의 '립스틱의 날' 관련 홍보 - 출처: 로빈슨 페이스북 계정(@RDSPavialloilo) >

립스틱을 포함한 색조 화장품은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하락 등의 부진을 겪었다. 고온다습한 필리핀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잦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여드름 관련 상품을 포함해 미백 기능이 있는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2021년 기초화장품 판매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필리핀 내 얼굴 관련 화장품 매출은 2020년 대비 2.6% 증가했다. 손 소독제 판매로 급증했던 손 관련 상품의 판매량이 2020년 대비 8.9%나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필리핀으로 수입되는 화장품의 약 25%는 태국에서 들어오지만 21% 정도는 한국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필리핀 내 수입 화장품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태국과 한국이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뒤를 이어 인도, 중국, 미국이 각각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 필리핀 쇼핑몰에 입점한 이니스프리 매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중국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지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한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년 연속 10조 원을 넘겼다. 중국 내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은 2.2% 감소했으나 중소 화장품 회사들이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별 화장품 수출 실적에서 한국은 아시아 1위 그리고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국가별 화장품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필리핀이 44.4%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이어 캐나다(40.8%), 키르기스스탄(33.2%), 베트남(23.4%), 대만(21.1%)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 2023년 상반기 국가별(6개국) 인기 뷰티 분야 - 출처: '쇼피 코리아' >

이와 같은 매출 증가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쇼피'는 현재 '라자다'를 제치고 아세안 지역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쇼피'는 필리핀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온라인 쇼핑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해 7월 4일 '쇼피 코리아'는 2023 상반기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았던 한국 상품을 소개했다. 필리핀을 포함해 집계 대상 6개국 모두 스킨케어 관련 상품이 판매 1위를 기록했으며 2위는 메이크업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 필리핀 내 한국 상품의 인기 순위(2023년 상반기) - 출처: '쇼피 코리아' >

필리핀 내 2023년 상반기 판매량 1위부터 5위는 모두 뷰티 관련 상품이었다. 그중 2위인 더샘의 컨실러를 제외하면 모두 코스알엑스(COSRX)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상반기 판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코스알엑스 상품이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1위와 4위, 대만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코스알엑스는 2013년 창업한 회사로 2023년 상반기 매출액이 1,93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38% 성장했다. 코스알엑스는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을, 아세안 시장에서는 '쇼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4월 4일, 5월 5일, 6월 6일 등 쇼피의 2분기 주요 프로모션 일자에 필리핀 내 스킨케어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뷰티 상품의 수출 약진 및 대중화에 대해 현지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K-뷰티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의 피부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케이팝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해외의 여러 매체에서도 이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으며, 필리핀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필리핀 내 오프라인 쇼핑몰에는 한국의 뷰티 및 패션 관련 매장이 다양하게 입점해 있으며, 이곳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인들은 한국인들의 뷰티와 패션 아이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기에 앞으로도 K-뷰티 관련 산업은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로빈슨 페이스북 계정(@RDSPavialloilo), https://www.facebook.com/RDSPaviaIloilo
- (사)대한화장품협회 (2023) 「COSMETIC REPORT」

- 《쇼피 코리아》 (2023. 7. 4). 2023 상반기,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았던 한국 상품은?, https://shopee.kr/blog/detail.php?seq=438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 7. 6). 한국화장품, 2년 연속 10조 원 수출 달성…세계 4위 기록,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7296

- 《Cosmetics Design Asia》 (2023. 7. 24). K-beauty export strategy: Less dependence on China, greater market diversification - MFDS, https://www.cosmeticsdesign-asia.com/Article/2023/07/24/k-beauty-export-strategy-less-dependence-on-china-greater-market-diversification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