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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감사' 두 글자를 남긴 '2023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06

[문화정책/이슈] '감사' 두 글자를 남긴 '2023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에서는 매년 주목받는 행사가 있다.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행사는 아시아와 유럽으로 떼를 지어 낙타나 말 등에 특산물을 싣고 다니는 상인들의 집단(카라반)에서 착안해 시작됐다. 카라반은 사막이나 비단길과 같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가로질러 다녀야 했기 때문에 도적떼로부터 상품을 지키기 위해 항상 거대한 무리를 지어 이동했다. 낙타 한 마리에 실을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배에 싣는 양보다 많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보통은 비단이나 보석, 항료와 같은 고가의 특산품들을 싣고 운반했다. 값비싼 물건들을 실어 이동했기 때문에 카라반은 도적떼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만큼 카라반 상인들의 일은 위험하고 힘든 일었지만 그들이 벌어들인 이득은 그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배 계층들에게 고가의 상품들을 거래했으므로 고급 임시 거처를 제공받기도 했다.

취재에 앞서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니 통신원이 찾아갔던 현장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 2013년부터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이 전 세계 35개 한국문화원 중 최초로 시작한 문화 사업이다. 한국의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문화 소외 지역을 직접 찾아가 전통 공연, 한식, 한글, 케이팝, K-뷰티 등 현지인들이 직접 K-컬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체험의 장을 열어주는 문화원의 가장 큰 행사다.


< 2016년 으스파르타, 안탈리아, 무을라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6년 으스파르타, 안탈리아, 무을라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7년 리제, 알트빈, 카르스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7년 리제, 알트빈, 카르스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8년 에디르네, 악사라이, 니데, 요즈가트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8년 에디르네, 악사라이, 니데, 요즈가트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9년 카라리아, 종굴닥, 카스타모누, 보드룸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2019년 카라리아, 종굴닥, 카스타모누, 보드룸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올해로 벌써 10년째 계속 이어가고 있는 최장수 대면 문화콘텐츠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문화콘텐츠는 스트리밍이나 VOD 서비스와 같은 유통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다. 그만큼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국에서 방송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일주일도 되지 않아 터키어로 번역돼 튀르키예에 유통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이제는 무색할 정도로 세계는 빠른 속도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이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현지에서 한류 팬들이 여러 유통 플랫폼에서 간접 경험한 K-컬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유의미한 행사다.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 각 분야 장인과 주요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직접 튀르키예 문화 소외 지역을 함께 돌면서 수준 높은 문화 공연을 펼친다. 대한민국 면적의 7.8배 정도 넓은 튀르키예 면적을 고려하면 공연을 펼치기 위한 준비와 이동거리는 상당하다. '2023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은 지난 8월 30일과 9월 1일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 카흐라만마라쉬와 서부 이즈미르에서 진행됐다. 공연을 준비한 예술인들은 양일 동안 동에서 서쪽으로 1,100km를 이동해 두 지역 현지인들과 함께 아쉬움 없는 공연을 즐겼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린 해당 행사가 현지 한류 팬들은 물론 우리 교민들에게도 큰 인상을 주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 카흐라만마라쉬 컨테이너촌 이재민들을 위한 한식 나눔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 카흐라만마라쉬 컨테이너촌 이재민들을 위한 한식 나눔 행사 - 출처: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

먼저 8월 30일에 열리기로 했던 카흐라만마라쉬 지역의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 불과 하루 전날에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지난 2월 남동부 지역 10개 주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들 지역에서 모든 문화공연을 중단하라는 튀르키예 정부의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공연을 주최한 문화원도 공연을 준비한 예술단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과거 카라반 무역 상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 카라반 공연단들은 다른 특산품을 내놓았다. 공연 예술단이 대지진으로 집과 가족들을 잃은 이들을 찾아가 한식을 대접했다. 높은 고온의 날씨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빨리 상하지 않는 메뉴로 선택했다. 이제는 K-푸드 대표 주자로 떠오른 양념치킨과 간장치킨, 핫도그 500인분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에 예술 총감독을 맡은 이영신 국가무형문화재 23호 이수자는 "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의 공연이 무산됐지만 예술 단원들이 아름다운 선의 한복을 입고 한식으로 이재민들을 위로해 드릴 수 있어 공연 그 이상의 값진 행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상 '2023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은 이즈미르 지역에서의 공연이 첫 시작이었다. 튀르키예 81개 주 가운데 66개 주를 완주한 이후의 카라반 행사였다.


< 2023년 이즈미르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3년 이즈미르 지역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예술단원들은 동부 지역에서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즈미르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박기홍 문화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활기찬 무대가 열렸다. 어두웠던 무대 뒤편에서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태평소 소리가 힘차게 무대 전체를 메웠다. 이어지는 북과 꽹과리, 징, 장구 사물놀이패가 관객들의 흥을 힘껏 돋았다. 공연은 각 파트마다 색다른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고요한 저녁 하늘에 떨어지는 별빛을 배경으로 듣는 소리타래 단원의 가야금 병창은 듣는 이들에게 깊은 휴식으로 다가왔다. 행사에 참석한 한 한류 팬은 "마치 사극 속 한 장면 안으로 들어와 주인공인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물놀이와 함께 선보인 상모돌리기 공연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처음 들어보는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에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어느새 흥을 맞추고 있었다. 이어진 케이팝 아이돌 그룹 엠펙트(Mfect)의 공연은 관객석 모든 이들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멤버들은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에서는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라며 "현지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여전함을 느낀 무대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이 종료된 후 현지 한류 팬들과 우리 교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즈미르 지역에서 열린 한국문화 행사가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꿈같이 좋았다."며 입을 모았다.

이즈미르는 튀르키예의 3대 도시 가운데 한 곳임에도 한국의 문화예술을 자주 접할 수 없는 소외 지역에 속해 있어 현지 한류 팬들은 물론 우리 교민들에게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은 더없이 반가운 행사이지 않을 수 없다. 수년째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 현지 물가와 연초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튀르키예 거리에서 웃음소리를 듣지 못한지 오래다. 이같이 어려운 때에 열린 '카라반 한국문화의 날'은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게 해 준 아주 고마운 행사였다. 더 많은 한국문화 공연이 튀르키예 지역 곳곳에서 열려 많은 현지인들에게 즐거움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제공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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