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스위스 남부지역 모르쥐에서 한강 작가를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10

[문화정책/이슈] 스위스 남부지역 모르쥐에서 한강 작가를 만나다


9월이 되면 푸른 레만 호숫가를 끼고 중세 마을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남부지역 모르쥐(Morges)에서 모르쥐 부두 도서전(Livres sur les Quais Morges)이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 행사는 제네바 국제도서전(Salondu livre de Genève)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프랑스, 벨기에를 비롯한 불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는 18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흘간 사인회, 독자와의 만남, 주제별 토론장, 문학 크루즈,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고, 약 4만 여명의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 모르쥐 도서전에서 한강 작가와 함께하는 담론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 출처: 'Rodolph Demol' >

< 모르쥐 도서전에서 한강 작가와 함께하는 담론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 출처: 'Rodolph Demol' >


사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작가들을 행사장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올해는 특별하게도 한국의 한강 작가가 참석했다.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 『흰』,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가 이미 독어와 불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몇 년 전 취리히 '문학의 밤'에도 초청된 한강 작가는 이번 8월 말 『작별하지 않는다(Impossible Adieu)』 불어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또다시 스위스를 방문했지만 불어권 지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원이 행사장을 찾았을 무렵, 한강 작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현지 독자들이 꽤 눈에 띄었다.


< 모르쥐 도서전에서 진행된 한강 작가와 독자의 만남 - 출처: 통신원 촬영 >

< 모르쥐 도서전에서 진행된 한강 작가와 독자의 만남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위스 비엔(Bienne)에 거주하고 있는 도리안 피터(Dorianne Pitter) 씨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너무 감명 깊게 읽어 팬이 됐다."고 한다. 그는 "사실 한강 작가뿐만 아니라 영문으로 번역된 다른 한국 작품들도 많이 접했다."며 그녀의 책장에 소장된 이십 여권이나 되는 한국 도서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번역가 안톤 허 씨를 언급하며 "그가 번역한 작품들을 찾아 대부분 읽었다."고 전했다. 또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와 신경숙, 황석영, 박경리 등 최근 유명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꼽았다. 특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영문 번역본으로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학만의 매력이 있는데 불어 번역본은 물론이고 영문 번역본도 스위스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해외 온라인 서점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고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또 로잔에서 온 사라 프라그니에르(Sarah Fragniere)는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내용과 서술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 이번 신작도 읽어보려 한다."며 한층 들떠 있었다. 사실 그는 한국 광팬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 가족 모두와 함께 서울은 물론이고 동해, 속초, 경주, 부산, 제주, 전주 등지로 두 달간 여행을 했지만 너무 짧은 여정이었다."며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로 접한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국 음식, 영화, 음악 등이 너무 좋아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한국어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고도 했다. "언젠가 한글로 된 소설을 읽게 되길 바란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스위스는 작은 영토와 적은 인구수에 비해 독일어, 불어, 이탈리아어권으로 확연히 나뉘는데 이러한 점은 출판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불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23%도 되지 않아 스위스 불어권과 프랑스 출판 시장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번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ImpossibleAdieu)』는 파리의 그라셋 출판사(Edition Grasset)에서 출간했다. 해당 출판사의 해외 부문 책임장인 요아킴 슈네르프(Joachim Schnerf) 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출간했던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그의 최근 작품을 우리가 출판하게 됐다. 사실 생존한 작가 중 많이 알려진 한국 작가로는 황석영 작가와 시인 고은을 꼽을 수 있는데, 한강 작가도 그 반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는 섬세하면서도 정확하게 환상적인 세계로 독자를 인도하는데 그 안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냉혹함도 함께 묘사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아픔의 역사적 사건을 엿볼 수 있다."


< 스위스 불어권 서점 '파요(Payot)'에서 트랜드에 맞춰 소개하는 한국 음식 관련 서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 스위스 불어권 서점 '파요(Payot)'에서 트랜드에 맞춰 소개하는 한국 음식 관련 서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음은 독자들이 도서에 대한 의견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바벨리오(Babelio)에 남겨진 리뷰들이다. "이 소설을 통해 독특하고 약간은 당황스러운 문학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눈이 내리는 분위기도 아주 특별한데 우울함, 외로움, 고통도 가득하나 온화함도 함께 공존한다.", "아시아의 문학의 매력, 시각적, 지각적인 사색, 시와 환상적인 이미지에 접한 몽환적인 이미지를 재발견했다.", "작가는 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의 드라마, 이 정치적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몽환적 세계를 창조했다. 전체적으로 강한 시적 느낌을 준다."

사실 스위스 서점에서 한국 문학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간간이 신경숙, 김영하, 정유정, 한강, 배수아, 김원일 등 작가들의 작품들이 신간으로 소개됐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지난 2021년 독일어와 불어로 번역돼 판매되면서 인기 서적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적 인기몰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과 관련한 서적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 일본, 태국, 인도, 베트남 요리 관련 서적들이 놓였던 자리에 하나둘씩 한국 요리 서적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 여행, BTS, 케이팝, 한국어 관련 서적이 매번 신간으로 소개되는 것에서 스위스 땅에도 한국문화가 점점 더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Rodolph Demol 제공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Babelio 홈페이지,https://www.babelio.com/livres/Han-Impossibles-adieux/1529769/critiques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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