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대중문화에서 방산까지, 한국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12

[언론분석] 대중문화에서 방산까지, 한국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한국과 필리핀 양국은 지난 9월 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 2019년 4월 한-필 수교 70주년을 맞아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는 FTA 추진에 합의했다. 이후 공청회 등 여러 절차를 거쳐 2019년 6월 협상을 개시하면서 양국은 교역 품목, 규제, 원산지 규정, 통관 절차 및 교역 촉진, 경제 및 기술 협력, 법적 및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협상을 진행했다. 양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협상이 지연되는 와중에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섯 차례 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에 따라 한국의 주 수출품인 화물차·승용차(5%)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되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5%)에 대해서도 향후 5년 동안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또한 자동차 부품(3~30%)의 경우 최대 5년 관세 철폐, 플라스틱 제품(5%), 문구류(5%), 가공식품(5~15%)에 대해서는 15년 동안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인삼(5%)·고추(5%)·배(7%)·고등어(5%) 등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15년 동안 관세가 폐지될 전망이기에 필리핀 내 마트에서 한국 농산물을 앞으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기준 필리핀 인구는 약 1억 1400만 명이 넘으며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다. 또한 2022년 기준 한국과 필리핀 사이 무역액은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다. 175억 달러의 무역액 중 한국의 수출액은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세 번째로 많은 액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에는 한국이 10대 전략 핵심 광물로 지정한 니켈, 코발트 등의 매장량이 풍부해 지하자원에 대한 양국 협력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FA-50PH에 탑승한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 출처: 필리핀 대통령궁 유튜브 계정(@RTVMalacanang) >

< FA-50PH에 탑승한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 출처: 필리핀 대통령궁 유튜브 계정(@RTVMalacanang) >


이번 경제협정 체결보다 앞선 지난 2014년 필리핀 정부는 한국 항공우주산업(이하 KAI)로부터 경공격기인 FA-50PH 12대를 구매했다. 한국 공군이 공여한 전투기(F-5A)가 2005년 모두 퇴역하면서 필리핀 공군은 자국 영공을 방어할 수 있는 전투기가 절실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경공격기를 도입했고 2016년부터 실전에 투입 중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3월 7일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은 KAI가 제작한 한국산 경공격기에 직접 몸을 싣기도 했다. 한국이 제작한 비행기에 탑승했던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상에 내려 한국산 경공격기가 필리핀 연안 방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  

중국은 약 90%의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필리핀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한국산 경공격기에 이어 해군 함정 확보에도 나섰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필리핀 역시 공군만이 아니라 해군 역시 전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8월에도 필리핀과 중국은 영해 문제로 설전을 벌였으며 그런 와중에 농구 월드컵에서 양국은 격돌했다. 필리핀의 패배를 언급한 전문가들이 다수였지만 지난 8월의 사건으로 인해 중국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필리핀과 맞붙기 전에 중국은 앙골라를 상대로 1승을 챙겼으나 필리핀은 4전 전패인 상태였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필리핀은 중국을 96-75로 대파하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리핀 정부는 한국산 경공격기에 이어 영유권 분쟁에 맞서기 위해 해군 함정 확보에도 나섰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2,600톤급 호위함 2척을 필리핀에 인도했으며, 이후 3,200톤급 초계함 2척과 2,400톤급 원해경비함(OPV) 6척을 추가로 수주해 한국과 필리핀의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매체에서는 필리핀 해군 현대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이라는 기사를 내걸기도 했다. 기사는 냉전 시대부터 한국이 어떤 식으로 필리핀에 여러 장비를 공여했는지 언급하며 한국이 수주하고 납품한 수상함들에 대한 사실을 적시했다. 또한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을 언급하며 필리핀 해군이 도입하고자 하는 잠수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 수상함은 가성비가 극강(bang for the buck)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한국제 수상함은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도 좋으며, 2028년이 되면 필리핀 해군이 운용하는 전력의 2/3가 한국산일 것이다."라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 배우 김범 이미지 - 출처: 김범 인스타그램 계정(@k.kbeom) >

< 배우 김범 이미지 - 출처: 김범 인스타그램 계정(@k.kbeom) >


한류라는 단어로 시작된 한국 대중문화의 확산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다. 과거 미국 배우나 가수의 한국 방문이 신문이나 방송 1면에 실리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 연예인의 방문이 필리핀 내 매체에서도 비중 있게 언급되고 있으며 이들 연예인을 보기 위해 거액을 지출하는 필리핀인들도 흔한 시대가 됐다. 필리핀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필리핀에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대변되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 나라의 음식과 제품으로 확산됐으며, 이제는 그 관심과 구매가 방산 분야에도 도달했다. KAI가 만드는 경공격기는 필리핀만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태국의 하늘을 수놓고 있으며 한국은 단순히 드라마나 음악만을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앞선 기술을 보유한 나라, 다시 말해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닮고 싶은 나라가 됐다. 앞으로 또 어떠한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질 것인지 기대가 자못 크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필리핀 대통령궁 유튜브 계정(@RTVMalacanang), https://www.youtube.com/rtvmalacanang

- 《한스경제》 (2023. 9. 4). 필리핀, 한국산 경전투기˙잠수함 도입하나, http://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2597

- 《FTA 통합 플랫폼》 (2023. 9. 15). 정식 서명을 계기로 살펴보는 한-필리핀 FTA 및 활용 준비방안, https://fta.kita.net/nttCntnt/view/9335?mnSn=38

- 《navalnews》 (2023. 9. 18). A Korean Expansion: The Future Of The Philippine Fleet,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3/09/a-korean-expansion-the-future-of-the-philippine-fleet/

- 김범 인스타그램 계정(@k.kbeom), https://www.instagram.com/p/CuY00eKy6YA/?hl=ko






조상우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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