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정유정 작가를 만난 이집트 독자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12

정유정 작가를 만난 이집트 독자들


"혹시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고 오신 분이 계신가요?" 사회자의 한국어가 아랍어로 통역되는 순간, 대다수의 참석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집트 문명박물관 렉처홀에서 진행된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 및 <7년의 밤> 낭독회에 참석한 150명의 현지 독자 및 주재국 시민들의 모습이다.

지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의 문명박물관에서는 '2023년 한국문화행사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K-Book: Experience K-Literature' 행사가 열렸다. 해당 행사는 주이집트한국문화원(원장:오성호) 주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것으로 아랍어로 번역된 도서 전시 및 정유정 작가와 만남, 도서 낭독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9일에 있었던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선정된 150명의 현지 독자들로부터 미리 받은 질문들에 대해 작가의 답을 듣는 시간이었다. 통역은 한국 고려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돌아와 카이로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알레 페티 일레와(Alss Fathy Elewa) 교수가 맡았다.


< 이집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정유정 작가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집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정유정 작가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첫 번째 질문부터 작가의 문학적 주제와 세계관을 깊이 묻는 질문이 나왔다. "소설마다 타성이 가득한 세상에 저항하는 작가의 열망이 드러나는 이유, 왜 이것에 치열하게 집중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정유정 작가는 개인의 기질과 가정 환경,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시대적 환경 등을 들며 해당 질문에 답했는데, 이를 통해 이집트 독자들은 소설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아도 작가의 경험에 녹아져 있는 한국문화와 시대적 상황들을 이해하며 작가 및 한국 문학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그 밖에 '악의 3부작'이라고 불리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의 주제인 악과 관련해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이나 주인공들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넣는 스토리 전개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현장에 참석한 독자들이 직접 질문하는 시간에 한 독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다음에 나올 소설 제목과 그 소설의 내용에 대해 스포해 주세요"라며 귀여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독자는 작가의 첫 작품을 묻는 퀴즈에서 작가의 모든 소설 제목을 출간 순서대로 나열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집트 독자들의 질문과 반응에 대해 정유정 작가는 "한국 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놀랐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 낭독회 이후 퀴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집트 독자들 - 출처: 주이집트한국문화원 >

< 낭독회 이후 퀴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집트 독자들 - 출처: 주이집트한국문화원 >


한편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현재 아랍어로 번역된 한국 서적은 52권이며 그중 46권이 문학 장르이다. 아랍어로 번역된 46권의 한국 문학 중 27권이 이집트에서 번역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집트는 아랍어권에서 대중문화 산업의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출판시장도 가장 활발한 곳이다. 매년 1월에는 아랍어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책박람회(International Book Fair)'가 개최되고 있다. 아랍어 번역서 리스트를 보며 주목할 만한 것은 2020년 이후에 번역된 책이 18권으로, 절반 이상의 번역서가 최근 3년간 번역됐다는 점이다. 한류의 영향이 출판산업에까지 이르며 한국 문학의 출간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 독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유정 작가 - 출처: 주이집트한국문화원 >

< 독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유정 작가 - 출처: 주이집트한국문화원 >


"네가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거야." 정유정 작가가 글을 쓰다 지칠 때 생각한다는 영화 <꿈의 구장>의 한 대사이다. "내가 글을 쓰면, 독자들이 와서 읽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 구장에 아랍권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2년에 번역돼 한류 팬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읽히기 시작한 소설의 작가를 섭외한 것은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 독자들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격려를 받으며 한국 문학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제공
- 한국문학번역원 홈페이지, https://library.ltikorea.or.kr/translatedbooks





손은옥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