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조용하지만 꾸준한 런던의 한국 현대미술 모임 '4482'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16

[인터뷰] 조용하지만 꾸준한 런던의 한국 현대미술 모임 '4482'


'4482(사사팔이)'는 2007년도 런던에서 시작됐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 유학생들이 모임의 주축이 됐고 함께 전시를 열었다. 한국과 영국의 국제전화 국가번호인 '+44'와 '+82'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한국과 영국 두 나라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상징한다. 음성통화와 화상통화가 익숙한 요즘이지만 한국과 영국, 나라의 국가번호를 눌러가며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듣던 그 시절의 추억이 그려지며 이 플랫폼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짐작된다. 예술이라는 공통의 관심과 한국인이라는 친밀함을 바탕으로 타지에서 고민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작은 모임은 해마다 런던 템즈 강변에 위치한 OXO 타워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다. 대중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던 문화예술 모임으로는 꽤나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 작가와의 대화(Artist Talk)가 열린 옥토버 갤러리(October Gallery) - 출처: 통신원 촬영 >

< 작가와의 대화(Artist Talk)가 열린 옥토버 갤러리(October Gallery) - 출처: 통신원 촬영 >


코로나19 이후 멈춤의 시간을 지나 변화를 모색하는 '4482'는 가윤 앤더슨(Kayoon Anderson) 작가와의 대화(Artist Talk)를 열었다. 현장에 참여해 작가의 작품과 '4482'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의 중심 블룸스버리(Bloomsbury)에 위치한 옥토버 갤러리(October Gallery)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조용히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는 가윤 앤더슨(Kayoon Anderson) 작가와 경청하는 참석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는 가윤 앤더슨(Kayoon Anderson) 작가와 경청하는 참석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가윤 앤더슨 작가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하프 코리안(Half Korean)이다. 학부 과정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최근 회화 작업에 집중해 인물화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며 '평온과 조화(Calmness & Balance)'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강조했다. 또한 한국 전통회화인 '문방도'와 중세 고딕의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Giotto di Bondone)의 회화를 탐구해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해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각을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유년 시절의 문화적 경험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 보였다. 작가가 초상화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방식은 굉장히 건축적이다. 최근에는 유년 시절 사진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먼저 인물의 이미지를 선택한다. 선택한 이미지와 선택된 여러 오브제를 화면에 배치하고 색의 분위기를 선택한다. 이 모든 과정은 포토샵으로 진행되는데 최종적으로 완성된 이미지는 일종의 건축 도면인 셈이다. 그 도면을 바탕으로 회화를 완성한다. 색과 패턴을 사용해 시공간을 분리하고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데, 재미있게도 그가 선택한 색의 조화로 인해 어지러운 시공간의 이미지가 차분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로 완성된다.


< (좌)Childhood Scene in Pink, 100x100, 2022, (우)NFS Marry Go Round, 100x100, 2022 - 출처: 가윤 앤더슨 작가 홈페이지 >

< (좌)Childhood Scene in Pink, 100x100, 2022, (우)NFS Marry Go Round, 100x100, 2022 - 출처: 가윤 앤더슨 작가 홈페이지 >


작가의 작업만큼 차분한 설명 끝에 몇몇 질문이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작가와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작가의 발표가 끝나고 플랫폼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선 큐레이터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플랫폼의 초기 형태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모여 영국 런던에서 전시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에 있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기획력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함께 모여 하는 전시의 성격을 넘어 기획자나 이론가들과의 협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갔어요. 현재는 서로 다른 경험과 직업을 가진 5명의 구성원이 모여 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전시 이외에 대중과 혹은 작가들과 소통할 기회를 찾았고, 네트워크 파티나 작가와의 대화 같은 이벤트들을 벌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점점 변화하는 세상, 새로운 세대와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제도로 운영되는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면서 고정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저희가 벌이는 행사를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변방의 씬이라 할 수 있겠으나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며 새로운 존재방식을 모색해 가는 한국 현대미술 플랫폼이 반가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앞으도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가윤 앤더슨(Kayoon Anderson) 작가 홈페이지, https://kayoon.co.uk/
- 4482 공식 홈페이지, https://www.4482.co.uk/





이윤지

성명 : 이윤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전 전시코디네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운영팀, 마스터플랜 필진 KT&G 상상마당,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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