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남동부 지진 피해 지역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거지원 준공식 진행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17

[문화정책/이슈] 남동부 지진 피해 지역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거지원 준공식 진행


지난 2월 6일 4시 17분,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 가지안테프(Gaziantep)와 카흐라만마라쉬(Kahramanmaraş)주 경계 사이에서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히로시마 원폭 32개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었다. 지진의 위력은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 11개 주를 뒤흔들 정도로 컸다. 카흐라만마라쉬, 가지안테프, 하타이, 아드야만, 디야르바크르, 샨르우르파, 말라티야, 아다나, 오스마니예, 킬리스, 엘라즈주까지 시민들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한 대지진이어서 사상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 성난 지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본진 이후 규모 7.5, 규모 6.7, 규모 6.0 세 차례 지진이 연이어 더 발생했다. 시리아 국경까지 영향을 끼쳤던 이번 대지진으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서만 5만 78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2월 지진 발생 7개월, 통신원이 돌아본 하타이주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3년 2월 지진 발생 7개월, 통신원이 돌아본 하타이주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진이 발생한지 7개월이 지나고 통신원은 피해가 가장 컸던 하타이주와 오스마니예주를 다시 찾아가 봤다. 눈 안에 들어온 도시 모습은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폐허로 변해 있었다. 도시 전체는 계속되는 철거 속에서 예전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유서가 깊었던 하타이 도시 전체가 지진으로 그 자취를 감췄다. 복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타이 도시 건물 80%가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모래와 흙이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세계 각국 한인회에서 후원한 지진 이재민 컨테이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 세계 각국 한인회에서 후원한 지진 이재민 컨테이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진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대지진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지진 난민이 된 이들은 최소 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500만 명의 시민들이 도시를 떠났고 227만여 명의 시민들은 아직도 텐트나 컨테이너에 머무르면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경과 이념을 넘어 전 세계 여러 NGO 단체들까지 나서서 곳곳에 컨테이너 마을을 조성하고 있지만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통신원이 돌아본 몇 곳의 컨테이너 마을들은 국가와 지원 단체에 따라 컨테이너 규격이 달랐다. 큰 곳은 싱크대와 화장실을 갖춘 5~6명 정도 머물 수 있는 곳이었고, 작은 컨테이너는 2명도 머물 수 없는 작은 곳이었다. 세계 각국 한인회에서 후원한 컨테이너들도 눈에 띄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고마움을 느꼈다.


< 하타이주(좌)와 오스마니예주(우)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거지원 준공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하타이주(좌)와 오스마니예주(우)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거지원 준공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음으로 통신원이 향한 곳은 지진 피해 지역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거지원사업 준공식이 열리는 오스마니예 지역과 하타이 지역이다. 지난 2월 남동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우리 교민들로 구성된 '튀르키예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사업회'는 지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참전용사들의 안전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전 세계로에서 지진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물자가 들어올 때 해당 기념사업회는 일반 지진 이재민들과는 구별해 지진 피해를 입은 남동부 지역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찾아가 무너진 주택을 새로 지어 주는 주택지원사업 프로젝트를 펼쳤다.


< 지진으로 붕괴된 하타이 지역 참전용사협회 건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 지진으로 붕괴된 하타이 지역 참전용사협회 건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 과정은 절대로 쉽지 않았다. 대지진 참사로 아비규환이 된 남동부 지역 현장들을 돌면서 이제는 평균 연령이 94세를 모두 넘긴 노령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피해 상황을 일일이 알아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가 대지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발 빠르게 조사하고 준공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각 행정구역마다 있는 지역 참전용사 협회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튀르키예에는 81개주 내 작은 읍, 면, 동마다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한 참전용사협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협회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온 노병들이 일을 맡아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참전용사들이 세상을 떠나 이제 그 자리는 키프로스 참전용사가 채우고 있다.

2009년 11월에 창립한 '튀르키예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사업회'는 이번 대지진 때도 남동부 지역 협회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킹을 통해 피해 상황을 재빠르게 점검해 나갔다. 조사한 결과, 붕괴 정도가 심각해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곳은 주택 3곳과 하타이 지역 참전용사협회 사무실 1곳이었다. 주택 6곳은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지진으로 도로와 공항 등의 시설이 파손돼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이스탄불에서 남동부 지역까지 차량으로 직접 운반해 실어 나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준공식을 다 마치기까지 필요한 공사 자재들을 싣고 이동한 거리만 3,500㎞에 달한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10회를 오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사업회는 2월 모금을 시작해서 11월까지 총예산 3억 원(23만 불)을 가지고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통신원이 참석한 준공식 현장은 말 그대로 동네잔치 분위기였다. 새 주택을 받은 참전용사 가족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73년이 지났음에도 아버지의 희생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한국의 형제들이 새 집까지 선물로 지어 주었다."며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통신원이 먼저 찾은 오스마니예주 준공식장에서는 34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살아온 참전용사의 미망인이 "새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며칠 밤을 잠도 안 자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며 행복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타이 지역 준공식 현장도 축제 분위기인 것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고인이 된 참전용사 가족들은 준공식 행사장에 참석한 손님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대접했다. 하타이 지역에서는 한 동네에 사는 두 사촌 형제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더했다. 2017년 두 사촌 형제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생존한 참전용사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통신원 역시 대한민국 국민 중에 한 사람으로 노병을 찾아뵙고 우리나라를 지켜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 유영선 팀장이 준공식 행사 후 공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유영선 팀장이 준공식 행사 후 공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준공식 전까지 참전용사 가족들이 머물렀던 천막 - 출처: 통신원 촬영 >

< 준공식 전까지 참전용사 가족들이 머물렀던 천막 - 출처: 통신원 촬영 >


기념사업회에서 전체 공사를 맡고 있는 유영선 팀장은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택지원사업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면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지진이 발생하고 이들을 처음 찾아갔을 때는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을 바로 옆에 두고 천막 안에 머물면서 망연자실한 채 살고 있었는데, 참전용사 가족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크게 느끼게 된다고 했다. 기념사업회가 2022년부터 시작한 튀르키예 한국전쟁 참전용사 주택지원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가고,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나눠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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