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눈에 띄게 변화한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0.31

눈에 띄게 변화한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


10월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국경일 행사가 열렸다. 튀르키예에서 국경일 행사는 대사관 주최로 대사관이 위치한 수도 앙카라에서, 총영사관 주최로 재외 동포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스탄불에서 각각 열리는데 이번에 통신원은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다녀왔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대규모 공식 환영 행사는 큰 연회장이 있는 호텔에서 개최됐다. 그런데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는 예년과는 달리 세르모던 현대 미술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와 OST를 감상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와 OST를 감상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국경일 행사가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뜨리고 현대 미술관에서 개최된다는 공지를 받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아갔다. 행사장은 마치 거대한 우주 문화 공간 안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무대 중앙에 세워진 대형 스크린에서는 <태양의 후예>와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이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의 영상과 함께 OST가 흘러나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참석자들은 음악과 영상이 주는 심미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우아한 관람객이 돼 그날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 국경일 행사 리셉션에서 소개된 한식 메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국경일 행사 리셉션에서 소개된 한식 메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저녁 시간에 맞춰 시작된 리셉션 코너에서 행사 참석자들은 떡과 잡채, 김밥과 떡볶이, 닭강정과 프라이드 치킨 등 K-푸드의 맛을 다양하게 즐겼다. 한 참석자는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과 달콤한 닭강정을 모두 시식해 본 후 "하나의 재료로 여러 가지 맛을 내도록 개발한 K-푸드는 입맛에 따라 어른이나 아이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식을 접한 감상평을 전했다.


<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가 부락 외교부 1차관 및 주재국 귀빈들과 함께 K-드라마를 감상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가 부락 외교부 1차관 및 주재국 귀빈들과 함께 K-드라마를 감상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행사에 부락 악차파르 외교부 1차관과 아틸라 토로스 이민청장, 국방부 국방안보 차장(준장) 주재국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재 외교단과 주요 인사, 언론인 등 650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국경일 행사는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의 환영사를 제외하고는 사회자의 특별한 안내 없이 다음 순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대사는 환영사에서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는 6.25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피를 나눈 형제 국가로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 없이는 지금의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다시 한번 참전용사들에 대한 헌신과 희생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2022년에는 아시아와 유럽 동서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1915 차나칼레 대교를 한국의 기술로 완공했고, 2023년 2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한국은 튀르키예 곁에서 한 형제의 마음으로 긴급구호대를 파견하고 컨테이너촌 한국 마을을 세워 지진 이재민들과 함께 고통을 함께 나눴다."면서 양국 간의 우정을 강조했다.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별히 마련된 공간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거장이라는 뜻을 지닌 마에스트로 공연과 작품 전시회가 진행됐다. 'K-마에스트로'는 세계적으로 높아진 K-컬처의 위상에 발맞춰 무형의 예술인 전통음악과 유형의 예술인 공예를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져 만든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국경일 행사 참석자들은 공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판소리를 주제로 한 '화연'은 해학과 풍자로 서민들의 삶을 그려낸 판소리와 매듭 공예를 접목시켰다. 소리꾼의 구성진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인생살이는 각기 다른 형태로 엮어지고 풀어지는 수천 개의 꽃 매듭으로 표현됐고, 삶의 희로애락은 굽이굽이 오르는 언덕으로 연출됐다. 연주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독주 음악 양식인 산조의 공간은 '파동'으로 명명됐다. 공간 디자이너 류창성 씨와 협업 공예가 김지선(패브릭), 김한주(금속) 씨가 함께 디자인한 이곳은 가야금과 장구를 큰 그릇 안에 담는 상상 속의 씨실 날실이 엮인 듯한 구김 있는 패턴으로 연출됐다.


< 'FL4C'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수상팀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 'FL4C'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수상팀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판소리 공연이 끝나자 올해 국경일 행사 피날레인 'FL4C'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수상팀 공연이 이어졌다. 'FL4C'은 2023년 KBS 주관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튀르키예 결선에서 2등을 수상한 팀이다. 'FL4C'은 2022년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 1위에 오른 블랙핑크의 <Pink Venom>와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를 선보였다. 국경일 행사는 마치 여러 공연과 전시회를 한자리에 합쳐 놓은 종합예술 같았고, 확 달라진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튀르키예 주요 일간지 《Hurriyet(휴리옛)》이 국경일 행사에 관심을 보이며 행사 전체를 취재했다.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에서 앙카라 지역 한글학교 학생들이 애국가와 튀르키예 국가를 합창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에서 앙카라 지역 한글학교 학생들이 애국가와 튀르키예 국가를 합창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국경일 행사에 벌써 스무 번 넘게 참석하고 있다고 전한 앙카라 지역의 한 교민은 20년 전과 오늘의 국경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국경일 행사는 대사님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20년 전에는 외국인들에게 국경일 행사를 소개하는 의전 중심의 행사였다면 지금의 국경일 행사는 우리 교민들이 중심에 있고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전통음악과 같은 한국문화를 행사에 접목하면서 국경일 행사가 마치 축제처럼 달라졌습니다. 2022년부터는 한글학교 학생들이 애국가와 튀르키예 국가를 함께 부르면서 일 년 중 꼭 참석하고 싶은 행사로 바뀌었습니다."라며 이날의 감동을 전했다.


< 통신원과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가 사진을 함께 찍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통신원과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가 사진을 함께 찍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취재 도중 이원익 주튀르키예대한민국대사가 통신원에게 포토존으로 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순간 당황하기도 했다. 이날 국경일 행사에서 받은 감동은 더 있었다. 국경일 행사에 초대를 받은 튀르키예 환경단체 체쿠드(CEKUD) 대표가 통신원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준 것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21년 안탈리아주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국내외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범국민적인 묘목 기부 운동을 벌여 15만 그루를 체쿠드에 기부했다. 해외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많은 묘목을 기부해 환경 단체에서 한글로 된 감사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띄우기도 했다. 당시 통신원은 방송사 기자로 체쿠드 알리 푸사티(Cekud, Ali Pusati) 기관 대표와 수시로 연락해 한국인들의 묘목 기부 현황을 취재한 바 있다. 그 후 2년이 지났는데도 통신원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것이다.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장에서 만난 체쿠드(CEKUD) 환경단체 알리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3년 튀르키예 국경일 행사장에서 만난 체쿠드(CEKUD) 환경단체 알리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알리 대표는 "국경일 행사를 포함한 다른 큰 행사에도 대사관 초청으로 참석하고 있다."면서 "형제 국가로서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일들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특히 "2023년 2월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한국은 서둘러 긴급 구호팀·구조팀을 보내 지진 이재민들을 도왔고, 이후에는 컨테이너촌 한국 마을까지 세워 이재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고 말했다. "대사관 행사에 참석하면서 한국이 튀르키예를 위해 하는 이 모든 일들을 직접 보게 된다."면서 "한국과 튀르키예의 우정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3년 국경일 행사가 단순한 외적 변화를 넘어, 현지인들은 물론 우리 교민들의 마음까지도 감동하게 하는 행사로 눈에 띄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경일 행사를 통해 앞으로 감동하고 감사하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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