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 발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02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 발간


김혜순 작가는 1955년 경북 울진 태생으로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간 후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시와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했다. 이듬해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 『도솔가』 등의 시를 발표했다. 1998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혜순 작가의 작품은 이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출간됐으며 특히 『죽음의 자서전』은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다. 또한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RSL)가 선정한 12명의 국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 작가 그룹은 영국 왕립문학협회가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 2020년에 시작한 새로운 수상 프로그램으로 영어로 작품을 출간한 전 세계 작가들의 기여와 문학의 힘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했다.


< 폴란드어로 발간된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 - 출처: 비우로 리테라츠키에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

< 폴란드어로 발간된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 - 출처: 비우로 리테라츠키에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


지난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폴란드 북쪽의 항구도시인 코워브제크(Kołobrzeg)에서 열린 '트랜스포트 리테라츠키 28 (TransPortLiteracki 28)'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다양한 분야(문학, 응용 그래픽, 영화, 만화, 멀티미디어, 음악, 연극 및 무대 미술)와 결합하며 진행됐다. 올해 열린 제28회 행사에는 약 150개의 프로그램이 포함됐으며 전 세계 10개국 70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행사 역사 최대로 개최됐다. 특히 올해부터 3년간 폴란드 문화재부 독서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지원금을 받게 됐다. 더불어 한국문학번역원, 바르샤바 헝가리문화센터 등 파트너의 지원을 받았다.

2022년 행사가 'Trans'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Port'가 재해석됐다. 'Port'는 반대 의미를 지닌 '정박'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의 '이동'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이에 이번 행사는 'Trans-porto, porta-ae(도어, 게이트)'라는 슬로건으로 '문화와 문학의 변형 및 힘에 대한 대화'를 주제로 삼았다.

"『죽음의 자서전』에 실린 여러 시는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언급하는 것 같은데 혹시 누군가의 죽음의 흔적에서 영감을 받았나요?"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은 『죽음의 자서전』이지만 죽은 자의 흔적을 찾는 책은 아닙니다. 사실 죽은 자에게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서전은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죽음의 기록입니다. 시인은 끊임없이 '죽음'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러 번 죽음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저는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죽음이 갖는 리드미컬한 성질을 포착했습니다. 내가 죽은 후에 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죽음'은 엄연히 개인적인 차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한국에서 일련의 집단적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지 않았습니까?"라며 반문했다.

이어 작가는 "『죽음의 자서전』은 시인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억압된 감정의 작품이자, 모든 비극적 사건의 상처에서 고름처럼 분출하는 성급한 말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죽음의 자서전』을 폴란드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리듬'을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김혜순 작가는 "시의 리듬은 시의 요소입니다. 시의 리듬은 시를 구체화시키는 것입니다. 리듬은 시인이 받아들이고 지속하는 것입니다. 시는 궁극적으로 삶의 시작에서의 리듬, 입을 벌린 이미지, 모음 소리와 공명하는 리듬을 불러일으키려고 합니다. 이것이 시입니다."라고 말했다.


< 트랜스포트 리테라츠키 28(TransPort Literacki 28)에 참석한 김혜순 작가 - 출처: 비우로 리테라츠키에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


< 트랜스포트 리테라츠키 28(TransPort Literacki 28)에 참석한 김혜순 작가 - 출처: 비우로 리테라츠키에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

< 트랜스포트 리테라츠키 28(TransPort Literacki 28)에 참석한 김혜순 작가 - 출처: 비우로 리테라츠키에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


『죽음의 자서전』은 죽음과 환생에 49일이 걸린다는 불교에 근거해 49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인물, 하나의 개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날마다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이러한 형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죽음을 설명하는 문법적 인물은 누구입니까? 돌아가신 어머니,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의지 강한 젊은이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문법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불러야 할까요? 내 죽음을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특정한 문법적 인물의 관점에서 죽음을 설명할 수 없어 '너/너'에 다가갔습니다. 나는 죽으면 더 이상 개인으로 존재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의 죽음은 '나'를 더 이상 '나'가 아닌 존재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는 고유명사로 살고 있지만, 죽은 뒤에도 형용사나 부사의 형태로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한 세계에는 고유명사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소유자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나'나 '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서정적 주제로 삼아 시의 리듬은 '나'가 없는 곳, '나'가 아닌 다원적 존재를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비우로 리테라츠키에(biuroliterackie)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iuroliterackie.pl/

- 비우로 리테라츠키에(biuroliterackie) 페이스북 계정(@BLiterackie),

   https://www.facebook.com/BLiterackie






김민주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시 50+ 해외통신원 현) 라이언 브리지 현지화 테스터 Lionbridge LQA t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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