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조선후기 책거리를 통한 문화교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06

조선후기 책거리를 통한 문화교류


지난 5일 캐나다 온타리오 도시 해밀턴(Hamilton)에 위치한 맥매스터 대학(McMaster University)에서 흥미로운 워크숍이 열렸다. '창작 워크숍(Creative Workshop): 한국 책거리 그림을 통한 문화 상호 간 감상(Intercultural Appreciation Through Korean Chaekgeori Paintings)'으로 소개된 이 행사는 맥매스터 대학 내에 있는 맥매스터 아트 뮤지엄(McMaster Museum of Art)에서 이루어졌다워크숍은 11명의 참가자들이 박물관 교육담당자(Senior Education Officer)인 니콜 니브(Nicole Knibb)와 함께 다양한 시대의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니콜 니브는 "수채화와 조각 등 아티스트들이 창조한 예술 작품 자체로도 무척 소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아티스트들이 중요하고 소중하게 여긴 관념과 이념이 투영된 것이 바로 예술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물건이 표현하는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박물관 소장실에서 살펴본 여러 작품과 물건의 의미 - 출처: 통신원 촬영

< 박물관 소장실에서 살펴본 여러 작품과 물건의 의미 - 출처: 통신원 촬영 >


본격적인 워크숍은 지니 경진 김(Jeannie Kyungin Kim) 강사의 책거리(chaekgeori)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거리'가 물건들(Things)을 의미하기 때문에 '책거리'는책과 여러 물품을 그린 조선 후기 정물화를 일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거리 슬라이드를 여러 장 보여주었는데, 조선시대의 색깔과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화려한 색과다양한 물건이 있었다. 강사는 참가자들의 책상 위에 미리 놔둔 책거리 그림을 펼쳐 보고 서로의 파트너에게 이를 묘사하라고 했다. 색, 구조, 그리고 작은 물건에 이르기까지말로 설명하기 무척 어려웠지만, 책거리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함으로서책거리가 지닌 큰 특징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조선 후기에는 서양 물건이라고 알려진 안경을 비롯해 책, 꽃병과 같은 물건들이 그림 속에 배치돼 있었고, 흔히 한국화로 알려진 수묵화에 사용되는 검은색과 하얀색이 아니라붉고 푸른 원색들이 가득했다. 강사는 "정조 때부터 유행했다는 책거리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세로 3단 또는 4단의 서가에 각종 서책과 물건들이 세밀하게 보이며, 서양화의 시점과 구도, 채색 기법이 적용돼 조선 후기 당대의 보편적인 미의식과 문화적 특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언급헀다.

 

이응록의 책거리 병풍 그림 - 출처: 강사 제공

< 이응록의 책거리 병풍 그림 - 출처: 강사 제공 >

 

지니 김 강사가 책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니 김 강사가 책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책책거리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재료로 자신들의 책거리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의 물건들을 직접 큐레이팅하기 전에, 강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문화'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려보고 옆에 사람과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어떤 이는 나무뿌리를 그려 "문화는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을 표현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음식, 영화와 같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후 강사는 조선 후기 책거리가 당대의 특징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듯, 참가자들이 직접 선별한 책과 물건들을 큐레이팅해 자신이 가진 문화와 가치를 표현하도록 했다.


책상 위에는 다양한 색과 질감, 패턴의 작은 종이와 화려한 물건들이 그려진 종이, 자, 가위, 풀이 있었고특히 한자와 한글이 섞여 있는 한지가 있어책거리의 분위기를 풍겼다. 11명의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선택으로 자신만의 서가를 꾸미기 시작했다. 맥매스터 대학 박물관에서 이루어졌지만학생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지역 아티스트, 직장인, 주부 등도 참여했다. 손녀와 할머니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참여 이유로 "박물관과 아트에 관심이 있어서.", "창작 아트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해 기대돼서."를 꼽았다. 그중 세 명의 학생들은 케이팝을 무척 좋아하는 대학생으로, 작업하는 내내 케이팝을 흥얼거리거나 실시간으로 케이팝 관련 뉴스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인인 통신원에게도 새로운 장르인 책거리가 캐나다인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바이올린, 꽃병, 신발, 인형, 음식 등 다양한 물건들을 자신들의 서가에 배치하고 있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해 감탄하고조언하기도 하며 3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갔다.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책거리를 직접 큐레이팅하고 설명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책거리를 직접 큐레이팅하고 설명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신들이 직접 만든 책거리를 선보이고 있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신들이 직접 만든 책거리를 선보이고 있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조선시대 정물화의 주인공이 책과 문방용품과 같은 물건들이라는 것도 신기했지만, 당시 학자들의 서재를 그려낸 책거리가 양반의 신분과 계급의 차별성을 표현하고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책과 화려한 수집 물품을 통해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물건을 수집했는지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니 김 강사는 캐나다 대학에서 미술을 배웠지만, 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에서의 추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표현하는 그림과 예술 작품 속에서 한국의 문화적 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또한 책거리 연구와 워크숍을 통해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회화에 대해 알려주고 싶을 뿐만 아니라, 책거리라는 장르를 통해 물건이 담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서로 연결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늘처럼 대학 박물관뿐만 아니라 캐나다 곳곳의 공공 도서관과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책거리 그림이 보이고 들리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서재를 꾸미고 소통하며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강사 제공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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