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휘모리장단에 "올레(Óle)"를 외치다, 그루브앤드(Groove&)의 마드리드 공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10

휘모리장단에 "올레(Óle)"를 외치다, 그루브앤드(Groove&)의 마드리드 공연


여성 재즈 아티스트 페스티벌 '페미나재즈(Feminajazz)'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페미나재즈(Feminajazz)'는 재즈계 여성 아티스트들의 놀라운 재능과 열정을 관객들에게 보다 더 가깝게 알리고자 시작됐다.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해당 페스티벌은 콘서트뿐만 아니라 청소년 재능 경연 대회, 세미나 및 콘퍼런스, 어린이 프로그램, 미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포함한다. 마드리드 21개의 동네에서 열려 음악 축제 이상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연주의 장이자, 음악적 혁신의 만남의 장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페스티벌에 한국의 퓨전 국악 그룹 그루브앤드(Groove&)가 초청돼 무대를 꾸몄다. 한국 그룹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며, 올해 참여 그룹 중 유일한 외국 그룹이기도 하다. 그루브앤드(Groove&)는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서 타악을 전공한 김하경, 손민주, 이상경으로 이루어진 타악 앙상블이다. 2016년에 결성된 이들은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에서 인정받은 그룹으로, 2022년에는 포르투갈 월드뮤직엑스포(World Music Expo) 및 캐나다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eal)에서 성공적으로 국제 무대 데뷔를 마쳤다. 이번 마드리드 공연은 부르고스(24일), 과달라하라(26일)에 이은 마지막 스페인 공연으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 제5회 페미나재즈(Feminajazz)에서 선보인 여성 타악 앙상블 그루브앤드(Groove&)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제5회 페미나재즈(Feminajazz)에서 선보인 여성 타악 앙상블 그루브앤드(Groove&)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10월 27일 공연 당일 300여 석의 까릴 데 꼰데 문화센터(Centro Cultural Carril del Conde) 콘서트장은 만석이었다. 여느 다른 한국문화 이벤트보다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특히 다수의 중장년층 관객이 눈에 띄었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콘서트장을 들어선 마르타(Marta, 75) 씨는 이번 콘서트에 온 이유를 묻자 "한국문화원의 소식지를 받아 보고 있으며, 너희들 문화의 큰 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한국 클래식, 전통음악 공연을 관람했으며, 항상 갈 때마다 수준 높은 공연에 감탄하고는 했다."고 전했다. 그 옆의 세 중년의 친구들은 먼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한국이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나라가 된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내년 한국 유학을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나탈리아(35) 씨는 <꽃보다 남자>로 한류의 세계로 진입한 원조 한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최근 접하기 힘들었던 수준 높은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현지에서 많이 접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내는 현지 관객들과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내는 현지 관객들과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상모돌리기로 무대를 시작한 이들은 운라, 박, 양금, 징, 꽹과리, 바라와 같은 다양한 타악기를 사용해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그루브앤드 리더 이상경은 서툴지만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쾌하게 유도하고, 자신들의 음악을 관객들이 잘 즐길 수 있게 도우며 공연을 이어갔다. 특히 관객들에게 악기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얼씨구', '좋다'와 같은 추임새를 가르쳐 줬다. 스페인의 플라멩코 공연에서 관객들이 "올레(Óle)" 외치며 무대에 반응하는 것처럼, 관객들이 흥이 오를 때 언제든 추임새를 넣어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사실 그동안 여러 기관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전통 및 퓨전 공연들이 현지에 소개됐는데, 이때 관객들이 한국의 전통공연 에티켓을 잘 알지 못해 느끼는 흥을 다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관객들에게 한국의 추임새를 알려주고 흥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추임새를 통해 마음껏 흥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줌으로써 언어가 통하지는 않는 관객들과도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휘몰아치는 장구의 장단이 공연장을 터트릴 듯 가득 메우고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을 환호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처음으로 위 공연을 찾은 이들 중에는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악기를 처음 접한 이들도 있었는데, 한 중년 남성은 "장구의 장단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꼭 앨범을 구입해야겠다."며 많은 이들 뒤로 줄을 섰다. 이 남성뿐만 아니라 무대에 감동을 받은 많은 이들이 앨범을 구입하고 멤버들에게 직접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 모두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며 그 여운을 곱씹었다. 그루브앤드의 무대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타악기를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악이 새로운 실험과 젊은 도전 정신을 만나면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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