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스페인을 무대로 활동하는 국악 크로스 오버 그룹, '이사랑 그룹'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2.11

[인터뷰] 스페인을 무대로 활동하는 국악 크로스 오버 그룹, '이사랑 그룹'


순수예술 분야 세계 무대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활약은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클래식 연주, 성악, 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의 명성과 인기는 스페인에서도 높다. 이는 유·무료 스페인 공연의 꽉 찬 관객석이 증명한다. 한류의 인기와 순수예술 분야 아티스트의 활발한 세계 무대 활동만큼이나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스페인에서 젊은 아티스트의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된 한국 전통음악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국악을 바탕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음악을 접목한 이들의 무대를 통해 한국 전통 음악은 지평을 넓히며 국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스페인 플라멩코와 같은 전 세계의 여러 음악과도 조화를 이루는 전통 음악 무대의 무궁한 창조성은 감탄을 자아낸다.

국악 관련 현지 공연은 주로 한국 기관의 도움이나 초대를 통해 성사되기 마련인데, 스페인에서 관련 기관의 도움이나 지원 없이 꾸준히 활동하며 국악인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국악인이 있다. 2017년 한국경제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국악 부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은애 씨와 그녀가 이끄는 '이사랑 그룹(El grupo LEE SARANG)'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마드리드 왕립 고등음악원 연주실에서 한국 악기를 연습하는 '이사랑 그룹'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마드리드 왕립 고등음악원 연주실에서 한국 악기를 연습하는 '이사랑 그룹'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은애 씨는 한국 식품의 수출을 위한 박람회에서 수년간 통역으로 참가한 인연으로 스페인 회사에 스카우트돼 경제인으로서 스페인에 정착했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거주하는 도시의 행사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악인의 길을 꿋꿋이 개척해 온 그녀는 살라망카의 룸브랄레스(Lumbrales) 시의회와 협력해 개최한 '세계 문화의 날’ 행사로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음악, 요리, 공예 및 영화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인도, 마다가스카르, 페루의 문화에 한 층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조직한 해당 행사는 지역 신문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한국의 전통 음악 공연과 한식 시식 행사를 통해 한류의 인기가 높은 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한 도시에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은애 씨는 "국악은 그 어떤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이며, 어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서 직접 공연하며 그 무한한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은애 씨는 '이사랑 그룹'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비올라 연주자이자 마드리드 왕립 고등음악원 전임교수 다비드 알레그레(David alegre)를 2022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보시우(Vosiwo)에서 처음 만났다. 보시우(Vosiwo)는 가수, 보컬 트레이너 및 연주자, 지휘자 등 새로운 음악을 경험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 행사로 자신의 기존 영역을 넘어 다른 국가의 전통 음악 등으로 음악적 세계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이은애 씨는 시조창을 알리고 가르치기 위해 해당 행사에 참가했다. 바리톤을 부전공으로 한 다비드는 시조창 수업의 제자로 그녀와 처음 조우했다. 시조창을 듣는 순간 "이거다!"하며 전율을 느꼈다는 다비드. 그가 걸어온 음악 세계와는 전혀 다른 음악과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고 한다. "아마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라며 웃는 다비드의 모습에서 국악에 대한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다비드는 가야금 및 시조창을 꾸준히 배우고 있는데, 이은애 씨가 선물한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그의 솜씨는 단 몇 개월 만에 이뤄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또한 다비드의 응원과 도움으로 이은애 씨는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 고등음악원에 재입학해 성악을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으로 한 팀이 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가 된 둘이다.

2022년부터 '이사랑 그룹' 편곡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다비드는 2023년부터 연주 멤버로 무대에 함께 오르고 있다. 편곡 작업에 유능한 다비드는 시조창이나 경기 민요를 피아노나 비올라 반주에 어우러지게 편곡해 동서양의 음악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2023년 스페인 테네리페(Tenerife)에서 까하 까나리아(Caja canaria) 재단이 주최하는 국제문화 축제에 초청받아 새타령 및 시조창과 같은 국악을 알린 것은 물론, 국악을 가미한 까나리아 지방의 민속음악 '호따(Jota)'를 선보였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현지인들이 공연을 찾았고, 큰 환호와 박수로 그들의 공연에 화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타지에서 기관의 도움 없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꾸준히 활동하는 크로스 오버 국악 그룹은 흔치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잘 버무려 맛깔나는 음악 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사랑 그룹'. 가야금을 배우고 테너를 공부한 비올린 연주자가 시조창을 읊고, 전통 국악인의 길을 걸어온 국악인이 성악을 공부하는 그룹이 그려낼 그 다양한 무대와 시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보시우(Vosiwo) 홈페이지, 

   https://ireneshams.com/vosiwo-2022/

- 《문화저널21》 (2018. 4. 12). 이색 밴드와 더 이색적인 공연 선보이는 이은애, 

    https://m.mhj21.com/113177

- 《Salamanca RTV al Día》 (2022. 5. 14). Gran acogida en Lumbrales a la 'Jornada de Acercamiento a las Culturas del Mundo', https://salamancartvaldia.es/noticia/2022-05-14-gran-acogida-en-lumbrales-a-la-jornada-de-acercamiento-a-las-culturas-del-mundo-296306




정누리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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