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카자흐스탄 내 한글 마케팅 동향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2.29

카자흐스탄 내 한글 마케팅 동향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한글로 쓰인 간판이 눈에 띈다. 치킨, 라면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꽤 많아졌다. 특히 아스타나에서 한국 치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새로운 맛, 특히 매운맛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한국의 양념치킨은 라면과 함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다. 더불어 한국 제품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식료품부터 화장품, 옷, 자동차까지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 브랜드와 그 종류는 상당하다. 한국 제품은 특히 품질이 좋기로 소문이 나 인기가 많은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간판을 걸고 한국 제품만을 취급하는 상점을 찾아가야 했다.

현재는 동네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에서도 한국 라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판매가 일반화됐으며,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고추장이나 간장, 참기름 등 한국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는 된장이나 쌈장 등 카자흐스탄 국민이 쉽게 다룰 수 없는 장류까지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10만 여명의 고려인들 때문일까. 전체 카자흐스탄 인구의 0.6%에 불과한 고려인들의 수요를 위해 슈퍼마켓에서 한국 식료품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한국 음식의 인기를 방증하는 변화라 볼 수 있겠다.

일찍이 한국의 도시락 라면은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입 및 유통된 여러 한국 라면을 볼 수 있는데, 그 틈에서 한국 회사의 제품이 아닌데도 한글로 '라면'이라고 기재한 현지 식품 회사에서 만든 라면이 눈에 띈다. 어떤 라면에는 포장지에 태극기의 문양을 넣기도 했다. 라면뿐만 아니라 과자 봉지에도 한글을 사용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과자 봉지에는 'мясо по Корее(한국의 고기)'라고 쓰여 있고 그 아래에는 한글로 '대박'이라고 적혀 있다. '대박'은 아마도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에 인용했으리라 생각된다.


< 카자흐스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포장지에 한글이 표기된 제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카자흐스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포장지에 한글이 표기된 제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한글 표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글로 쓰인 문구로 현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아는 사람은 그 제품에 관심을 보일 것이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국의 맛이라고 생각해 그 제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한글로 쓰인 간판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어 혹은 러시아어로 표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카자흐어와 한국어를 함께 적거나 한국어를 더 크게 부각시키는 간판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전에는 한글로 쓰인 간판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나 식당에서만 사용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뿐더러 그렇게 함으로써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업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수의 현지 사업체가 한글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선보이고 있다. 꼭 한국에서 생산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한글을 활용하면 소비자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라면, 화장품, 생필품에 한글을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맞춤법이나 표현이 틀린 것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ㅅ(시옷)'을 거꾸로 붙인 간판이 발견되기도 한다.


< 태극 문양과 한글의 잘못된 활용 - 출처: 통신원 촬영 >

< 태극 문양과 한글의 잘못된 활용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에서 한국어가 주목받으며 그 활용이 확대되고, 카자흐스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좋은 변화다. 하지만 소비자의 흥미 유발이라는 단순한 목적으로 규범에 어긋난 표기 혹은 정체불명의 표기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한글의 오용이나 잘못된 태극 문양의 활용이 한국의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한국문화의 저변 확대는 언제나 반갑고 기분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고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배현숙

성명 : 배현숙[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아스타나 통신원]
약력 : 카자흐스탄 정부 초청 장학생 석사과정 아스타나 한인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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