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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랜차이즈 한식당 '소풍'을 연 행복한 요리사 김아람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4.09

[인터뷰] 프랜차이즈 한식당 '소풍'을 연 행복한 요리사 김아람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튀르키예에서는 한류의 새 바람을 타고 입성한 K-푸드가 어느새 다른 한류 콘텐츠들을 앞장서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튀르키예에서 한류는 2000년대 중반 사극 드라마가 튀르키예 공중파 채널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공영방송 TRT에서 <궁>, <대장금>을 시작으로 <해신>과 <선덕여왕>까지 한국 드라마가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한류의 서막을 매우 인상 깊게 남겼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이어 BTS와 블랙핑크, 엑소(EXO)와 트와이스(TWICE)와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현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탄탄한 한류 팬덤을 만들었다.

동시기 K-푸드에 대한 관심 그리 높지 않았다. 한국문화원 주도로 열리는 한류 관련 행사에서 한국 음식을 체험해 보는 정도였다. 그 후 2020년 3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튀르키예 한류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주요 3대 도시(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를 넘어 전국 각지 한식당들의 수가 최근 1, 2년 사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10여 년째 거주하고 있는 통신원도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큰 변화다. 튀르키예 한류 팬 규모는 226만 명으로 전 세계 10위에 해당하는 만큼 K-푸드는 꽤 인기다.

아이러니하게도 튀르키예는 한국문화에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여느 한류 국가에 비해 유독 한식에 대해서는 지극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K-푸드에 대한 호감도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튀르키예에서는 한류의 인기가 높음에도 한식당을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한식당이 오픈을 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 일쑤였다. 한식당을 찾는 주소비자도 현지에 일정 기간 머물다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그 뒤로는 외국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 튀르키예 81개주 전국에서 한식당 수는 그야말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K-푸드에 대한 기존 인식과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통신원은 2022년을 기점으로 튀르키예 전국에서 한식당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과연 코로나19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통신원은 이 변화의 시작을 추적하면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인을 찾게 됐다. 바로 튀르키예에서 K-푸드의 활성화를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는 김아람솔 씨다. 김아람솔 씨는 현재 튀르키예 산업과 무역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소풍'이라는 상호로 다섯 개의 한식당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4개주에서 직영점을 포함해 21개의 프랜차이즈 한식당을 둔 한식 전문 사업가이기도 하다.


< 튀르키예 14개주에 21개 지점을 둔 한식당 '소풍' - 출처: Google Maps >

< 튀르키예 14개주에 21개 지점을 둔 한식당 '소풍' - 출처: Google Maps >


통신원은 김아람솔 씨를 찾아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이스탄불 5개 직영점 중 카드쿄이 지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드쿄이 지역은 한국의 성수동과 같은 곳이다. 이 지역에는 현지 MZ 세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카페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통신원이 찾아간 날에도 비가 온종일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한식당 문밖까지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이 많았다.


< 김아람솔 씨가 운영하고 있는 '소풍' 카드쿄이 지점 - 출처: 통신원 촬영 >

< 김아람솔 씨가 운영하고 있는 '소풍' 카드쿄이 지점 - 출처: 통신원 촬영 >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줄이 훨씬 더 길다고 하는 말에 취재를 시작하는 첫걸음부터 한식당의 인기 요인이 더 궁금해졌다. 내부로 들어가자 이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젊은 남녀 커플과 대학생, 회사원,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이들이 한식을 즐기고 있었다. 바삭하게 입힌 튀김가루 위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묻힌 양념 통닭과 김밥, 만두와 핫도그, 불고기, 잡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한국 한식당과도 같아 보였다. 보통 튀르키예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다른 국가의 음식은 입을 대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한식을 맘껏 즐기는 현지인의 모습을 보니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가운데는 수년 동안 이 한식당만 찾고 있다는 이들이 많았다. 한식당에서 받은 인상이 예상보다 더 뜨거워서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될지 모를 정도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김아람솔 씨의 자택으로 이동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아람솔 씨와 현지인 아내 일크누르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 김아람솔 씨와 현지인 아내 일크누르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2년생, 32세 김아람솔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족 모두 튀르키예로 이민을 왔습니다. 현지인 아내와 대학교 2학년 때 만나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고 함께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식당 '소풍'은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8년째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요리사가 돼 제 이름으로 된 요리 학원이나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꿈이었기에 일할 때마다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한식당 '소풍'이 현지인들에게 이렇게 인기를 얻기까지 김아람솔 씨 아내 분 역할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가 결혼한 지 6년 차가 됐습니다. 대학교 때 처음 만나 2년 정도 연애했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종교가 다른 외국인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이 양가 부모님의 허락도 받아야 하잖아요. 튀르키예도 한국 못지않게 가족 문화와 예절을 중요시 여깁니다. 오히려 저희 부모님은 서로 사랑한다면 종교와 국적은 달라도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시 아내가 23세였거든요. 장인어른께서 딸이 너무 어려 허락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제가 찾아뵐 때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좋은 선물을 준비해 마음을 열어 드렸죠. 결국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의 한식당 '소풍'이 있기까지는 당연히 아내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내가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 음식은 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서 스스로 열심히 배우기 시작하더라고요.

신혼 초에는 2층에 저희, 1층에는 외할머님께서 사셨는데요. 그때 아내가 외할머님께 한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외할머님이 전주 분이시라 음식 솜씨가 꽤 좋으시거든요. 현지인 아내가 할머님이 가르쳐 주시는 방법대로 한식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김치찌개, 미역국, 된장찌개, 소꼬리찜, 잡채 등 지금 저희 한식당에서 나오는 메뉴 외에도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음식을 제법 잘 합니다. 지금은 아내가 한식의 맛뿐만 아니라 메뉴에 대한 현지인의 피드백까지 취합하고 있어서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이스탄불의 모든 직영점은 한식의 맛을 잘 아는 제 아내가 맡고 있습니다.


< 김아람솔 씨 아내 일크 누르 씨가 소꼬리찜을 요리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김아람솔 씨 아내 일크 누르 씨가 소꼬리찜을 요리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식당 외에도 튀르키예에서 한식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튀르키예 주부들이 아침에 많이 시청하는 <펠린 치프트>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치, 닭강정, 호떡과 같은 한국 음식을 직접 시연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마스터 쉐프>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요. 그때는 불고기를 선보였습니다. 불고기는 저희 한식당에도 이미 있는 메뉴인데요. <마스터 쉐프>가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TV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 후에는 불고기 외 한식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때 개인적으로 "내가 한식을 잘 알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 김아람솔 씨가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인 '마스터 쉐프'에 출연해 한식을 선보이는 장면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 김아람솔 씨가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인 '마스터 쉐프'에 출연해 한식을 선보이는 장면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2023년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했는데요. 그때 직접 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해 무료 식사를 제공해 주셨다고요?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저희는 무엇이라도 도와야겠다는 심정으로 약 500인분의 음식과 구호품을 전달드렸습니다. 튀르키예에서 사업을 하기 전부터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까요? 그런 마음으로 저희 직원들과 함께 냉동 탑차에 3,000인분 음식을 실어 오스마니예 지역, 하타이 지역을 찾아 이재민 분들께 무료 식사를 제공해 드렸습니다.

여진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저희는 놀랄 수도 없었습니다. 남아있는 건물이 거의 없었어요. 연기로 뒤덮인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이 계속 나오고 있었고 천만다행으로 생존한 가족 구성원은 붕괴된 건물을 떠나지 못한 채 주저앉아 계속 울고 있었어요. 너무 처참했습니다. 이재민들은 물도 없이 캄캄한 밤을 지새우며 며칠을 굶고 있었는데 저희가 놀라는 건 문제도 아니었죠. 그래서 편하게 드실 수 있는 렌틸콩 수프와 빵과 물, 닭갈비를 최대한 부드럽게 해서 드렸는데 다들 너무 고마워해 주시더라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해 드린 것뿐인데요. 남아계신 이재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희만 떠나오기도 죄송해 많이 슬펐습니다.


< 2023년 남동부 대지진 당시 김 씨가 이재민들에게 무료 식사를 지원하는 모습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 2023년 남동부 대지진 당시 김 씨가 이재민들에게 무료 식사를 지원하는 모습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놀랍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거의 끝나는 시기에 튀르키예에서는 전에도 없었던 한식 프랜차이즈를 16개나 오픈하셨는데요. 가장 어려운 시기였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저희는 '소풍'이라는 상호로 한식당을 처음 시작했는데요. 제가 초등학교 때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항상 들렀던 분식점같이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한식당을 현지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튀르키예에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맛볼 수 있는 분식점 같은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많은 프랜차이즈를 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었죠.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금의 저희를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 같습니다. 당연히 저희도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금이 있었지만 튀르키예에서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정말 힘들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지금의 한식당 '소풍'에 들어가는 한식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식당을 열 수는 없어서 방송을 통해 한국 음식을 알렸고, 온라인을 활용해 계속해서 한식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3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식당을 열 수 없어 너무 힘들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한식당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튀르키예 여러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요청이 들어와서 14개주에 16개 지점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 튀르키예 전국 여러 지역에 오픈한 한식당 '소풍'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 튀르키예 전국 여러 지역에 오픈한 한식당 '소풍' - 출처: 김아람솔 씨 제공 >


통신원이 인터뷰를 진행한 김아람솔 씨는 단순히 '해외에서 성공한 한식 사업가'로 보이진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요리사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어린아이의 꿈을 이룬 '행복한 요리사'로 보였다. 그는 통신원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새로운 꿈 이야기 하나를 더 전해 주었다. 그는 "'널리 품는 소나무가 되어라'라는 뜻인 자신의 이름 '아람솔'처럼 어떤 고객들의 불만의 소리에도 겸손하게 반응하면서 K-푸드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한식당 '소풍'이 세워지게 될 또 다른 곳에서도 김 씨가 단순히 성공한 젊은 한식 사업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던 어린아이의 꿈을 변치 않고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구글맵(Google Maps), https://www.google.co.kr/maps
- 통신원 촬영
- 김아람솔 씨 제공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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