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중문판 「채식주의자」 관심 증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6.13

유학 초기에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을 기회가 되는대로 샀었다. 인터넷 서점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서점에 자주 갔었는데 서점에 가면 외국 문학 작품 코너에 한국 책들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순수 문학은 많지 않았지만, 한국 인터넷 소설이 큰 인기를 얻던 시절이라 책은 꽤 많았다. 최근 3∼4년간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 서점에 거의 가지 못하고 있다. 일도 바빠지고 자연스레 중국에서 출판되는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얼마 전 한강 씨가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에선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를 수상했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너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다 찾아 읽기조차 힘들 정도다. 문득 맨부커상을 받을 정도의 작품이라면 중국에서도 번역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 봤다. 역시나 2013년 중경출판사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본 통신원이 주기적으로 베스트셀러 차트를 확인하는 편인데 인상이 없었던 걸 보니 책이 많이 팔린 거 같지는 않다. 중국 아마존, 징동, 당당왕 등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찾아보니 평도 많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의 반응은 빠르다. 책 소개 내용에 맨부커상 수상작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맨부커상 수상작도 많이 번역되어 나와 있고 맨부커상 작가의 단편선도 출판되어 있으니 이러한 홍보전략은 당연해 보인다.

인터넷 서점 ‘징동’에 소개된 「채식주의자」- 출처 : http://item.jd.com/11271761.html>

 

<인터넷 서점 ‘징동’에 소개된 「채식주의자」- 출처 : http://item.jd.com/11271761.html>


본 통신원은「채식주의자」를 예전에 한국어로 읽어 봤지만, 중국인은 이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대표적인 문화 커뮤니티 사이트인 도우반에 올라온 「채식주의자」의 평을 살펴보았다. 현재 126명이 평점을 매겼고 50여 개의 독자 평이 올라와 있다. 도우반에서는 최근 3개월 이내 평점을 언제 주었는가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데 흥미롭게도 5월 10일 즈음부터 상승을 시작하여 5월 20일경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맨부커상의 수상 소식이 책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보통 8점 이상을 받아야 높은 점수라 할 수 있는데 7점대 초반인 7.1점을 받은 것은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낮은 평점을 준 사람들은 “정상적이었던 주인공이 왜 정신병자가 되어 가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쓰고 있으며,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도 꽤 있었다. 작품의 맥락 속에서 작가가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독자도 있었다.


많은 독자평 중 아이디 ‘jing’ 사용자는 “한강은 세밀한 심리 묘사에 매우 뛰어나며 여성 작가의 장점을 살렸다”며 “‘음식의 변화’를 통해 ‘내심의 변화’를 그려냈으며, 먹는다는 기본적인 행위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하였다”고 평했다. 평의 서두에서는 예전 <뉴요커>에서 “한국인은 책도 읽지 않는데, 한국은 노벨문학상을 타길 원하는가?”라고 풍자한 것에 대해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타면서 <뉴요커>의 글을 머쓱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와 같은 일반 독자도 놀라게 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의 수가 적고, 순수 문학의 수는 더 적어 한국 순수 문학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보통 중국인의 한국인상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우반에 올라온 네티즌 'jing'의 독자평 – 출처 : book.douban.com/review/7917195

 

<도우반에 올라온 네티즌 'jing'의 독자평 – 출처 : book.douban.com/review/7917195)>


중국에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한강의 첫 장편 소설인 「검은 사슴」(<玄鹿> , 吉林出版集团有限责任公司, 2013)과 「내 여자의 열매」(<植物妻子>, 上海文艺出版社, 2014)도 번역되어 소개됐다. 그렇다면 맨부커상 수상으로 촉발된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은 다른 작품으로도 이어졌을까? 전혀 아니다. 「내 여자의 열매」는 평점을 준 이가 15명이며, 「검은 사슴」은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수상한지 얼마 안 되어 반응이 아직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의 평점이 7.1/10 이고 「내 여자의 열매>가 7.5/10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평점은 한강 소설의 작품성의 문제가 아니다. 번역이나, 혹은 스토리가 중국인에게 와 닿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중국어로 번역된 다른 한국 문학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중국 내 더 알려지고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욱 중국/북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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