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의대생이 한국학과로 옮겨간 이유 - 독일 한국학과 어디까지 왔나 (2)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10.12

독일에서 한국학과가 개설된 곳은 베를린, 보훔, 튀빙엔,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다섯 도시다. 이 중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과 눈에 띄는 연구 실적 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독일의 수도라는 강점도 크다. 지난 6월 베를린 지역 신문 <베를리너 모어겐포스트>에서는 이 한국학과를 집중 조명했다. 특이한 점은 학술이나 문화 부문이 아니라 경제/커리어 부문의 기사로 실렸다는 점이다. 아직 독일에서는 희귀학과로 여겨지는 한국학과, 대체 무슨 공부를 하고 졸업 이후엔 어떤 분야로 나가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베를린자유대는 동아시아학부 내에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으로 세부 전공이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세부 전공 학문에 집중하면서도 이외의 다른 두 나라에 대해서도 함께 배운다. 2005년 시작한 한국학은 다른 학부에 비해서 신생 학과이지만, 최근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기도 올라갔다. <베를리너 모어겐포스트>는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학부 세 학부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으면서 의대를 그만두고 한국학과로 전과한 돔닝의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한국학과 학사 담당인 홀머 브로흘로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기사 전문을 모두 옮겨 싣는다.


 ▣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홀머 브로흘로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홀머 브로흘로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어를 정확히 발음하는 건 비교적 어렵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홀머 브로흘로스(Holmer Brochlos) 교수가 말하는 한국학의 도전- 그리고 직업적 가능성


-한국학은 베를린자유대의 동아시아학 중에서 오래되지 않은 학문입니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어느정도인가요?


우리는 2005년 12명의 학생들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 정말 호응이 좋았습니다. 58명 정원에 7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록을 했습니다. 우리는 독일에서 연구적인 측면에서 매우 강한 한국학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트렌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이 젊은 층 사이에서 매우 증가했습니다. 먼저 K-Pop이라 불리는 음악, 그리고 한국 영화, 드라마,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적어도 전체 학생들의 절반 가량이 그러한 이유로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학문에 실망을 하게 되나요?


확실히 아닙니다. 우리는 (입학 당시와 비교해서) 매우 적은 비율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학생들의 10% 정도만이 중도에 그만둡니다.


-언어가 배우기에 엄청 어려운 것은 아닌가요?


중국어나 일본어 문자와는 반대로 한국어는 쓰기에는 쉬운 편입니다. 한국어에는 한자어가 없습니다. 한국 문자 한글은 오직 기본음 24개로 이루어진 알파벳입니다.  단순히 일직선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써서 음절을 만듭니다. 문법은 복잡하고 발음은 비교적 어렵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어떤가요?


두 문자 모두 한자가 있습니다. 일본어는 발음하기는 쉽고, 쓰기와 문법은 어렵죠. 중국어는 쓰기와 발음이 복잡한데 문법은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한국학에 지원하는 이들은 이걸 알아야 하는데요, 우리는 한국만 떨어뜨려서 보는게 아니라 항상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살핀다는 것입니다.


-한국학 전공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나요?


해당 나라의 문화에 대한 관심,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언어적 재능도 있어야 합니다. 김나지움에서 이미 영어 때문에 고생했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오기 힘듭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통합 학사 과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나요?


통합 박사과정은 3년이 아니라 4년이 걸리는데, 1년은 서울에 있는 파트너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월 장학금 제도는 아쉽게도 끝났지만,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학비는 매우 비싼데, 학기당 3000-4000유로에 달합니다.


-이 과정의 정원은 얼마나 되나요?


최소 10명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자비로 가거나 한 학기만 다녀 오기도 합니다.


-북한으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있나요?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교류하는 것이 오랜 기간 고려되었는데 지금까지 실행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사 졸업생들은 어디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나요?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이뤄지는 회사나 삼성, LG같이 한국에서 온 회사들, 혹은 문화 기관 등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재단에서 동아시아 담당부처가 있어요. 또는 미디어나 홍보 등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졸업생 중 하나는 태국에 있는 호텔매니저가 있고요. 독일 외교부에 있는 한반도 지역 담당자도 우리학과의 첫 번째 졸업생이었습니다. 


-한국학 석사까지 하는 건 누구에게 추천하나요?


이후에 학문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모든 이들, 교육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어서 박사까지 할 이들에게는 전 세계에 자리가 열려있습니다. 스톡홀롬의 박사과정 자리나 호주 퍼스에도 있는데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잘 하고 외국에서의 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 학부를 조명한 기사.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 학부를 조명한 기사.

아시아 팬들은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공부한다

중국학, 일본학, 한국학: 왜 의대를 다니던 학생이 아시아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을까. 직업 목표는 외교부다.


의대 4학기를 마친 이후 그웬돌린 돔닝(Gwendolyn Domning)은 학교를 그만뒀다. 이 24살 학생은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인기가 좋은 그 학과에서 소위 '희귀학과'로 전과했다. 한국학이다. '저는 제 열정을 따랐습니다' 돔닝은 말한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국학 학사과정 8학기를 하고 있는 그녀는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50년대부터 이 대학 동아시아학과에는 중국학과 일본학이 있었다. 2005년 한국학이 더해졌다. 베를린에서 태어난 돔닝은 어릴때부터 동아시아쪽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저는 90년대생이에요' 이때 K-Pop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걸그룹 보이그룹으로 캐스팅되고 스타일이 맞춰진 한국어로 된 팝뮤직이다. 그녀는 일본 만화와 마찬가지로 K-Pop을 사랑했다. 돔닝은 그 일본 그림책에 빠져들었었고, 이 아시아적 그림과 형식에 여전히 매료되어 있다. '이건 마치 머리 속의 휴가와 같아요' 한국학을 선택한 건 정치적으로 관심이 있어서다. 그녀는 남북한 사이의 갈등을 흥미있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관련해서 연구할 것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


언어재능: 독일어, 그리고 다섯개의 외국어


그녀가 또 관심 있는 부분이 그녀로 하여금 빨리 이 결정하도록 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학창시절 그녀는 베를린에 있는 일본-독일 센터에서 일본어를 배웠다. 지금 그녀는 외국어를 잘 구사한다. 어머니의 언어인 프랑스어 이외에도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조금, 그리고 대학 이후 한국어까지.


'베를린 자유대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언어적 재능은 필수조건입니다.' 알렉산더 타인츠(Alexander Teinz)는 말한다. 베를린자유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그는 학사 논문을 앞두고 있고, 현재 학생 상담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를 이미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영어 실력은 좋아야 한다.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한 많은 문헌들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다고 타인츠는 말한다. 그 외에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일본학, 중국학, 한국학 이 세가지 학문은 학사과정이 모두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모듈 형식으로( 2~3개 세미나가 그룹으로 같이 되어있는 형태) 역사, 문학, 문화, 그리고 정치, 경제를 배운다. 그 외에 그 나라 언어 수업도 함께 진행된다. '거의 3분의 1이 언어 수업입니다.' 베를린자유대의 중국학과 중국어 수업 담당 교수 안드레아스 구더(Andreas Guder)의 말이다. 중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이들은 장점이 된다. 5명 중의 한 명 정도는 그런 경우다. '그런 학생들은 첫 두 학기 언어 수업 시험을 그냥 통과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과 연계

이 세 학과 모두에서 일반적인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 모듈은 각 학과의 학생이 세부 전공이 아닌 다른 두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분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타인츠는 말한다. 경영학이나 경제학 같은 어려운 과목들도 선택할 수 있다. 문화사도 인기가 좋은 분야다. 하지만 이것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의문스럽다.


취업 측면에서 타인츠는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는다. '학사를 마치면 바로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제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졸업생들을 위한 분야는 하지만 다양하다. 경제, 통상, 미디어, 국제 기구, 출판 분야, 교육 기관 그리고 학술기관 등이 있다.


학생들은 세부 전공에 따라 이후 활동 분야가 달라진다. 일본학은 4번째 학기부터 정치/경제 혹은 문학/문화학 중 선택할 수 있다. 중국학은 역사와 현대 중국으로 나눠진다. 관심 있는 학생들은 입학에도 좋은 기회다. 베를린자유대학 중국학은 입학 정원이 60명까지 가능하다. 입학을 위한 정해진 커트라인 점수는 아직 없다. 입학생 3분의 2 정도가 학업을 끝까지 이어간다.


일본학 학업 포기 비율 10%

일본학에서 학업 포기 비율은 반면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엘레나 기안노울리스(Elena Giannoulis)는 말한다. 그는 일본학 학사 과정을 책임지는 교수다. 지난 학기에는 87명의 일본학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학문적인 일을 하고 싶으면 마스터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박사 과정이 또 가능하다. '모두가 이름을 다 알 정도로 작은 규모의 학문 그룹입니다“ 타인츠는 말한다. 거기엔 교수들, 박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트라우마 극복에 대한 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새로운 기회는, 통합 학사 과정에 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8학기로 구성되어 있다. 2학기 동안은 각 세부 전공 나라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한다. 3학기째부터 학생들은 이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선발 과정에서 통과하고 장학금을 받는 소수 정원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이 필수다. '학점이 2.0보다 더 높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요' 타인츠는 말한다. '지원할 때 학생들은 사케만 마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학문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해야 합니다.' 이 외국학기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독일 학술기관 DAAD에서 지원 받는다. 학생들은 학비 이외에도 왕복 비행기표, 보험, 몇 백유로의 월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서강대학교에서의 일년

돔닝도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1년동안 그녀는 서울의 서강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녀는 학교 기숙사의 아주 작은 방에서 함께 간 친구 루이제 묄렌벡(Louise Mollenbeck)과 함께 지냈다. 새 건물, 5층, 부엌은 없고 2개의 전자렌지가 있었다. '우리는 뭐라도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돔닝은 말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음식이 있었다.


작은 캠퍼스는 젊은 층들이 많은 번화가 한 가운데 있었다.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화장품은 매우 좋고 저렴하다. 21살 묄렌벡은 그녀의 한국 립글로즈를 보여줬다. 이 두 친구들은 한국어도 정말 많이 배워 왔고 많은 경험을 했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어요.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요' 돔닝이 말했다.


중국학 교수인 안드레아스 구더에게 외국 체류 경험이 없는 중국학은 별 의미가 없다. 이건 다른 동아시아학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가 보기에 학생들의 3분의 2가 외국 교환학기를 이수한다. 베를린자유대는 중국 항저우, 상하이, 베이징에 있는 대학과 교류한다. 대만으로도 갈 수 있다.


교수들은 모두에게 교환 학기를 추천한다.

중국에서의 교환학기는 베를린에 있는 공자학당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중국어와 문화 센터인 공자학당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수여한다. 일본학의 경우 일본 현지에 있는 괴테 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이 독일 학생들의 일본 체류를 지원한다. 일본학 주니어 교수인 엘레나 기안노울리스는 모든 학생들이 일본으로 갈 수 있도록 그녀의 학생들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도쿄, 교토, 오카야마에 파트너 대학이 있습니다.' 일본 생활비가 매우 높다는 건 편견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주거비만큼은 정말 비싸다. '그래서 대학은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머물 수 있는 기숙사를 제공합니다.'


돔닝은 DAAD 장학금과 독일 정부 장학금 바푁(Bafog)을 받아서 서울에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학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석사 과정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녀는 통합 학사 과정을 이수하기 때문에 돔닝은 아직 2학기를 더 공부해야 한다. 그녀가 이어서 박사과정까지 하고 싶다는 건 이제 명백하다. '그리고 전 외교부로 가고 싶어요'


※ 기사 출처

http://www.morgenpost.de/wirtschaft/karriere/article207669481/Die-korrekte-Aussprache-ist-im-Koreanischen-relativ-schwer.html

http://www.morgenpost.de/wirtschaft/karriere/article207682495/An-der-Freien-Universitaet-Berlin-lernen-die-Asien-Fans.html

이유진 독일 라이프치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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