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 3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 정해탈 부원장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12.19

주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 3주년 기념으로 시작한 정해탈 부원장님과의 인터뷰는 지난번에 이어서 계속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3년이란 시간만큼 주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에 대한 정해탈 부원장님의 애정도 깊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의 단기간내의 성과는 현재 벨기에 내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국과 일본의 문화원들에게 귀감이 되어 ‘유럽 중심에서의 아시아 문화 전쟁’이라는 말을 생기게 했다. 또한,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의 독자적인 문화 행사 뿐만 아니라 벨기에 자국 문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양국 문화 교류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이 현재처럼 특색 있고 멋진 행사들로 벨기에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중심으로 더 뿌리내릴 수 있기를 통신원도 기대하고 응원한다.

 

<2016년 Made In Asia 현장 Voix d’Asie 라디오 생방송에 참가한 정해탈 부원장>


Q : 직접 계획한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정해탈 부원장 : 문화원이 개원한 직후, 행사다운 행사를 바로 기획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이 그렇듯 문화행사 역시 많은 준비 작업들이 필요하니까요. 큰 행사들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지금 돌이켜보니 어쩌면 적잖은 조바심으로 시작한 행사가 바로 KOREAN FILM FRIDAYS입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한국 문화원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영화 프로그램이라 자부하고 있는데, 2014년 2월에 처음 시작해서 현재까지 국경일이나 여름 휴가기간을 제외하고 단 한 주도 빼놓은 적이 없는 행사입니다. KOREAN FILM FRIDAYS는 프로그램 이름이 말해주듯 매주 금요일 저녁 한국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그 이후 다과회를 가지면서 한국 영화, 한국문화, 또 우리들의 삶에 대해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15명 남짓한 관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주 70석이 항상 만석이 됩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에 말이죠. 사실 우리 문화원 상영관에는 110명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하지만 최적화된 영화관람 상태 그리고 토론회를 운영하기 위해 70명으로 인원을 제한합니다. 그러면서 더더욱 참석하고 싶은 소중한 KOREAN FILM FRIDAYS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오래전이지만 한 동안은 ‘매주 금요일 나는 일을 하는구나’하고 기운이 빠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은 곳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재미난 얘기를 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금요일 저녁이 주는 매력인데, 저는 이미 그 모든 것들을 더욱 멋지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름다운 문화원에서 좋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즐겁게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매주 금요일 저녁 나누고 있었으니까요. 더욱이 벨기에 각종 국제영화제 관계자, 영화학교, 영화인, 언론인들이 조용히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다는 것을 한 참 후에나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게 되면서는 이상우 부팀장이 본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어받아 잘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가능하다면 항상 금요일에 함께 남아서 KOREAN FILM FRIDAYS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2015년 겐트 영화제에 참석한 정해탈 부원장>


Q :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이 다른 나라 문화원과 차이가 있다면?


정해탈 부원장 : 조금 건방지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브뤼셀 한국문화원은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가진 팀장·부팀장들로 구성되어 있는 전문 예술기관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전통·클래식 음악, 전시, 언론 홍보,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공부한 전공을 살려 열정을 다해 관련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경우를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편견 없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벨기에는 만화, 맥주, 초콜릿 뿐 아니라 훌륭한 현대무용가와 그 전통으로도 매우 유명합니다. 한국 역시 떠오르는 현대 무용 강국입니다. 그리고 예술 행사를 제대로 기획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들 역시 예술가들만큼 그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6년 1년 동안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이 현대 무용 공연을 관람했고, 관련 서적 또한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현대무용 관련 파일럿 행사를 두 번 가졌고 이제 2017년에는 재능으로 가득한 한국의 젊은 현대 무용가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현대무용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건축 및 사진 전시, 인디 롹 콘서트 등을 위해서도 담당 팀장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나요? 짧게 말씀드리자면 브뤼셀 한국문화원은 한국문화를 단지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직 유럽에 소개되지 못한 훌륭한 한국 예술가 및 예술 작품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유럽 무대에 무사히 뿌리를 내려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에이전시 역할을 통해 유럽 예술계 속에 우리만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제공하죠. 그리고 그 예술가 스스로가 양분을 취해서 성장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예술가, 또 다른 예술장르 속에서 한국을 유럽의 중심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계속 할 것입니다.

 

Q : 부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 또는 리더십을 말씀해 주세요.


사실 저는 어린 시절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재능이든, 열정이든 아니면 노력이든, 하하, 어떤 이유에서든 예술가는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의 예술이 꽃 피울 때까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무척 행복합니다. 모든 예술작품은 소개되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예술작품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든지 세상에 소개되는 것이 그들의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무나 다양하고 수많은 작품과 예술가들이 있기에 그 중에서도 선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외부 기관의 전문가들과도 많은 대화를 합니다. 그렇게 최대한 공정하게 선택한 최대한의 예술가와 작품을 벨기에 현지에 소개합니다. 그 후 그 예술작품이 사랑받고 향유되고, 또는 잊혀 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관람객과 관객들의 선택에 맡겨지는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잊혀지는 일은 없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 이런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열정’입니다. 열정이 없이는 노력을 할 수가 없죠. 애정이 가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지난 시절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체득한 저로서는 이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조직원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이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한국문화원은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지향하면서 상하 관계를 강조하기 보다는 수평적이지만 유기적으로 꼼꼼히 연결된 빈틈없는 서로간의 애정을 바탕으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제 삶의 바탕이 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스스로의 존엄성’을 가지는 것 입니다. 제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스스로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고, 저 스스로를 존중해야겠죠. 그렇게 제 스스로가 존엄성을 가지고 긍지를 가질 때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똑같은 존중과 배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항상 제 마음속에 다독거리고 동료들에게도 강조합니다. 가끔씩 인생의 후배들이나 다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료들을 대할 때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이 생각들을 나누곤 합니다.

 

주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은 유럽의 심장 브뤼셀에서 벨기에·룩셈부르크 전역 그리고 또 유럽연합의 두뇌인 유럽의회를 대상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전달하는 매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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