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독일 첫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3.14

위안부 희생자를 추모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에 세워졌다.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세워진 첫 평화의 소녀상으로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있는 한 공원에서 열린 제막식은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공개되어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앞서 소녀상이 세워지는 과정은 더욱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지난해 9월 수원시와 독일 프라이부르크시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로 합의했다가 일본 측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태는 '역사 기념비'가 몰고온 외교적 논쟁으로 독일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다. 이후 준비팀들은 장소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어 결국 레겐스부르크 근처의 비교적 조용한 개인 소유의 공원에 세워지게 됐다.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한 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한 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사진 출처:코리아 협의회>


이어 10일에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서 이를 기념하는 거리 문화 행사가 열렸다. 수원시 풍물굿패인 '삶터'의 공연을 시작으로 김미선 춤꾼의 살풀이 공연이 이어졌다. 베를린 중심지인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행사에서는 보통 성악이나 클래식 악기 연주 등 현지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악 공연이 많다. 풍물 놀이와 살풀이 춤은 현지인들 눈에는 신기하고 독특한 장면으로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베를린 관광의 중심지로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지켜보았고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독일 내 위안부 집회 등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코리아협의회' 측은 '독일에 위안부 상이 세워지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결국 이렇게 세울 수 있었다'며 '이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을 다시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행사 당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날로 위안부 협상 무효를 특히 강조했다.


3월 10일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문화 행사
 
<3월 10일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문화 행사-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이 행사는 우리나라 위안부 역사 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성폭력 피해자를 함께 기리고 기념하는 행사로 꾸며졌다. 이 때문에 위안부 사안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주제에 공감하며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독일 내 위안부 집회 등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코리아 협의회', 일본 여성 단체와 독일 앰네스티 지부도 행사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는 일에서 독일은 빠질 수 없는 나라 중 하나다. 수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끔찍한 역사를 가진 독일은 지금도 끊임없이 독일의 '영구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도시 곳곳에서 스스로의 역사를 반성하는 기념물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날 행사가 열린 브란덴부르크 문 바로 옆에 위치한 홀로코스트 기념 공원이다. 전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곳에, 독일은 자신들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를 적나라하게 펼쳐놓고 있다. 과정은 지난했지만 이런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아쉬운 점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 너무 외진 곳이라는 점이다. 이날 공연을 끝까지 지켜 본 한 독일 시민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 산 속에 있는 공원으로 찾아가지 않는 이상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소녀상이 있다는 것 자체도 쉽게 잊혀질 수 있어서 계속해서 알리는 노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참가자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행사 관계자는 물론 행사를 지켜본 남녀노소가 함께 손을 잡고 한참을 빙글빙글 돌았다. 의미 있는 행사에 즐거운 음악과 춤이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을 수놓았다.

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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