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러시아인들에 한국 전통 소리의 '시원' 선보인 (노름마치)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3.20

소리와 몸짓에는 국경이 없다. 한류 콘텐츠 가운데 K-POP이 단연 인기 있는 장르인 이유이기도 하다. 노랫말보다 귀에 쏙쏙 들여오는 대중적인 화성이 마음을 흔들고 화려한 춤이 한류 팬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소리와 몸짓을 통한 소통 장르가 또 하나 있다. 한류에 부응하지 않은 채 꾸준히 해외 유수 언론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넌버벌 퍼포먼스다. 이 퍼포먼스는 한류 콘텐츠가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무대와 객석이 직접 소통하는 '라이브'라는 점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사가 아닌 율동과 소리를 통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비언어 퍼포먼스는 꾸준하게 발전해왔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효시라 불리는 <난타>에 이어 코믹 마샬아츠 <비밥(BIBAP)>, 아리랑 파티 태권도를 중심 소재로 한 <탈>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와 제재가 무대에서 신무대예술로 승화돼 외국인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첫 번째 한국 넌버벌 퍼포먼스로 대부분 <난타>를 꼽는다. 연극과 뮤지컬의 장르에 익숙한 국내 공연계에서 독보적 길을 개척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넌버벌 퍼포먼스의 개념을 좀 더 확장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인과 처음 대면한 비언어 퍼포먼스는 농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23일 모스크바 노바야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장을 무대로 포즈를 취한 퓨전국악 밴드 노름마치


<지난달 23일 모스크바 노바야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장을 무대로 포즈를 취한 퓨전국악 밴드 노름마치 - 사진출처 : Lee jinhwan>

 

김덕수에 의해 이름을 떨친 '<사물놀이>는 한국민속연구소 소장이며 민속학자인 심우성 선생이 명명했다. 한국 고유의 전통악기인 장구, 북 꽹과리, 징이라는 사물(四物)을 가지고 인간의 혼을 마구 두들겨대는, 김덕수를 비롯한 남사당의 후예들이 펼치는 풍물놀이를 본 후부터다. 78년도 즈음이다. 농악을 무대에 맞게 구성한 것이다. 사물놀이에는 연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가락인 풍물 장단과 주방의 이야기라는 서사적 구성이 만나 <난타>가 탄생했고 이를 한국 넌버벌 퍼포먼스에 시초라고 일컫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사물놀이>에서 벗어나 풍물, 농악으로 확장됐을 때 사물놀이는 넌버벌 퍼포먼스에 가까운 한국 고유의 전통 예술 장르가 된다. 이런 우리 고유의 전통 예술에 무대의 연극적 요소와서사를 입히고 각국의 독특한 민속 음악을 버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해 세계무대로 활동의 장을 개척하는 팀이 있다. 바로 <노름마치>다.


한국 음악의 전통적 어법의 변화가 아니라 확장을 통해 노름마치만의 풍(風)을 전 세계인에 선보이고 있는 <노름마치>가 사할린 공연 이후 8년 만에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 공연은 통상 두 번째이지만 모스크바는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한국문화원이 초청했고 한국의 예술경영지원터의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지원사업에 선정돼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극장을 가득 매운 관람객들은 공연 중간 중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무대 열기는 공연이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뜨거워졌다. K-TRap과 취타풍(Brass Rap), 노름마치 시나위가 울려 퍼질 때 관중들의 열기는 극에 달했다. 이날 노름마치는 이번 공연에서 길놀이를 비롯해 비나리, 판굿, 경풍년(피리독주), 소낙비(장고합주), K-TRap, 취타풍(Brass Rap) 노름마치 시나위를, 마지막 무대에서 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신명 속에 빠져들었다.


노름마치의 공연은 분명 사물놀이나 전통 풍물과는 차이가 있었다. 다양한 형식과 구성, 일탈과 파격의 구조미는 압권이었다. 구음과 춤과 악기의 소리가 한데 어우어져 신세계를 만들어낸 것. “야생의 순수함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진실한 표현을 느낀다”고 했던가? <노름마치>는 이번 공연에서 현지인들에 순수한 시원의 세계를 선사했다.

 

다음은 <노름마치>와 나눈 인터뷰이다.


지금까지의 해외 공연이 주로 미국, 남미, 유럽,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얼마전 알마티 등 카자흐스탄 대도시서 공연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유라시아 지역으로 해외 활동 지역을 확장했는데 노름마치에 어떤 의미가 있나?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교착지다. 거칠은 듯 깊고 자유로운 러시아의 정서에 반했다. 유라시아 지역은 고대 우리민족의 발원지이고 종교적,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 타지역보다는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카자흐스탄은 매우 인상깊었다. 모스크바에 오기 전에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알마티, 외스케멘, 크즐오르다, 아스타나, 그리고 우랄스크까지 5개 도시에서 약 20일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오래 머물다 보니 그곳 문화와 사회, 역사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중 고려인과 관련된 우리의 역사가 인상깊었다.


이진환


<이진환 - 사진출처 : Lee jinhwan>

 

퓨전타악그룹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전통성만을 고수하지 않는 것 같다. 공연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노름마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또 모스크바 공연에서는 노름마치의 어떤 음악적 색깔을 강조했나?


노름마치의 정체성은 두 가지로 함축된다. 하나는 전통음악이 지니는 DNA (호흡, 장단, 시김새)를 전승하는 것이고 두 번 째는 DNA를 보유한 동시대적 재해석이다. 그래서 공연 1부에서는 전통형식을 그대로 취했고 2부는 그러한 전통을 재해석한 노름마치의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구성했다.


모스크바는 첫 공연이었는데 다른 해외 관객들에게 느끼지 못한 러시아 관객들만의 독특한 반응이 혹시 있었는지?어느 나라나 관객들은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감흥에 젖어 박수를 보내고 우리의 음악에 공강하면 일어나서 춤을 춘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음악을 선보이고 관객들의 신명을 열수 있게 도와 줄 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러시아는 깊고 솔직했다.


러시아는 다민족 국가다. 각 민족들마다 러시아어가 아닌 모국어가 있고 고유의 전통 문화가 대대로 전해져오고 있다. 혹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공연이나 전통 음악이 있는지?러시아 하면 누구나 떠올릴 것 같다. 코사크 댄스다. 역사와 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대중문화든 전통문화든 해외 프로모션을 통해 현지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년 간 해외 공연을 진행해왔다. 노름마치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해외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에 조언을 하자면?


해외 아트마켓에 지원해서 검증의 단계를 거치기를 바란다. 노름마치는 WOMEX, 바벨메드, PAMS, 등 여러 마켓의 쇼케이스를 진행한 바 있다.


러시아 노래 카투샤 구음 레퍼토리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이 음악을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에게 아리랑이 있듯이 러시아엔 그들의 아리랑 카투샤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 러시아 관객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둘째 아들이 이 노래를 매우 좋아해서 익숙한 노래다.


모스크바에는 남사당 무형문화재가 4년 간 직접 사사해 결성된 모스크바 현지인들로 구성된 '전통소리 맥'이라는 풍물패가 있다. 세계 곳곳에는 현지인들이 직접 결성한 풍물패들의 활동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인데 이런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긍적적인 생각이다. 풍물은 공동체적 활동과 놀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개인의 만족이 전체의 울림이 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풍물놀이가 세계인에게 알려지고 직접 행해지고 있음은 정신과 음악, 기운이 그대로 전파되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세계 곳곳에 우리의 장단이 울려퍼지고 이 음악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 지길 바란다.


러시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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