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모스크바 최초 '국숫집' 오픈... 농수산물 센터 내 한식 음식점도 개점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7.19

모스크바 내 한식 음식점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식 식당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10년 초반까지는 주로 한국 교민과 고려인, 일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한식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시가지는 물론 모스크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농수산물센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통신원이 기존에 소개하였듯이 모스크바에서 일본과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퓨전 요리 레스토랑 제외하고 한식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요리 전문점은 20개 안팎이었지만 최근 일 년 사이 5개 이상의 한식 전문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의 한식 음식점은 한국 기업 주재원과 공관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과 한국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콜스톤 호텔에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모스크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인구가 밀집한 주거 지역에 한식 레스토랑이 개업해 성업 중이다. 특히 2년 새 한식 트렌드가 유럽 등지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농수산물 센터 내에 한식 레스토랑이 입점했다.

성업중인 K-Town Noodle Bar

 

<성업중인 K-Town Noodle Bar - 사진 출처 :  K-Town Noodle Bar 제공>


통신원이 지난해 2월 소개했던 모스크바의 유명 세프인 ‘알렉산드르 강’은 ‘K-Town Korean Kitchen(정식 상호)’을 개점한 이후, 얼마 전 모스크바 남부 지역에 체인점 형태인 ‘K-Town Noodle Bar’를 개점하였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의 최고급 면 요리(국수, 라면, 메밀 등)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만두,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젊은 현지인들이 한식을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K-Town Korean Kitchen’ 이 이렇듯 빠른 시일 내에 현지인들에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알렉산드르 강’이 다년 간 쌓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K-Town Noodle Bar’ 매니저인 알렉산드르 브론첸코 씨는 통신원의 질문에 “K-Town 체인점은 기존의 레스토랑이 가지고 있는 고급스러움은 차용하면서 젊은이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바(bar) 스타일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평범한 한국의 음식을 소비 주체인 20대에 맞춰 세련된 스타일로 바꾸면서 일본의 우동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을 한국의 누들에 접목했다. 이를 통해 현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고 강조했다.

소울 서울 대표인 바실리 한 씨가 방문객에 한국 음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소울 서울 대표인 바실리 한 씨가 방문객에 한국 음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최근 개점한 아시아 요리 퓨전 레스토랑인 '홍길동(Хон Гиль Дон)'도 주목할 만하다. 메뉴가 한식이라기보다는 아시아 퓨전 요리에 가깝기 때문에 전통적인 측면에서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조선의 의적인 홍길동을 상호로 정한 점은 무척 재밌다. 모스크바의 유명 바인 롤링스톤 바(Rolling Stone Bar)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인 세르게이 이오르단스키가 대표이다. 이밖에도 모스크바에 처음으로 국수를 메인 요리로 내세운 '국숫집(Дом Куксу)'도 문을 열었다. 이곳은 한국의 전통 방식에 따라 제면 기술을 사용해 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여느 레스토랑보다 가장 눈에 띄는 한식점은 최근 체르무시키 리녹(체르무시키 시장)에 입점한 한식당 ‘서울’이다. ‘체르무시키 리녹’은 역사가 깊은 곳이다. 16세기부터 이 자리에 시장이 들어섰으며 1950년에 지금의 건물 모습을 갖췄다. 역사가 깊고 식료품 품질이 우수해 모스크바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시장 내에는 1년 전 방문객들을 위한 10여개의 음식점이 들어섰다. 이들 점포 가운데 아시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베트남 요릿집인 ‘하노이’와 한식당인 ‘소울 서울’이다. 6개월 전 오픈한 ‘소울 서울(Soul Seoul)’은 6평 남짓한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현지인들이 자주 왕래하는 시장 내에 자리 잡은 이점 때문에 현지인들에 한식을 알리는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소울 서울’을 찾아 음식점 대표인 바실리 한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울 서울' 한식점을 취재중인 모스크바 24 촬영팀

 

<'소울 서울' 한식점을 취재중인 모스크바 24 촬영팀 - 사진제공 : 바실리 한>


Q. 시장 내에 한식당이 들어섰다. 처음 아닌가?


A.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1년 전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시장 내에 식당 입점 신청 공고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한식 레스토랑 개업을 계획하고 위치를 물색하고 있었던 차였다. 연해주 지역에서 외식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에게 외식업을 하려면 한식 레스토랑을 열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고려인이기도 하고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유망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던 차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이곳이 적은 자본으로 가게를 오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시장 내 한식당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A. 보통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는 레스토랑은 한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고 대부분 규모가 큰 고급 레스토랑이기다. 그곳은 고객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식료품을 사러 오는 모든 방문객들이 고객이 될 수 있다. 처음에 그들은 무심코 지나가다 흥미롭다는 듯 음식을 주문한다. 그리고는 맛있다며 또 찾아온다.


Q. 한식이 보통 맵다. 현지인들에 친근한 음식은 아니다.


A. 맞다. 하지만 2년 사이 한식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2년 사이 모스크바에만 크고 작은 한국 음식점이 10여 개 생겼다. 우리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음식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준다. 어떤 손님들에게는 반 시간 이상을 메뉴에 대해, 한국 음식의 특성과 맛에 관해 설명해줄 때도 있다. 보통은 주인이 추천하는 음식을 먹는다. 최근 들어 언론 등 매체를 통해 한식이 많이 소개됐다. 최근 러시아 채널 1과 모스크바 24 TV가 우리를 취재했다. 그때 그들이 가장 눈여겨보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 촬영해 간 것이 육개장이었다. 물론 우리가 추천도 했지만 매운맛을 궁금해 했다. 이밖에도 해물탕 같은 스프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우리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데 어떤 손님은 시장에 올 때마다 김치를 사 간다.


Q. 다른 한식 레스토랑과 ‘소울 서울’의 차이점이 있다면?


A. ‘소울 서울’은 시장 내 간이 음식점이다. 그러므로 다른 한식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또 출출할 때 간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난 고려인이다. 이윤을 남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식을 러시아 현지인들에 알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맛과 품질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이곳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모두 베테랑이다. 카쨔(52세, 여)는 우즈베키스탄과 부산 등 한국 식당에서 10년 이상 요리사로 일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 기업에서 단체 도시락을 주문했다. 가격이 다른 한국 레스토랑보다 저렴하지만 결코 품질이나 맛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지인들이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톡톡히 홍보해주고 있다.


Q. 한국 음식이 모스크바에서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보는가?


A. 쉽게 단정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경향은 2년간 지속되고 있다. 주변 지인들 가운데 나 같은 젊은 고려인들은 한식당 개업을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다. 시장 내 점포는 다른 데에 비해 저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 또 패스트푸드 식으로 변형된 한식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 가운데 불고기 샌드위치나 편수는 한식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 음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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