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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치찌개를 직접 요리하는 미국인 여성, 나이키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9.18

나이키 파르함(Nyke Parham, 26세. 현재 MBA 학생)은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한류 팬이다. 지난 9월 5일(화) 오후, 영화 <군함도>를 보고자 LA의 CGV 시네마를 찾은 그녀를 만났다. LA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나이키는 한국의 찌개 음식도 만들 수 있을만큼 열혈 한식팬이기도 했다. 그녀가 어떻게 한국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팬이 되었는지 들어 보았다. 대화 내내 그녀의 한국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영화를 보러 오신 걸 보니 한국 영화를 무척 좋아하나봐요?


네. 한국 영화,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빅뱅의 TOP이 출연했던 <동창생>입니다. 저는 현재 LA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화원에서 한국영화 시사회가 열릴 때면 빼놓지 않고 보러가기도 합니다. 오늘 본 영화 <군함도>도 LA 개봉이 시작될 때부터 꼭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교 다니느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오늘에서야 왔습니다. 한국의 근대 역사에 대해 제가 잘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알게 된 영화였습니다. 물론 픽션이지만요.


영화는 참 좋았어요. 특히 영상미가 훌륭했습니다. 탄광 속에서 일하는 장면, 그리고 한국인들이 새벽에 탈출하는 장면은 거의 흑백 영화처럼 색채가 단순하던데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손에 든 횃불의 색깔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거기다가 정면의 스크린뿐만 아니라 상영관의 오른쪽과 왼쪽 벽에도 영상이 비추어진 스크린 X 방식으로 시야가 미칠 수 있는 최대치의 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미국 극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영화 상영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는 내용이나 촬영뿐만 아니라 상영에 있어서도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것 같아요. 내용도 좋았습니다. 여러 캐릭터들이 모두 저마다 강한 개성을 갖고 있더군요.


출연진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한 배우는 최칠성 역을 맡은 소지섭이에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이미지의 틀을 깨고 나온 그는 훨씬 더 개성 있고 강인한 모습이었어요. 정말 흡인력 있는 캐릭터이던데요. 단지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이후, 너무도 좋아하게 된 송중기 역시 멋졌습니다. 오말년 역의 이정현 역시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갖춘 여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배우는 이소희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수안입니다. <부산행>에서도 눈여겨 봤었는데.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한 복잡한 아이의 심경을 너무 잘 연기한 것 같아요.


김치찌개를 직접 요리하는 미국인 여성, 나이키


<영화 '군함도'를 보기위해서 극장을 찾은 나이키>


어떻게 한국 영화와 한국어 등 한류 열혈팬이 되셨어요?


여섯 살 때였나 일곱 살 때였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LA 지역의 소수민족 언어로 방송을 송출하던 채널18, KSCI의 한국어 드라마 방송을 통해 한국 드라마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게 본격적인 한류 바람을 불어넣어준 것은 중학교 때 만났던 한국인 친구입니다. 그 한국인 친구는 지금도 저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한글 공부 삼매경에 빠진 나이키


<한글 공부 삼매경에 빠진 나이키>

 
한국인 친구와 가깝게 지내면서 두 커뮤니티의 비슷한 점 같은 것을 느끼셨는지요?


네. 물론이에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저는 한국계 미국인들과 저 사이에 무척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인과 흑인들은 LA 폭동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참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문화적 배경이 있습니다. 흑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프라이드 치킨’인데 요즘 한국에도 ‘프라이드 치킨’이 대유행이죠. LA 한인타운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정말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을 함께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제 한국인 친구들은 흑인들보다 더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들은 치맥을 하지만요.


그런가 하면 저희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머니의 친구를 이모(Auntie)라고 부르고 아버지의 친구를 삼촌(Uncle)이라고 부르는데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전통이 있더라고요. 정말 놀라웠어요. 어떻게 이렇게도 비슷한 전통을 갖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런가 하면 저희 흑인 커뮤니티의 여성들이나 한국인 여성들이나 강인하기로 치자면 감히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따라올 수조차 없죠.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도 물론 좋아하겠죠?


그럼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9년 때, <찬란한 유산>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완전 빠져들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한국인 친구와의 우정으로 한국 문화 사랑이 싹텄다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시청하면서부터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류 왕팬이 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이어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한국어 공부로까지 발전되었어요.


케이팝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K-Pop 팬들처럼 걸그룹이나 아이돌 그룹을 남다르게 좋아하진 않아요. 그보다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싸이먼 디, 사무엘 서, 자이언티 등의 음악은 독특하고 색깔이 분명하고 상업적이지 않아서 참 좋던데요. 이런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더 자주 미주지역에서 콘서트를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어요.


한글 공부 삼매경에 빠진 나이키


<인터넷으로 한국방송을 보는 나이키(좌), 나이키가 공부 하는 한국어 학습 교재(우)>

 

한국어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나요?


한국어는 2015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독학했는데 배움의 동기가 분명해서였겠죠? 드라마를 시청할 때면 제법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한인 타운의 식당, 마켓, 화장품 가게에 가면 한국인 점원들과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올해 초부터 세종학당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즘 한류 가운데 가장 대세는 K-Beauty잖아요? 한국 화장품 사용해본 경험이 있나요?


오!. 저는 K-Beauty의 열혈팬이에요. 너무 제품이 훌륭하죠. 페이스 미스트를 많이 사용해요. 시트 마스크도 좋아하고요. 머드 마스크도 애용하고 있답니다. 저 혼자 사용하기 너무 아까워 주위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죠.


친구와 함께 K Con을 찾은 나이키 
<친구와 함께 K Con을 찾은 나이키>



나이키가 직접 만든 김치찌개


<나이키가 직접 만든 김치찌개>


한국 음식 역시 좋아하겠죠?


한국 음식은 그냥 좋아하지 않아요. 사랑해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같은 찌개류입니다. 김밥은 혼자 먹기에 너무 맛이 좋아서 엄마에게도 소개했어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아마도 한국식 바비큐일겁니다. 저는 한국 음식 가운데 찌개 종류가 가장 맛있더군요. 정말 중독성 있는 맛이죠. 찌게에는 흑인 커뮤니티의 ‘카쎄롤(Casserole)’처럼 짙은 풍미가 있어요. 소울이 들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은 집에서도 제가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그녀가 요리해 차린 밥상을 보니 한국의 아낙네 못지않은 실력이다. 1년 후쯤,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나이키와 청국장 찌게를 맛볼 날을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Nyke Parham


미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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