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2018년 호주오픈테니스대회 정현 신드롬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8.02.05

호주사람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지내며 수영, 크리켓, 럭비 등 스포츠와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를 갖게 된다. 그래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공원이나 운동장에는 밤늦도록 혼자서 뛰거나 그룹으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전세계 규모의 국제대회가 개최되고 호주에서도 영연방국가대항전인 커먼월스게임스(Commonwealth Games)가 퀸즐랜드의 골드코스트에서 4월4일부터 15일까지 11일간 열린다. 그리고 호주의 여름을 달구는 호주오픈테니스대회가 매년 1월 멜버른에서 개최되는데 올해도 1월10일부터 28일까지 열렸다. 마지막 날 28일,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남자단식종목에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우승이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호주오픈대회에서 팬들의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에피소드는 단연 한국의 정현선수가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준결승전까지 올라간 것이다. 정현선수의 선전은 호주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테니스 팬들을 놀라게 했고, 소위 ‘정현 신드롬’에 빠지게 한 사건이 되었다.


교민들의 응원을 한껏 만끽하고 있는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Hyeon Chung)


<교민들의 응원을 한껏 만끽하고 있는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Hyeon Chung)>


호주오픈테니스대회는 최대 규모의 국제테니스대회 중 하나다. 1월에 열리는 만큼 매년 첫 메이저급대회기 때문에 호주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대회이다. 특히 한국기업인 기아자동차(KIA Motors, 이하 기아차)가 메이저스폰서로 후원을 하고 있다. 2018년 올해 대회에서 기아차와 대회 주최측은 후원을 5년 연장해, 2023년까지 메이저후원사로 기아차가 활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메이저급 대회의 후원을 통한 홍보효과로 기아차는 호주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중계를 보고 있는데 선수들과 가장 지근거리의 ‘KIA’라는 선명한 로고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가슴속에 새겨질 것이다. 호주에서 중계를 보며 기아의 로고가 선수들의 강력한 서브처럼 우리 가슴으로 꽂히는 것 같은 흐뭇한 만족감을 많은 한국계 사람들이 맛보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 노박 조코비치(상), 로저 페더러(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 페이지(Hyeon Chung)


세계적인 선수 노박 조코비치(상), 로저 페더러(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 페이지(Hyeon Chung)


<세계적인 선수 노박 조코비치(상), 로저 페더러(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 페이지(Hyeon Chung)>


노박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서 승리한 후 관객들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 페이지(Hyeon Chung)


<노박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서 승리한 후 관객들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정현 선수, 출처: 정현 페이스북 페이지(Hyeon Chung)>


매년 한국기업이 후원하고 있는 대회이지만, 은퇴한 이형택 선수 이후로 좀처럼 메이저테니스대회에서 한국선수의 선전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2년 전인 2016년 대회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정현선수가 당시 세계1위에 랭크되어 있던 노박 조코비치와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되었다. 경기 스코어는 3-0(6-3, 6-2, 6-4)으로 패했다. 이후 국제대회에 계속 참가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선수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해 열린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종목 준결승에 오르게 되면서, 정현선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의 선전은 그야말로 화제가 되었다.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안고, 그는 16강전에서는 노박 조코비치를 3-0(7-6, 7-5, 7-6)으로 꺾으며, 대회의 떠오르는 그야말로 21세의 젊은 라이징 스타가 된 것이다.


정현은 누구인가? 라는 헤드라인으로 호기심을 산 정현, 출처: news.com.au


<정현은 누구인가? 라는 헤드라인으로 호기심을 산 정현, 출처: news.com.au>


현지 언론사 뉴스닷컴(news.com.au)은 24일 올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기간 중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Hyeon Chung has become the fan favorite during this years open.)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또한 노박 조코비치를 꺽은 16강전에서의 인터뷰 역시 팬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었다. 바로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테니스계의 레전드 짐 쿠리어(Jim Courier)가 정현선수에게 소감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의 팬들에게 한국말로 메시지를 요청한 것이다. 그는 특유의 저음으로 자신에게 보내준 응원과 성원에 감사하며, 남은 대회에서도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 인터뷰를 본 해외 팬들은 정현이 한국말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에 선수가 사인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캡틴, 보고 있나?”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는 해체되었던 그의 소속팀 김일순감독을 위로하고자 적은 메시지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진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랜을 3대0으로 격파하고 4강에 오르며 준결승에서 로저페더러와 맞붙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게임 중 발바닥 부상의 악화로 인해 2세트 도중에 경기를 포기를 해야만 했었다. 로저 페더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누구나 결승전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렇게 오르고 싶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정현을 세계10위안에 들어 갈만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번 호주오픈대회에서 정현의 선전은 호주의 테니스팬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방송에서 한국어로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위상을 테니스라는 경기종목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한류뿐 아니라 한국인의 존재감을 현지인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준 정현선수에게 감사했다. 이번 정현 선수의 등장은 교민들뿐 아니라, 동양계 이민자들에게도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호주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교민은 동료들이 정현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 것이 맞느냐며, 계속해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추운 겨울날들을 뜨겁게 해준 정현선수, 앞으로도 코트 위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참고 :

http://www.news.com.au/sport/tennis/hyeon-chung-has-become-the-fan-favourite-during-this-years-open/news-story/ec2804fcd26811d5896759805d917db6


김민하 호주 특파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