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러시아 월드컵 열기만큼 뜨거운 6월 한류 열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8.06.20

<6월 12일 열린 모스크바 세종학당 원광 주최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 출처 : 통신원, 안나 김, 소피야 샤바노바>


<6월 12일 열린 모스크바 세종학당 원광 주최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 출처 : 통신원, 안나 김, 소피야 샤바노바>


러시아 한류 팬들은 2018년 6월을 환희에 가득 찬 달로 기억할 듯싶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이 러시아 전역에서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K-Pop 뮤지션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온 러시아 팬들은 ‘2018 FEEL KOREA IN MOSCOW’ 및 ‘K-pop Cover Dance Festival’을 통해 ‘K-Pop 갈증’을 해소했고 주러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 블라디보스토크 및 이르쿠츠크 총영사관, 한국관광공사 등 공관 및 관련 부처 산하 기관들이 연계해 러시아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이 월드컵 축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6월 12일 열린 모스크바 세종학당 원광 주최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모스크바에서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연대 가능성과 발전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됐다. <한민족 문화 큰잔치>는 원불교 모스크바 교당(현재 모스크바 세종학당 원광)이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는 고려인들에 한 뿌리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1993년 첫 행사를 열었고 올해로 25회를 맞았다. 지금은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로 불리지만 한러 간 문화 교류가 미비했던 90년대 초반에는 국가 간 관계 결속이 아닌 러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위한 행사였기 때문에 <한민족 문화 큰잔치>라고 불렸다. 세계 속 ‘한류’가 태동하기 전이다. 행사 취지는 이렇다.


스탈린 집권 이후 한민족의 고유문화가 말살돼 45만 명에 이르는 동포 가운데 90%를 넘는 60살 이하의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민족적 비극 상황이 초래됐다. 페레스트로이카가 몰고 온 새로운 상황 속에서 한민족의 문화, 특히 민족어를 되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당시 고려인들과 현지인들을 위해 처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사회주의 개혁 이데올로기를 겪으며 신심이 지쳐있던 고려인들은 모스크바 원광학교에서 한국어와 고유의 전통문화를 익히며 위안을 얻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경기가 전 세계에 생중계됐을 때 러시아인들은 변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경제 신화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1990년 9월 30일 한·소(현 러시아) 수교가 체결되면서 한러(당시 소련) 문화예술교류에 물꼬가 트였고 러시아의 고려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인들에 한국어를 비롯한 문화 전파 및 교류가 한층 수월해졌다. 현재는 한국문화원이나 세종학당 같은 정부 산하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의 문화를 모스크바 현지에서 알리는 민간단체는 교회와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뿐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 참가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주최 측에 따르면 25회의 경우 8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의 일 년 행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가 ‘한민족 문화큰잔치’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보니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홍보 및 이벤트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삼성을 비롯해 현대 기아, 엘지, 롯데, 대한항공,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 한국 대기업은 물론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사와 현지 주재 중소기업과 한국 식품업체들이 협찬하고 있다.


또 주러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러시아고려인협회, 모스크바 한인회, 모스크바 사할린한인협회, 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의회, 한국관광공사 등 단체들이 후원한다. 올해 24회째를 맞이한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모스크바 세종학당 교원들과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주도적으로 행사 준비서부터 진행 마무리를 도맡는다. 행사 자원봉사자 가운데 200여 명을 선발하고 각각의 포지션이 정해지면 무대 설치부터 행사 진행, 안내, 홍보, 촬영 등을 소화해낸다. 최대 7천명까지 수용 가능한 ‘쩨에스카야’ 육군 중앙실내경기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무대에는 태극기와 삼색기, 색색의 휘장이 나부꼈고 자원봉사자들은 놀이 명이 각각 쓰인 팻말을 들고 무대로 입장했다. 흥겨운 잔치를 서막을 알리는 전통소리 ‘맥’의 공연이 시작됐다. 올해의 경우, 월드컵 기간 중 한국 사물놀이를 알리러 온 ‘맥’ 창립자 한상돈 남사당놀이 이수자가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흥을 돋는 꽹과리 연주를 필두로 사물(四物)소리가 경기장 내에서 쩡쩡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함성과 더불어 흥겨운 잔치가 펼쳐졌다.


한류 팬들이 부쩍 늘어서인지 이번 행사는 어느 때 보다도 K-Pop 팬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됐다. K-Pop 플래시몹은 몰론 커버밴드 ‘FE’, ‘WILD MIND’의 공연, ‘Gamblerz Crew’의 브레이크 댄스가 진행될 때 10~20대 K-Pop 팬덤은 장내가 떠나가도록 열광했다. 태권도 시범도 압권이었다. 남녀 6세에서 20세 초반의 러시아 현지인으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팀의 절도 있는 동작과 화려한 발차기 기술, 송판 격파 등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또한 주최 측은 전통 놀이를 예년에 비해 부쩍 늘려 참가자들에 참여를 독려했다. 굴렁쇠를 비롯해 공기놀이, 활쏘기, 포대 달리기, 투호, 외다리 씨름, 널뛰기, 긴줄넘기, 제기차기, 젓가락질, 윷놀이, 비석치기, 줄씨름 가랏키, 세발자전거, 지게짐 나르기, 칠교놀이, 서예 체험, 사물놀이 체험, 한복 입기 체험, 페이스 페인팅, 한지 꽃 만들기 체험,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 등이 행사 2부 순서로 진행됐다.


방문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큰 환호로 대답하며 큰잔치에 흠뻑 빠져들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경기장 외 홀에서는 한국 제품 홍보가 한창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들에게 김밥을 비롯해 비빔밥, 한국의 제품 등을 판매하는 홍보부스가 여럿 보였다. 소피아 이고리예바(19세, 여) 양은 “6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국 문화 행사에 거의 다 참가했다”면서 “지금 러시아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우리가 한국 문화가 좋아하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도 러시아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승현 러시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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