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지가 주는 고요와 사색의 공간 - 런던에서 열린 이진우 전시회 <침묵을 향하여>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03.11

한지가 기초가 된 이진우의 작품 Untitled 2018 - 출처 : HdM Gallery 제공


한지가 기초가 된 이진우의 작품 Untitled 2018 - 출처 : HdM Gallery 제공

 

런던 시내 옥스퍼드 서커스 부근에 위치한 HdM Gallery에서 지난 2월 7일부터 진행되었던 이진우 전 <침묵을 향하여>(Lee Jin Woo, Toward Silence)가 3월 1일 마감되었다. 통신원이 방문한 HdM Gallery는 지난 2018년 여름에 문을 연 갤러리다. 하얀 벽으로 꾸며진 아담한 전시 공간은 고즈넉한 느낌을 주며, 아름답고 기다란 한 칸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2009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오픈된 이래 현대 중국 미술에 중점을 둔 미술 사업을 벌여 오다 그 성공에 힘입어 2013년에는 항저우에도 갤러리를 열었고 작년에는 런던에도 계열사를 설립한 것이다. 갤러리의 어시스턴트 라우라 퍼거슨 씨는 “HdM Gallery의 설립자들과 프랑스계 파트너들은 10년 경력의 성공적인 미술 사업에 자부심이 많다”며 친절하게 갤러리를 소개했으며, 이어 이진우 전을 안내해 주었다.

 

이진우 화백의 2018년 작품들 - 출처 : HdM Gallery 제공

이진우 화백의 2018년 작품들 - 출처 : HdM Gallery 제공

이진우 화백의 2018년 작품들 - 출처 : HdM Gallery 제공


이진우 화백의 2018년 작품들 - 출처 : HdM Gallery 제공

 

이번 <침묵을 향하여> 전에 전시된 열두 편의 작품들은 제목을 지니고 있지 않은 무제의 작품들로 그 주요 재료가 한지라는 점이 공통적 특성이었다. 한지 특유의 질감이 주는 섬세함으로 독특한 세계를 표현해낸 그의 작품 중에서 숯과 그림물감 등을 섞어서 제작해낸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한지를 겹겹이 쌓아 만든 캔버스 위에 푸르스름한 그림물감이 무심코 흘러내리듯 여러 가지 선을 이룬 일련의 작품들은 동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숲의 나무들이 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진우 화백의 한지 작품들의 특징은 작가가 공을 들여 한지를 한 겹 한 겹 직접 붙여서 상당히 두꺼운 책 정도의 두께가 되는 한편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 두께를 조절하여 윗부분은 얇고 아랫부분은 두껍다던가, 또는 두서너 개의 비슷한 계열의 색깔을 혼합하거나 대비 또는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한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제작된 작품들은 안정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동서양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한지를 재료의 기반으로 사용한다. 한지를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다음 인디안 잉크와 숯, 흙, 심지어는 화산재와 같은 유기농 재료들을 섞어 촘촘하고 풍부하게 짜인 단색의 페인팅 작품들을 생산해낸다. 


그의 단색화에서 풍기는 내적인 안정감, 고요하고 정적인 느낌은 이진우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한지’가 매개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지가 주는 특유의 여림, 부서지기 쉬운 성질 때문에 이 작품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보관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갤러리는 “부서질 듯이 여리고 엷은 종이 위에 드로잉과 페인팅, 물감을 찍고 가볍게 쳐 내리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한지가 겹겹이 싸여 어떤 요소들은 사라지고 어떤 요소들은 뚜렷하게 남아있게 된다. 


그 결과 보는 이로 하여금 표면과 깊이에 대해 사색해 볼 수 있는 풍요로운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 또 사색에 침잠토록 하는 고도의 3차원적 작품이 생산된다”고 이진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 갤러리 카탈로그에 따르면 “이진우 화백의 작품 세계는 단색화 페인팅의 주도적인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박서보 화백과 연결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단색화 페인팅을 응용함으로써 그의 작품들은 단색 팔레트와 물질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형성해내며, 이렇게 형성된 움직임의 ‘반복’이란 요소들은 단색화에 이은 공통적 특성”이라 한다. 이렇게 전통적으로‘한국적인 것’이라고 알려진 재료들과 공간을 대단히 존중하는 이진우의 작업은 한국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일단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림을 그리는 팔이 됩니다. 내 손은 나의 두뇌의 연장이고 나는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지요. 나의 작업은 직관적입니다.

 

이진우 화백의 말이다. 이 전시를 위해 직접 런던을 다녀간 이진우 화백은 1986년 프랑스로 이주하기 전 세종대학교를 다녔으며 파리의 ‘Ecole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에서 수학했다. 현재 프랑스와 한국을 왕래하며 활동하고 있고 ‘Art Brussels’, ‘ASIA NOW’, ‘Art Miami’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아트 페어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날로 늘어가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이진우 작가는 2016년 ‘Actes Sud’가 출간한 단행본의 주제가 되었고, 그의 작품은 파리에 있는 ‘Musee Cernuschi’의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 작품들은 파리 소재의 ‘Musee Cernusch’와 ‘Maria Rund’ 화랑, 중국의 ‘H.T.Gallery’에서 전시되면서 기념비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로써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이진우 작가의 <침묵을 향하여> 전은 런던에서 처음으로 열린 솔로 전시회였다. 라우라 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최소 £10000(한화 약 1,5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갤러리 전경(좌)과 안내를 맡은 라우라(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갤러리 전경(좌)과 안내를 맡은 라우라(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