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델리에 예술의 봄을 불러오다, 로디 아트 페스티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3.27

수도 뉴델리의 중앙 남부 지역에 위치한 곳, 영국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동네 로디 콜로니(Lodhi Colony)가 델리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지난주 일요일 막을 내린 전시 〈F(r)iction〉가 열린 곳은 로디 콜로니의 한적한 동네 상가였다. ‘스트리트 아트’를 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한 자유분방한 양식의 전시는 우스꽝스러운 ‘신상’부터, 방 전체를 랩핑해놓고 태블릿 PC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한 VR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베를린 혹은 뉴욕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 현대적인 전시는 올 1월부터 시작된 로디 아트 페스티벌(Lodhi Art Festival)의 한 프로그램으로 개최되었다. 이름부터 로디 콜로니를 중심으로 하는 이 아트 페스티벌은 총 세 달간의 전시와 워크숍, 투어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로디 콜로니’ 그 자체를 전시관으로 바꾸어 놓은 벽화 작품들이었다.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 벽화 중 Arvani Art Project가 작업한 작품 ‘Trans Lives Matter’ (트랜스젠더의 목숨도 소중하다) 전체 모습

<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 벽화 중 Arvani Art Project가 작업한 작품 ‘Trans Lives Matter’ (트랜스젠더의 목숨도 소중하다) 전체 모습 - 출처 : St+Art 페이스북, 통신원 촬영통신원 촬영 >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 벽화 중 Arvani Art Project 작업 모습

<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 벽화 중 Arvani Art Project 작업 모습 -  출처 : St+Art 페이스북, 통신원 촬영 >

 

“인도의 첫 번째 공공미술 구역”이라는 이곳,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Lodhi Art District)는 로디 콜로니라고 지칭되는 구역 내 공동 주거 아파트 외벽에 총 48개의 벽화로 구성되어있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그려낸 수많은 벽화들은 2014년부터 조금씩 선보여져 왔다. 올해 로디 아트 페스티벌을 맞아 새롭게 그린 벽화만 18개다. 

 

2014년 다섯 명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비영리 단체인 St+Art India는 예술을 보다 민주적이게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거리로 나왔다. ‘#ArtForALL’, 즉 ‘#모두를위한예술’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들은 지금까지 인도 내 7개 도시에서 총 11개의 축제와 4개의 전시를 진행해왔다. 다른 도시, 다른 작가들과 함께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하나다. '전통적인 갤러리와 미술관보다 큰 캔버스와 공간을 통해 예술을 민주화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델리의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도 청년들이 찾는 거대한 갤러리가 되었다. 

 

지난주, 이들이 주최한 ‘아트 투어’를 돌면서 한적한 도로 위에서 춤을 추는 청년들 역시 만날 수 있었다. 투어 가이드이자 St+Art India에서 일하고 있는 카란(Karan)은 “이제 이 구역 어디서든 이들과 같이 또 다른 서브-예술 장르 아티스트들과 결혼사진을 촬영하는 커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도시의 경관을 바꾸는 데서만 그치지 않았다. 보다 적극적으로 거주민들에게 다가가, 이들을 예술의 일부로 바꾸어놓았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거주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들을 위한 로디 갓 탤런트(Lodhi got talent) 같은 주민 장기자랑 행사를 열며 거주민들의 마음을 열고자 했다. 실제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로디 아트 페스티벌의 일부로서 관람객들을 모았음은 물론이다. 

 

로디 아트 투어에서 설명 중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카란

< 로디 아트 투어에서 설명 중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카란 - 출처 : 통신원 촬영 >


로디 아트 페스티벌에서 진행 중인 공연 프로그램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 로디 아트 페스티벌에서 진행 중인 공연 프로그램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

 

한국에서 이러한 커뮤니티 아트와 벽화들을 보기에는 어렵지 않지만, 그로 인해 발생된 소음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논의가 여전히 오가고 있다. 델리의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와 로디 아트 페스티벌이 우리나라의 사례들과 다른 점은,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행사와 의미들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로디 콜로니가 가지는 환경적인 차별성 역시 중요하다. 이들이 벽화를 그리는 곳은 작은 아파트 건물의 외벽으로, 도로 및 인도와 마주하고 있어 기존에도 차량과 통행인들의 소음이 존재하는 곳이다. 더불어 벽화 자체가 워낙 거대한 규모로 그려져 있어, 관광객들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점에서 로디 콜로니라는 장소 자체가 벽화를 그리기에 아주 적절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St+Art India는 활동의 지속성과 협업을 고려한다. 이들의 가장 큰 스폰서는 정부나 기금이 아닌, Asian Paints라는 페인트 회사로, 벽화를 그리기 위해 소비해야 할 수많은 페인트들을 지원하는 중요한 후원사임과 동시에 St+Art의 취지에 공감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2014년 뭄바이에서부터 함께해온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공공미술이라는 영역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그리는 파트너십에 가깝다. 다양한 정부와 기관, 기금들과 함께함은 물론이다. 대형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시주거부처뿐만 아니라 경찰의 협조도 필요하다. 

 

뉴델리의 공기 오염과 관련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이탈리아 과학자-작가 안데르코(Andreco)의 모습 -출처 : 통신원 촬영

< 뉴델리의 공기 오염과 관련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이탈리아 과학자-작가 안데르코(Andreco)의 모습 

-출처 : 통신원 촬영 >


 ‘F(r)iction’ 전시에서 선보여진 일본 작가 요 나가오(Yoh Nagao)의 설치-참여 작품 - 출처 : 통신원 촬영

< ‘F(r)iction’ 전시에서 선보여진 일본 작가 요 나가오(Yoh Nagao)의 설치-참여 작품 - 출처 : 통신원 촬영 >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커뮤니티’를 논하며 ‘국제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마을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업 역시 의미가 있겠지만, 로디 아트 디스트릭트와 St+Art India가 지속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인도와 델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확장해나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로디 콜로니의 벽화들은 여성의 인권부터 인도의 문화, 트렌스젠더, 환경오염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벽화마다 예술가 개인의 개성을 드러냄은 물론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커뮤니티와 유리된 작품을 만드는 것만도 아니다. 벽화를 그리기 전 아이디어 수집을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 만장의 사진을 찍고, 동네 아이를 벽화의 모델로 기용하는 등 이들은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를 벽화에 담아낸다. 로디 아트 페스티벌의 여러 프로그램이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 역시 이러한 균형에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델리의 겨울을 풍성하게 했던 행사는 이제 하이데라바드로 자리를 옮긴다. 삭막하기만 했던 인도의 대도시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 미술관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들에게 예술을 소개하는 이 프로젝트는 분명 인도 예술의 지형을 바꾸어놓고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확장되는 중인 이 축제에 한국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성명 : 김참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뉴델리 통신원]  - 성명 : 김참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뉴델리 통신원]

  - 약력 : 현)주인도 한국문화원 근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