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케이팝으로 배우는 한국어, 국제 팬덤의 언어 교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3.27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바이스(VICE)' 독일어판은 지난 3월 11일 'BTS와 같은 케이팝 밴드들이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일으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케이팝 팬들과 한국어 학습의 상관관계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동안 케이팝으로 인해서 현지 한국어 학습에 대한 인기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종종 언급되어왔지만 기사를 통해 정식으로 다루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이 기사는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를 함께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팬덤 문화에서 나타나는 언어 장벽, 그리고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자 노력하는 팬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함께 조명했다. 동시에 서구권에서 이를 바라보는 편견어린 시선을 비판하기도 했다. 젊은 이들을 상대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런 긴 분량의 기사는 잘 찾아볼 수 없다. 저자가 하고싶어하는 말이 꽤 많아 보였고, 케이팝 팬들을 위한 항변(?)의 감정도 느껴졌다. 

 

'BTS와 같은 케이팝 밴드들이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일으킨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 출처 : 바이스

'BTS와 같은 케이팝 밴드들이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일으킨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 출처 : 바이스

 

발레리(Valerie)는 음악을 좋아한다, 가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에서 온 이 25살 소녀는 열렬한 케이팝 팬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BTS와 EXO, 걸그룹인 블랙핑크가 그녀의 '심장'을 뛰게 한다. 많은 이들처럼 그녀도 한국어를 하나도 모른 채로 케이팝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다른 이들처럼 그녀도 변하고 싶어한다(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저는 (케이팝에) 실제로 언어장벽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발레리는 말한다. '하지만 가사는 더 많은 문화적인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녀는 노래를 가사 없이도 즐기긴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에는 번역된 가사를 읽어본다. '특히 그 노래가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에 대한 노래라면요.' 케이팝을 꽤 오래 들었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몇몇 한국어를 할 수 있게된다. 한국말은 멤버들의 대화나 농담, 자막 없이 나오는 TV쇼, 한국어 포털사이트 다음의 BTS 팬카페 같은 많은 팬덤 사이트 등 모든 채널을 통해서 나온다. 

 

'바이스'는 먼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케이팝 팬들의 이야기로 기사를 시작했다. 이어 서구 미디어나 서구 주류 시각이 케이팝을 보는 시선을 에둘러 비판했다. 또한 미국은 물론 독일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함께 소개했다. 

 

서구 미디어에서 라디오 진행자들은 대게 모든 한국 아이돌들을 일반화한다. 아마도 케이팝 아이돌들이 모두 비슷하게 들리고,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뒤에는 종종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혐오의 시각도 숨겨져 있다. 음악 비평가들은 BTS의 유럽지역 팬들에 대해 이렇게 쓰기도 한다. 팬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뭔지 모른다고. 마치 요즘 인터넷에서 노래 가사 번역을 찾기 어렵다는 듯이 말이다. 혹은 문자보다 더욱 중요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는 듯이 말이다.

 

어학 학원들과 다양한 미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케이팝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이끌 것이라고 알아챘다. 미국에서는 한국어 수업 수강생들이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14퍼센트 늘었다. 미국 언어학자 직업연합의 조사 결과다. 그 시기는 미국에서 어학 수업에 등록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던 시기다. 독일의 'Annyeong South Korea' 페이지에서 케이팝 노래는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로 언급된다. 독일의 질의응답 포털 사이트인 'gutefrage.net'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엄마를 어떻게 설득할지, 무료 온라인 수업은 없는지 문의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한국어 수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독일 대학들은, 한국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이스'는 케이팝 팬들의 한국어 학습 열풍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팬덤 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언어의 장벽, 그리고 그 장벽을 넘기 위한 팬들의 번역 및 자막 작업도 소개했다. 활발하게 영상 번역 및 자막 작업을 하고있는 트위터리언이자 샤이니 팬 'S'와의 대화를 함께 담았다. 

 

'저는 한국 미국 혼혈입니다. 저희 부모님들은 둘 다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어릴 때 한국어를 거의 배우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제 친척들과는 의사소통을 잘 할 수는 없었어요.'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고, 샤이니에 대한 것을 번역하는 게 어학 수업보다 더 즐거웠다. '저는 샤이니가 데뷔했을 때부터 팬클럽 '샤월'이었어요. 영상에 자막을 붙이는 일도 했는데요, 그들이 세계적으로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S는 2009년부터 번역 작업을 해 왔다. 중간에 긴 휴식기도 가졌다가 샤이니 멤버 ‘키(Key)’가 새로운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번역하는데 드는 시간은 가치가 있다. 세계적으로 팬덤이 얼마나 커졌는지 직접 봤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녀는 팬 번역자들이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안고 있는지 강조한다. 그리고 그 일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저는 번역하는 팬들이 좀 더 주의하기를 바랍니다.' 실제 발언을 왜곡하지 않도록 정말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된 번역은 번역을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해를 끼칠 수 있어요.'

 

'바이스'는 S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케이팝은 보통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서 종종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돌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발언은 문자 그대로 번역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번역가들은 한국의 문화적인 측면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발언에 대한 국제적인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튜버 대니(Danny)와 데이비드 킴(David Kim)은 이런 과제를 'Explained by a Korean'이라는 이름의 영상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영상에서는 국제적인 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면서 유튜브 채널도 함께 소개했다.  


기사와 함께 소개된 유튜브 채널 'DKDKTV'. 케이팝 가사의 한국적 맥락을 주로 소개한다

기사와 함께 소개된 유튜브 채널 'DKDKTV'. 케이팝 가사의 한국적 맥락을 주로 소개한다

 출처 : 유튜브 채널 ‘DKDKTV’

 

이 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케이팝 팬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팬으로서 특히 서구 사회 내에서 받게 되는 부정적인 시선,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팬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현상은 케이팝과 한국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고, 영어가 아닌 다른 모국어를 가진 이들은 거의 대부분 어느 정도 그렇게 한다. 필자는 브라질 사람이고, 모국어는 포루투갈어다. 그리고 내 영어 실력의 대부분은 내가 십대 때 열광했던 미국의 펑크밴드 덕분이다. 그 때 나는 번역물을 찾아보고, 자막이 달린 다큐를 보는데 몇 시간을 보냈다. 이런 헌신은 내게 자연스럽게 보인다. 내가 이 밴드와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서구의 케이팝 팬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게 왜 놀랄 일인지?

 

'저는 케이팝 팬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성차별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24살 BTS와 EXID, 트와이스의 팬인 야디(Yady)의 말이다. 그는 미국에 살고 있으며, 모국어는 스페인어다. '저는 미국에 있는 다른 외국어 미디어도 그들만의 하위문화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영화, 세계 음악 등등이요. 하지만 이런 분야는 거의 남성 지배적입니다.' 케이팝 팬들은 종종 소녀들이고,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거나, 스스로의 팬덤을 이해하는데 별로 지혜롭지 않다고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케이팝 팬덤 내부의 국적은 매우 다양하다. 팬들도 그것을 알고, 뿌듯해하며, 서로를 돕는다. 단순히 가사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돌이 쓰는 스타일링 제품에 관한 정보나 복잡한 정치적인 테마를 이해하는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팬들 모두가 평화롭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한국인이 아닌 팬들은 가끔 언어에 대한 패티쉬를 가지거나, 종종 영어 노래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야디는 그러한 요구를 무례함이라기보다는 무지라고 본다. '사람들이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좋아하는 목소리를 듣는 게 만족스러울 겁니다. 서구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외국인'들을 동화시키려고 하죠.' 그러면 자국의 팬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음악은 언어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노래에서 맥박이 뛰는 소리는 순수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BTS의 V가 숨을 억누르며 노래할 때, 듣는 이들은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그 우울함을 이해한다. 이런 메시지는 고품질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언어 강의 없이도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기사의 맥락을 살펴보면 케이팝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다. 세계적인 대중음악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케이팝이 영어권의 문화였다면 이런 현상은 물론 이런 기사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팬들이, 음악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케이팝이라서, 한국의 음악이고, 한국어로 부르는 음악이라서 소위 세계의 주류 음악, 혹은 영어권 음악 세계들은 불편함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서구 유럽팬들이 아시아의 문화에 빠져 아시아의 언어까지 배우는 이 상황을 현지에서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쯧쯧쯧' 혀를 차는 어른들부터, '오타쿠' 이미지를 씌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것치고는 케이팝의 영역이 꽤나 커져버린 상황이지만 말이다. 

 

최근 케이팝을 둘러싼 국제 팬덤 사이에서 인종적인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통 서구권의 팬들과 아시아권 팬들 사이의 간극이다. 미의 기준에 따른 인식의 차이, 언어장벽에 따른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다. 과거 서구 주류권, 영어권 대중음악이 세계를 휩쓸 때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되고 있는 케이팝의 또 다른 단면이다. 

 

※ 참고 자료

https://www.vice.com/de/article/vbwq4d/hype-auf-koreanisch-bts-exo-und-blackpink-sind-schuld?utm_campaign=sharebutton&fbclid=IwAR0qRyCpdEUeuGYM5psqQZouQc6tyjYo1yQV3yA_S0Eq_iV3BAPGuh1BBAU



성명 : 이유진 [독일/라이프치히]  - 성명 : 이유진 [독일/라이프치히]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재학중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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