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 문학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4.03

한국의 ‘치맥(치킨과 맥주)’이라는 야식 문화를 알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화권에서 크게 흥행했을 때, 외계인과의 사랑을 소재로 한 모티브가 대중들에게 통한 이유는 무엇인지 현지 언론은 굉장히 궁금해했다. 사실 동 드라마뿐 아니라 <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처럼,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주제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한 문화 평론가는 중화권에도 <인어전설>, <미인어> 등과 같은 판타지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지 기사를 통해 재조명했다. 해당 기사는 한국영화 및 드라마는 ‘판타지 소재의 약점을 현실성으로 보완한다’고 설명한다. 또 상기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명심보감』이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 등 대중적인 소설 일부분을 인용한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 비현실적인 극 전개에 현실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있는'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있는'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동 드라마들이 흥행하고, 극중에 등장한 작품들도 함께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말일 현지 언론 《TVBS》는 현지 지명도 높은 서점의 한국 문학 작품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줄곧 어학과 교육 서적에 집중됐던 한국 서적이 순수 문학과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고, 한국 드라마 열풍에 따른 배경지식과 그 소재의 모티브를 조금 더 깊게 알기 위해 현지의 독자들도 국내 순수 문학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는 분석도 첨언됐다. 《TVBS》는 또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 역시 한국 서적을 읽는다고 보도하며 한국 문학의 열풍은 그저 일부 계층의 열풍이 아닌 보편적인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출판 업계 관계자는 이 열풍에 대해 “대만과 한국은 이질적인 다른 문화권이고, 뿌리가 다르지만, 2차 대전 당시 열강의 침략과 식민주의 그로 인한 분열 사태(현재의 남과 북, 양안 관계) 등의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사회적 맥락과 그 맥락 안에 사고하는 대중의 시선이 현지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언급했다.


대만과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한국 문학

 <대만과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한국 문학>

 

실제로 현지 대형 서점에는 한국 순수 문학 작품 외에도 다양한 서적이 현지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 케이팝을 주요 주제로 하는 연예 서적을 포함해, 국내 거대 엔터테인먼트의 성공 신화, 탈북 주민의 북한 이야기, 모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언론 기자가 바라본 한국 사회, 한국 드라마로 보는 조선왕조와 의식주, 또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 등 많은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대형 서점의 한국 문학 코너<대형 서점의 한국 문학 코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슈를 모으고 있는 서적은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이 책은 지난해 5월 현지 언어로 출판되어, 이미 2만 2천 권의 판매를 기록했고, 총통 ‘차이잉원’도 읽었다는 수식어로 인해 그 판매량을 더 급증시켰다.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읽어 있는 한 여성대형 서점의 한국 문학 코너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읽어 있는 한 여성>

 

드라마 작가 출신의 저자는 여성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요구받았던 희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현 시대의 여성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지금은 ‘양성평등’, ‘페미니스트’ 등의 단어가 너무나 쉽게 언론과 일상생활에서 오가지만, 82년생의 화자 김지영 씨가 보고 자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여성으로서의 살아온 모습은 현실적이면서도 정형화된 모습이다. 김지영 씨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세대의 어머니, 또 엄마로 사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책은 2017년 베스트 셀러로, 배우 공유가 우연히 들고 있었던 것이 화제가 되어 지난해 현지 언어로 출판이 결정된 이래 현재 대만에서 발행된 한국 서적 중 제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서적으로 꼽히고 있다. 그 외에도 『며느리 사표』, 『엄마 반성문』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이제는 전업주부보다 ‘워킹맘’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사회에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다양한 역할 요구와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 양상이 그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열어 주고 있다.

 

유난히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 서적의 인기에 기사는 “대만 사회에도 남존여비 사상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여성의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서적들은 근래 ‘여성혐오’와 같은 사회 현상에 대해 그 현상을 바라보는 배경적 지식을 제공한다. 이에 많은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여성 저자의 작품을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문학이 현지에서 대중화될 수 있었던 까닭은 한류의 주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영화, 드라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 덕분에 고려 시대의 무신, 『명심보감』과 같은 고전에 대중의 시선에 머무르게 된 것처럼 아동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사회 이슈를 다룬 영화 <도가니>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물의 성공 신화를 탄생시킨 배우 공유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동 영화는 처음에는 공유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지만, 영화가 개봉된 뒤에는 영화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충격적 사실이 전해지면서 현지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동일한 골자로 출간된 동명의 서적 역시 같은 이유로 주목받았다.

 

소설 ‘도가니’도 현지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 ‘도가니’도 현지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의 한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5년간 청각 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믿고 싶지 않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다. 국내에서도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물론 이 영화의 주연이었던 배우 공유와 정유미는 타이틀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하며 작품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했지만, 대중은 실화 사건이었다는 충격적 사실에 대해 경악하면서 현지 사회에서도 어쩌면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점에서 동 영화는 영화보다 서적 『도가니』로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현지 언론은 한국 문학의 대중화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에 주목했지만 현지 문학 연구 전문가는 ‘득과 실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 문학의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 산하의 번역 기관을 통해 한국 문학 작품의 국제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추진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학 작품이 국제 시장에서 성공적인 빛을 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대만정치대 문학 연구소의 최말순 교수는 ‘김영하 작가의 영화를 접하고 그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지만, 영화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영화 때문에 원작 소설을 읽게 되었지만, 오히려 상이한 두 작품에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영화화된 소설이 모두 대중화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최근 몇년 사이, 미투(Me Too) 운동의 전개를 비롯해 여성의 사회적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신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밝히는 이들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현지 전문가는 “한국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한 진실과 그로 인한 요구들은 뚜렷한 미래를 확연히, 또 명확히 보여주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사회를 향해 페미니스트들은 의문을 던질 뿐이다. 또 ‘여성 혐오’적인 사회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의 목소리가 묵인되고, 방치된 결과가 아닐까?”라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한국 문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문학 작품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 문학 작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여러 방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편한 진실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 문학 작품의 진출은 한국의 현시대를 잘 말해 주면서도, 우리의 부끄러운 낯짝을 들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현지에 출판된 한국 문학 작품

<최근 현지에 출판된 한국 문학 작품>

 

《TVBS》는 한류 콘텐츠가 한국 문학 작품과 만나 또 다른 한류 시장을 형성했다고 끝맺었다.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문학 작품으로 만나는 현지 독자들은 ‘한국 사회를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했다’고 평가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어떤 이는 한국 영화 및 문학 작품에는 사회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의 시선이 담겼다고 표현하며, 이를 한국 문학의 최대 장점으로 뽑는다. 또 이러한 강점은 한국영화를 시청하는 핵심 요소라는 애호가들의 말처럼, 우리는 많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현실에서 만난다. 하지만 ‘한국 문학의 인기’라는 기사 타이틀 속,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드러난 민낯은 그 대중적 인기에 가려지는 듯 해 아쉬움을 남긴다. 

 

※ 사진 출처: TVBS NEWS 

※ 참고자료: https://news.tvbs.com.tw/focus/1103647



성명 : 박동비[대만/타이베이] 약력 : 대만사범교육대학원 석사 졸업 현)대만사업교육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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