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힙합, 새로운 장르가 되다: 에픽하이 토론토 콘서트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4.10

지난 4일 북미 투어 중인 한국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c High)’가 토론토 파닉스 콘서트 극장(Phoenix Concert Theatre)에서 팬들을 만났다. 1000여 석을 보유하고 있는 파닉스 콘서트 극장을 가득 메운 토론토 팬들은 실시간으로 에픽하이 콘서트 현장을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올려 공유하며 뜨거웠던 콘서트 현장 소식을 직접 전했다. 〈새벽에(Eternal Sunshine)〉, 〈Kill this love〉, 〈빈 차(Home is far away)〉, 〈술이 달다(lovedrunk)〉 등 2019년 발표된 신곡들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에픽하이의 모습은 팬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의 형태로 올라왔고, 여기에는 에픽하이와 팬들이 함께 떼창하며, 즐기는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또한 에픽하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사진들을 보면 토론토 팬들이 한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많은 비 한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윙스, 씨잼, 비와이 등 다양한 한국 힙합 가수들의 토론토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의 공연 때마다 한국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캐나다 내 한인 유학생들이나 20~30대의 젊은 한인 2세, 3세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캐나다인들이 주요 관객으로 찾아오고 있었다. 한인과 비 한인 모두 즐겨 찾는 한국 힙합 공연에 대한 문화적 수요로 인하여 캐나다 내 한국 힙합 공연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한국 힙합을 케이팝과는 다른 장르로 인식하고 주목하는 현상도 보인다.

 

에픽하이 토론토 콘서트 현장 - 출처 : 에픽하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EPICKHIGH)에픽하이 토론토 콘서트 현장 - 출처 : 에픽하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EPICKHIGH)

에픽하이 토론토 콘서트 현장 - 출처 : 에픽하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EPICKHIGH)

 

에픽하이의 캐나다 공연 소식은 올 초부터 캐나다 언론들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에 소개되며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로컬 뮤직, 인디 뮤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 캐나다 음악 잡지 《비트루트(BeatRoute)》는 K-Hip Pop의 역사를 힙합의 기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발전과정과 한국 인디 음악의 변천사를 설명하고 에픽하이 공연 소식을 전했다. 《비트루트》는 강렬한 안무와 비트로 알려진 K-Pop이 잘 짜인 각본과 마케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한국의 힙합 역시 미국 힙합과 나란히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 힙합은 용산 미군 부대 근처인 이태원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태동하여, 듀스와 드렁큰 타이거에 이어 에픽하이로 이어졌고, 에픽하이의 주요 멤버인 세 명의 트리오, 타블로(Tablo), 미쓰라진(Mithra Jin), 디제이 투컷(DJ Tukutz)의 개성있는 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음악은 지역사회, 정체성, 개인적인 성장과 같은 주제를 관통하며, 자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영어와 한국어 이중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하여, 한국 힙합을 세계에 알리는 것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음악적 성공이 광고나 드라마 등 영화 음악으로 이용되면서, 큰 호응을 얻고 대중적인 영향력을 얻게 되었으며, 그들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해 오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한국 힙합 그룹 에픽하이를 소개한 캐나다 매거진 ‘비트루트’ - 출처 : 비트루트 홈페이지(beatroute.ca)

한국 힙합 그룹 에픽하이를 소개한 캐나다 매거진 ‘비트루트’ - 출처 : 비트루트 홈페이지(beatroute.ca)

 

2015년 토론토에서 단독 공연을 했던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특히 캐나다에 애정이 많았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캐나다 밴쿠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타블로의 발언은 많은 캐나다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하였고, 캐나다 각종 언론에서 회자되곤 했다. 전 세계의 음악을 분석함으로 당대 문화를 포착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캐나다 음악 잡지 《노이지(NOISEY)》는 에픽하이가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하고 고수하였기 때문에 대중들의 눈치를 보기보다 다양한 주제로 확대하며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에픽하이의 음악적 성숙함이 그들의 개인적인 수난과 어려움을 겪으며 거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면서, 에픽하이가 걸어온 한국 내에서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동 잡지는 성범죄, 전쟁, 종교 등의 주제를 다루며 판매 연령의 제한을 받기도 할 만큼 대범하고 독자적인 성격을 추구했던 에픽하이는 2009년, 멤버 타블로의 스탠포드 학위 위조를 주장하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We demand the truth from Tablo) 단체가 결성되면서 활동의 어려움에 빠진 바 있고, 이 시기 다른 멤버들의 군 복무 입대와 함께 에픽하이 활동은 잠시 보류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후 에픽하이가 걸어온 길은 현재까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만의 서사를 랩 가사와 비트로 풀어가는 열쇠가 됐다는 분석도 첨언 됐다. 

 

에픽하이는 토론토 공연에 이어 밴쿠버에서도 5월 2일과 3일, 양일에 걸쳐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캐나다 언론들이 분석한 것처럼 K-Pop과 함께 K-힙합이 새로운 장르로 미국 힙합과 겨루는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 음악의 다양함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성명 : 고한나[캐나다/토론토], 약력 : 현)온타리오 한국학교협회 학술분과 위원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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