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벨기에 관객들을 감동시킨 현대무용 안무가 이재영과 안지형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4.24

브뤼셀에 위치한 무대예술 전문극장 바리아(Théâtre Varia)에서 한국 현대무용작품 〈이퀼리브리엄-해탈-소무〉 공연을 관람한 한 벨기에 관객은 어떻게 이러한 춤 동작을 고안해 냈는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안무가의 세계를 궁금해했다.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공연이 끝난 후 마련된 안무가들과의 대화의 시간에 많은 사람들은 안무가들의 생각을 듣고자 자리를 지켰으며 질문과 답변을 통해 사람들은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난 4월 11월부터 13일까지 3일간 바리아 극장에서 선보인 한국 현대무용 공연은 관객들의 커다란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 감동의 물결에 이어 ‘시나브로 가슴에’의 두 작품 〈이퀼리브리엄〉의 이재영 안무가와 〈해탈〉의 안지형 안무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벨기에 공연 소감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퀼리브리엄’의 이재영 안무가(좌)와 ‘해탈’의 안지형 안무가(우) – 출처 : 통신원 촬영‘이퀼리브리엄’의 이재영 안무가(좌)와 ‘해탈’의 안지형 안무가(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예술 단체 ‘시나브로 가슴에’는 어떻게 창단되었나요? 소개 부탁드려요.

이재영 예술감독(이하 이재영) : ‘시나브로 가슴에’는 2013년 당시 저와 권혁 안무가가 함께 〈이퀼리브리엄〉을 작업하면서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권혁이 군대를 다녀온 후 안지형 안무가와 함께 협업 요청이 들어오면서 이재영, 안지형, 권혁 이렇게 3인 안무가 구성이 만들어 지게 되었고, 이후 김소연, 이학, 김혜진 무용수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 단체로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권혁, 안지형 안무가는 20대 때부터 함께 춤을 연구해 온 사이이며 현재도 친구 및 동료로서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단체 이름인 ‘시나브로 가슴에’는 조금씩 천천히, 창작하는 이의 가슴으로 만들고 감상하는 이의 가슴으로 깊숙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시나브로 가슴에’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치타슬로우〉, 〈신체, 파동, 소리〉와 같은 1시간 작업이 있고, 〈해탈〉, 〈휴식〉, 〈질주〉 및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20분 작업이 있습니다.

 

벨기에 바리아 극장 예술감독인 실비 소멘(Sylvie Somen)이 2017년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PAMS)에서 〈이퀼리브리엄〉의 공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벨기에에서 동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 직접 초청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이재영 : 2017년 서울아트마켓 기간 동안 우리 단체는 다양한 작품을 많이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전에 서울아트마켓 기금을 받은 〈휴식〉이 있었지만 〈이퀼리브리엄〉은 처음으로 서울아트마켓에서 선보일 특별한 기회였기 때문에 공연의 결과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다양한 공연관계자분들께서 〈이퀼리브리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중에서도 현대무용의 ‘성지’라 불리는 벨기에에서 우리의 작품을 원한다고 하니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바리아 극장에서 선보인 ‘이퀼리브리엄’ 공연 장면 – 출처 : 시나브로 가슴에 페이스북 페이지(@CompanySIGA)바리아 극장에서 선보인 ‘이퀼리브리엄’ 공연 장면 – 출처 : 시나브로 가슴에 페이스북 페이지(@CompanySIGA)

 

작품 〈이퀼리브리엄〉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스페인, 독일, 콩고 등에서도 초청공연을 펼쳤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벨기에 공연은 어땠나요? 무대 시설 또는 관객들의 호응은 흡족한가요? 이번 벨기에 공연에 대한 소감 부탁드려요. 

이재영 : 무대의 컨디션 자체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바리아 극장이 무용 전문극장이라서 그런지 무대 스텝 분들의 이해도와 작업 진행 능력이 아주 깔끔하고 뛰어났습니다. 특히 우리 음악을 공연 마지막 날까지 신경 써서 체크 해주던 음향 감독님이 많이 생각납니다. 모든 극장 스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관객들의 공연 관람 매너도 무척 좋았습니다. 역시나 공연이 끝난 후 진심으로 터져 나와준 관객들의 박수는 무대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지형 안무가(이하 안지형) : 작품 〈해탈〉은 이번 초청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번 벨기에 공연은 정말 완벽한 준비를 통해 각 작품의 특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극장 측, 스텝 그리고 무용수들의 삼박자 호흡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무용수들이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여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어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벨기에는 현대무용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다양하고 이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관객분들이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깊다는 느낌을 받았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춤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생각이 들어 안무자로서 또한 무용수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리아 극장에서 선보인 ’해탈’ 공연 장면 – 출처 : 시나브로 가슴에 페이스북(@CompanySIGA)바리아 극장에서 선보인 ’해탈’ 공연 장면 – 출처 : 시나브로 가슴에 페이스북(@CompanySIGA)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일 듯합니다. 〈이퀼리브리엄〉과 〈해탈〉 안무 창작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안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이재영 : 〈이퀼리브리엄〉은 이전에 프로세스로 작업한 〈메커니즘〉이라는 작업에서 발전형태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은 움직임에서 몸 전체로 커지는 과정을 그린 〈메커니즘〉 작업에서 사회적 균형, 인종, 또는 다름과 같음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우린 모두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불균형의 상태를 지난다. 여기서 말한 불균형은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러한 과정을 지나 우린 결국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또다시 다른 힘에 의해 불균형을 지난다. 이렇듯 우리는 언제나 불균형과 균형의 사이를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발전해 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안지형 : 작품 〈해탈〉은 한국전통탈춤인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하는 ‘이매’라는 캐릭터의 해학과 정서 그리고 춤사위에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오롯이 ‘이매’라는 캐릭터의 재해석이라는 틀로서 해탈의 첫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 작업은 안무가와 창작자로서 전통이라는 소재가 담고 있는 정서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버전으로 작업하였고, 이 과정을 거쳐 지금의 〈해탈〉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전통소재의 동시대적 재해석이라는 큰 틀을 바탕으로 작품 해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힘들고 지친 우리의 모습을 자책하지 말고 ‘인생을 살아볼 가치가 있는, 세월을 이겨볼 가치가 있는 춤과 노래로 놀아보자’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새롭게 작업 중인 작품이 있나요? 앞으로의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이재영 : 2019년 6월, 국립현대무용단 사업의 일환으로 신작 〈디너〉를 올릴 예정입니다. 이 작업은 기존의 작업들과는 다르게 수 많은 오브제들을 이용하여 무대 위에서 장치를 만들어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편리와 효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춤과 한순간에 사라지는 공연은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활동이 아닌가?’ 〈디너〉는 이런 사유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소품과 무용수의 개입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에 반기를 드는 ‘놀이’ 그 자체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안지형 : 2019년 5월 창작 산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작 〈hit & run〉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며 한국전통탈춤 전수자와의 협업작업으로 〈테헤란로 탈놀이〉라는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가슴에’ 단체 구성원과 좋은 작업, 작품을 통해 창작자로서 혹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보고 느낀 것을 많은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성명 : 고소영[벨기에/겐트],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uages and Cultures 석사, K-Move 멘토링 프로그램 멘토, 중소기업청 해외정보요원(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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