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손흥민과 케이팝, 그리고 영국의 한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4.24

영국인을 사로잡은 손흥민. 비록 4월 17일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승리의 미소를 띄고 있다영국인을 사로잡은 손흥민. 비록 4월 17일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승리의 미소를 띄고 있다

 

손흥민의 인기가 영국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의 인기는 축구 팬들에 국한되지 않고 유튜브는 물론 영국의 주요 일간지 등의 보도 자료로 등장하여 그의 조국인 한국의 문화 상품들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심지어 K-Pop의 영향력과도 비교되고 있다. '동방에서 온 잔치–왜 영국이 한류의 파도를 타는가'라는 흥미로운 제목하에 영국의 주요 일간지 《가디언》지의 4월 21자 보도는 “음식에서 축구, 패션에서 팝 뮤직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창조 문화 산업계 전문가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젊은 음악 팬들은 한국의 세련된 팝 음악을 듣고 있고 한국 음식은 영국의 식당가를 점령하고 있으며 한국 출신 예술가들과 배우들 또한 '한류'라고 일컬어지는 창조적인 물결의 일부가 되어 대한민국을 중요한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라프》지 또한 지난 4월 19일 자 기사에서 K-Pop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영국의 음악 차트 1위를 점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디언》지는 특히 토트넘 홋스퍼의 스타 축구 선수 손흥민에 주목하여 그를 가장 최근에 한국의 문화적 선구자들의 대열에 합류한 인물로 보고 있다. 기사는 지난 4월 17일 수요일 맨체스터 시티의 에티하드 경기장에서 손흥민이 화려한 활약을 보인 당시, “수많은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어떤 팬들은 손흥민을 위해 ‘Nice one Sonny, nice one son’이라는 가사의 응원가를 불렀다.”고 언급했다. 기사는 “물론 근래 며칠 사이에 영국의 정상을 점령한 한국인 중에는 손흥민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영국 음악 차트 순위에 오른 첫 번째 케이팝 그룹이 된 점, 그리고 오는 6월에 열릴 방탄소년단의 이틀간 공연 티켓이 예매 시작 몇 분 안에 매진시킨 기록을 반영한 표현이다.

 

‘가디언’지에 실린 방탄소년단

 ‘가디언’지에 실린 방탄소년단

 

손흥민이 지난 17일 넣은 두 골은 그의 팀이 챔피언스 리그(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 축구단 경기)의 준결승전에서 자리를 굳히는 데에 한 몫을 단단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흥미진진한 경기에서 4대 3으로 지고 말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넣은 두 골의 결과는 축구 팬들의 갈채를 받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했다. 《가디언》지는 엄청난 실력과 황홀할 정도의 미소로 손흥민은 그 자신을 프리미어 리그의 가장 탁월한 공격수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안팎에서 꽃을 피우는 한국 대중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서도 자리를 굳혔다고 보고 있다. 손흥민의 팬들 다수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여행 예약을 마쳤고, 그를 친근감있게 소니(Sonny)라고 부르는데, 이는 보통 영국의 축구 선수들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매력과 우아함을 풍기는 손흥민의 개성에 그의 팬들이 매료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끝나고 어떤 팬들은 비빔밥과 잡채를 맥주와 버거에 곁들이는, 또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나 한국어로 치는 장난을 곁들인 사진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포스팅하기도 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스타 손흥민이 16세에 고향인 춘천을 떠나 프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독일행을 선택했다는 스토리 또한 그의 인기를 높이는 데에 한 목을 단단히 하고 있다. 2015년에 독일의 바이어 레버쿠젠 팀에서 토트넘 홋스퍼로 2,200만 파운드(한화 약 326억 3,100만 원)를 받고 이적한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이기도 하다. 《가디언》지는 “손흥민이 많은 영국인들로 하여금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한 본보기가 되고 있고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한 주영국 한국 대사관 대변인 민성호 씨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전례 없는 대중성을 확보한 손흥민과 K-Pop이 영국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어떤 정부의 기관이나 공식적인 관광 기구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민 씨의 입장이다.

 

상기 보도는 손흥민이 한국문화에 주목하게 만든 첫 번째 인물이 아니라며 지난 한 세기 동안 K-Pop이 흡인력있는 멜로디와 세련된 율동으로 전 세계의 음악 관계자들을 매료시킨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기사는 “영국에서 한류 또는 K-Pop의 시작은 보통 2012년에 히트작을 낸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간주되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3조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사는 “2018년 10월, 처음으로 영국에서 성공적인 라이브 공연을 개최한 방탄소년단은 이미 2013년에 미국의 앨범 차트에 올랐고 현재 유튜브에서 경이로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방탄소년단에 견줄 만한 블랙핑크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에서 공연을 가졌고, 동 공연은 뉴욕타임즈 광장에서 울려퍼진 첫 번째 걸그룹의 공연”이라 소개되고 있다. 블랙핑크는 신규 앨범 《Kill this Love》과 동일한 제목의 타이틀 곡으로 빌보드 차트에도 오른 첫 번째 걸그룹이 된 것이다.

 

 ‘가디언’지에 실린 블랙핑크

 ‘가디언’지에 실린 블랙핑크

 

《가디언》지는 손흥민과 방탄소년단이란 두 현상에 그치지 않고 런던뿐 아니라 맨체스터, 버밍엄, 셰필드, 에딘버러 등 영국의 중소도시들에서 날로 늘어가는 한식당과 영국인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한국 음식의 인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특히 작년 2018년에 한국 음식은 거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식당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상품들을 판매하는 영국의 주요 슈퍼마켓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O옵저버(Observer)》 지의 음식 평론가 제이 레이너(Jay Rayner)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한식 메뉴 중 하나, 메밀국수 영국에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한식 메뉴 중 하나, 메밀국수

 

영국에 거주 중인 약 53,000명의 한국인들은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중 20,000명이 유학생들로, 이들이 영국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를 높이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가디언》지는 보고 있다. '코리아 타운'으로 일컬어지는 뉴 몰든(New Malden)에는 약 20,000명 가량의 가장 큰 한국인 공동체가 형성됐다.

 

K-Pop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 영화, 미술, 패션 등으로 영국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있는 한류의 흐름은 이제 영국의 영향력 있는 주류 매체들의 확고한 보도 대상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중국와 일본이라는 고래들의 싸움에서 고통받던 새우, 한국은 이제 그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고, 눈부신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영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들의 평가를 겸손하게 수용하여 질로 승부를 거는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열 때가 온 것 같다.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더 가디언(The Guardian)》 (2019. 4. 21.) 〈Feast from the east – why Britain is surfing the Korean culture wave〉,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9/apr/21/feast-from-east-britain-surfing-korean-culture-wave



성명 : 이현선[영국/런던],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원 연극 영화 TV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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