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뮤지컬 '위안부', 문화의 힘으로 위안부 이슈를 말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9.03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와 브로드웨이에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고, 현지 언론의 격찬을 받았던 뮤지컬 <위안부(Comfort Women: A New Musical)>가 LA에서도 성황리에 공연됐다. 뮤지컬 <위안부>는 광복절이었던 지난 8월 15일(목), LA 다운타운의 LA 씨어터센터(Los Angeles Theater Center)에서 개막돼 8월 25일(일)까지 프리뷰 포함 총 15회, 무대에 올랐다. 한인 디모 김현준(Dimo Kim)씨가 창립한 뉴욕 소재의 ‘디모킴 뮤지컬 씨어터 팩토리(Dimo Kim Musical Theater Factory)’에서 제작한 창작 뮤지컬 <위안부>는 오프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첫 한국 뮤지컬이자 2015년, ‘브로드웨이월드(BroadwayWorld)’가 뽑은 최우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지명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후 3시와 7시, 2회 공연이 마련돼 통신원은 오후 3시 공연을 보러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한국인 동포 관객이 대부분일 것이라던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70 퍼센트 이상의 관객들은 비 한인들로 채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극중 인물의 캐릭터는 한국인과 일본인이지만 실제로 연기한 배우들은 1명을 제외하고는 LA에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아시안 배우들과 코커시언 배우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대사와 노래 가사는 한두 마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였다.

 

뮤지컬 <위안부>의 배경은 1941년 일제강점기의 한반도. 조선인 소녀 고은은 도쿄의 공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돈을 벌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일본군의 위안소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같은 처지에 처한 또래 소녀들과 친구가 되는 한편, 삶을 뒤바꾸는 경험들을 거치면서 불가능해 보이던 탈출을 계획하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아마도 위안부 이야기에 대해 공통적인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과연 작가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했다. 아무리 철저한 역사의식으로 무장했다 할지라도 위안부 이야기는 여전히 지켜보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뮤지컬 <위안부>는 이런 걱정을 날려버린다. 극적인 높낮이가 가득한 멜로디의 아름다운 선율, 힘찬 에너지와 섬세한 선이 조화로운 배우들의 움직임은 한때 소녀였었던, 그리고 영원히 상처 많은 소녀로 기억될 전쟁 위안부들의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직접 만나게 해준다.

 

독일군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라는 주제는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통해,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è Bella)>라는 영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 강요 없이 전 세계 독자들의, 그리고 관객들의 가슴을 활짝 열었었다. 뮤지컬 <위안부>의 가능성은 바로 그것이다. 결코 큰 소리로 “우리 할머니들이 이렇게 당했으니 일본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드높이지 않는다. 대신 소녀들이 경험했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주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가장 궁금했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위안부 소녀들이 일본 군인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안무가 김현 씨는 소녀들의 군무로 이를 아름답고 세련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흰 헝겊을 이용해 나비의 날개가 펼쳐지는 듯한 장면은 뮤지컬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LA 공연을 위한 오디션에 온 배우들은 2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배우들은 당장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서 주연을 맡더라도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노래와 춤, 연기 실력이 출중했다. 김고은 역은 뉴욕 무대에도 섰던 한국계 혼혈 배우 ‘에비게일 최 아라더(Abigail Choi Arader)’가 열연했다. 남자 주인공 이민식 역의 린든 아돌프 애포스톨(Lyndon Adolf Apostol)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쳤으며 그 외 모든 출연진의 연기와 노래 실력 또한 최고 수준이었다. 디모 김현준은 작품 기획은 물론이고 오스카 데이빗 아기르(Osker David Aguirre), 조앤 미에즈(Joanne Mieses)와 공동으로 각본을 썼으며 연출까지 담당했다. 음악은 브라이언 마이클즈(Bryan Michaels)와 박태호(Taeho Park)가 공동 작업했다. 뮤지컬이 끝나고 관객들이 자리를 옮기고 있는데도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자리를 뜰 줄 모르는 관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로리 셜티(Laurie Schulte)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으로 LA에 살고 있는 친구를 방문 중이다. 라이브 공연을 좋아하는 친구가 뮤지컬 <위안부>의 리뷰가 매우 좋다며 오자고 해서 왔다고 한다.

 

뮤지컬 <위안부>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친구를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기 전에는 일제강점기, 한국 위안부의 역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이 공연을 보고 나서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이에 관한 좀더 많은 자료를 찾아볼 것 같아요. 세상에…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정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할 정도의 충격입니다. 뮤지컬의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배우들 모두 충격적일 정도로 빛이 나는 공연을 했습니다. (It was stunning, I was shocked.)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는 완벽했어요. 그들은 오늘 객석에 앉아 뮤지컬을 본 모든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도 감동하면 잘 우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 감정이 폭발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죠. 아마 다른 관객들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군의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영화들이 많아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군의 한국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작품이 없다 보니 잘 몰랐었네요. 영화는 더욱 강렬하게 이런 메시지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이 만들어졌으니 영화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오늘 뮤지컬 무대를 보면서 평범한 미국인으로서 생존자들에 대한 강렬한 인류애를 느꼈습니다. <위안부>는 더 많은 이들이 봐야 할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관객, 멜로디 존슨(Melody Johnson)은 무용을 전공했고 한때 무용수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안무가의 경력도 갖고 있는 여성. 그녀는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고 중국 난징의 위안부 기념관도 가봤기 때문에 ‘위안부’라는 주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멋지고 진지하고 창조적인 뮤지컬을 보게 된 것을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안무가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위안부는 정말 지켜보기에 너무도 진지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입니다. 관객으로서 이런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에 이입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음악과 안무는 결코 강하지 않게, 부드러움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면서 우리들 가슴에 역사의식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네요. 

 

모든 장면들은 너무 아름답고 정말 디테일하게 잘 그려졌어요. 소녀들이 이불보를 휘날리며 나비처럼 날아가는 장면은 정말, 이 세상에 속한 것 같지 않게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소녀들이 알처럼 웅크리며 무언가를 창조하고 잉태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장면 또한 잊혀지지 않네요. 땅바닥에 누워 고통을 표현하는 장면, 역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너무 훌륭한 안무이고 뛰어난 공연이었어요. 저는 프로 댄서로서 오랜 세월을 무대에 섰었고 직접 안무도 해봤던 터라 김현 씨의 안무가 얼마나 창조적이고 훌륭한지, 배우들의 공연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압니다. 세트와 의상은 미니멀이었지만 크리에이티브는 최대치였어요.

 

저는 이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인류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수상은 유대인들에게 여러 번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를 했었죠. 저는 메르켈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전혀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주제를 이처럼 아름다운 뮤지컬로 만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제작팀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주 빼어나게 잘 만든 작품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감동시키고 이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네요. 메인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더라도 빠지지 않을 수작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작품입니다.

 

2018년 5월 4일 자 《브로드웨이 월드(Broadway World)》는 뮤지컬 <위안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다. 

 

이 뮤지컬은 침묵하는 역사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이자 태평양 전쟁의 상흔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고통에 관한 작품이다….. 뮤지컬 <위안부>는 실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자행된 전쟁 범죄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다… 위안부 이슈의 진실성과 심각성을 조명하는 수작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면서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LA 공연 이후, 주간신문인 《LA 위클리(LA Weekly》에서는 뮤지컬 <위안부>에 대해 이런 글을 실었다.

 

이 뮤지컬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수천 명의 여성들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 노예로 강제 동원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들려준다. 위안부 이슈는 1987년까지 억눌려 왔지만 그때 이후로 현재까지 생존자와 행동가들은 세계적인 인식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위안부에 대한 민감한 대화는 갈등을 야기하고 커뮤니티의 양분이라는 결과를 낳지만 어쩌면 금기와 비밀을 뛰어넘어 갈등의 골 깊은 곳까지 가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일생 동안 지고 살아야 하는 폭력에 대한 기억에 정의를 가져오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우리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적절한 존중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시즌의 뮤지컬 <위안부>는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중 캐릭터들은 단순히 희생자만은 아니다.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깊고도 감정적인 강인감을 가지고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며 다른 여인들을 이끈다. 배우들은 공연을 통해 위안부 여성들이 경험했을 진실한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공명된다.

 

《엔비씨 티비(NBC TV)》에서도 야네스 컨스탄트(Agnes Constante) 기자가 뮤지컬 <위안부>를 리뷰했다. 그녀는 총감독인 디모 김현준, 그외 여러 스태프와 배우를 다각적으로 인터뷰해, 상당히 길고 깊이 있는 기사를 실었다.

 

연출가 김현준은 고등학교 학생일 때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뉴욕 시티 컬리지(City College of New York)에서 위안부 이야기로 만든 각본을 클래스 메이트들과 나눴을 때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대본을 읽고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아, 이것은 한국만의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권 문제일 수 있구나.’라고. 

 

상하이 노말 대학(Shanghai Normal University)과 바사 대학(Vassar College) 교수들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중 한국과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의 20만 여성들이 강제로 성 노예로 끌려가 하루 5-60명의 군인들에게 봉사를 해야 했다. 

 

그녀는 기사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공공교육기관에서도 제대로 역사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특히나 뮤지컬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지켜보기 힘들게’가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봄으로써 역사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특히 이번 LA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가 현지인 아시안 배우들인데 그들 역시 연습과 대본 리딩을 통해 한국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음을 전한다. 배우들은 객석에서 흘리는 눈물을 통해 인류가 연결돼 있음을 체험한다고. 그녀의 기사 속에 나타나는 김현준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언젠가는 돌아가실 텐데요. 후세들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 용기가 우리들을 깨어나게 했음을요. 할머니들은 그 용기로 인해 영예를 안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정치인도 사회운동가도 아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뮤지컬을 만드는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뮤지컬을 통해 사람들이 이 이슈를 이야기한다면 제가 할 몫을 한 것이겠죠.

 

그의 목소리를,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다뤄준 《엔비씨티비》의 야네스 컨스탄트(Agnes Constante) 기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뮤지컬 위안부 공연 포스터가 나붙은 LA 씨어터 센터

뮤지컬 위안부 공연 포스터가 나붙은 LA 씨어터 센터

 

뮤지컬 위안부를 보러 온 관객들

뮤지컬 위안부를 보러 온 관객들

 

현지 아시아계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한 뮤지컬, '위안부'의 한 장면현지 아시아계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한 뮤지컬, '위안부'의 한 장면

 

이불보로 표현한 나비의 이미지. 소녀들의 짓밟힌 꿈을 아름답게 승화했다

이불보로 표현한 나비의 이미지. 소녀들의 짓밟힌 꿈을 아름답게 승화했다

 

위안소의 위안부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위안소의 위안부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들

 

위안부 이슈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뮤지컬 '위안부'위안부 이슈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뮤지컬 '위안부'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열연한 뮤지컬 '위안부'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열연한 뮤지컬 '위안부'

 

눈물을 훔치던 관객, 로리 셜티

눈물을 훔치던 관객, 로리 셜티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춤을 선보인 안무가 김현(좌)과 전직 댄서였던 관객, 멜로디 존슨(우)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춤을 선보인 안무가 김현(좌)과 전직 댄서였던 관객, 멜로디 존슨(우)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https://www.laweekly.com/events/comfort-women-a-new-musical-la/

NBC TV 링크 https://www.nbcnews.com/news/asian-america/musical-about-comfort-women-draws-attention-horrific-wwii-practice-n1044166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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