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이겨라” 테헤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응원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10.01

이란의 9월은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은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란의 가을에는 비가 안 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난히 화창한 날씨에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이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열렸다. 동 배구 경기는 9월 13일(금)부터 시작하여 9월 21일(토)까지 치열한 경기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 기간 동안 테헤란의 아자디 인도어 스타디움은 오랜만에 듣는 한국 응원가와 함께 목소리와 협동심이 있어야지만 함께 할 수 있는 “한국! 이겨라”,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함성은 어느 때보다도 드높았다. 그 이유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란 젊은이들과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배구 시합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교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열심히 응원하는 이란 여대생들의 응원은 특히 더 눈에 들어왔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이란 젊은이들 모습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이란 젊은이들 모습>

 

이란은 남녀가 함께 운동 경기를 관람할 수 없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남자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여성들의 출입이 수십 년 동안 금지되어있어 해외토픽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동안 용기 있는 이란 여성들이 축구장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거나 구금되었다는 소식도 많이 들렸다. 남장으로 변장한 후 출입하려했던 한 이란 여성들의 실제 사건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슬람 이란에서 가장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성들의 경기장 출입 여부다. 남성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는 남성들만 출입하고 여성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는 여성들만 출입할 수 있다. 다만 외국 경기가 열릴 때는 자국민을 응원하러 나온 외국 여성과 가족에 한에서는 축구장에 출입할 수 있고 남성 경기도 관람할 수가 있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장에 온 이란 여성들은 동 예외사항이 적용돼 사전에 미리 한국 대사관에 명단을 통보하고 난 뒤에, 명단을 받은 경비들이 경기장 입구에서 일일이 확인을 거친 다음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 한국과 이란이 합동으로 응원 중이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 한국과 이란이 합동으로 응원 중이다.>

 

이란은 한국 교민이 적은 나라다. 비자 발급도 어렵고 외국 이민자를 허용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교민도 1년 전에 비하여 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것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무역제재 이후 사업을 하던 한국인들은 주재원의 잇따른 철수로 그 수는 더 줄어들었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날에는 다행히 이란 학교가 방학 기간이어서 그런지, 이란 대학생, 테헤란 한국학교, 테헤란 한글학교, 테헤란 세종학당 등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응원 차 참석했으나, 사실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국제 경기인데도 어느 때보다 경기장을 찾은 이가 적었다. 모하람 행사 기간이라는 점에서 동원력이 낮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한국 선수들의 경기는 하루에 1회 이상 진행됐으며 오전, 오후로 시간이 수시로 변경되어서 한인회 카톡 단체방으로 시간을 미리 연락받고 경기장을 갈 수 있었다. 특히, 한일전이 열린 날에는 한국 교민의 응원이 가장 뜨거웠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응원은 계속됐다>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응원은 계속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챔피언쉽에서 치열했던 배구 경기는 20일 금요일에 열렸던 한일전이었다. 한국학교에서는 북과 징을 동원, 대사관과 교민회는 김밥과 음료수를 제공했다. 이날 참석한 응원단은 약 150여 명으로, 이란인, 한국인으로 구성돼있었다. 한국과 이란의 합동 응원의 힘인지 어렵고 힘든 경기였지만 3-2로 승리를 거뒀다.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해 준 이란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통신원은 목소리가 쉴 정도로 열심히 응원을 해 준 이란 여대생들에게 한국을 열심히 응원해준 이유를 물었다. 이란이 대학생 아스가라(23)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평소에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 친구들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배구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장을 찾았다. 스포츠 경기 중에서 배구를 가장 좋아한다. 한국대사관에 미리 신청을 하고 친구들과 경기를 보러 왔는데 일본과 하는 것을 보고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되었다. 한국 문화를 배워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더 열심히 응원했다. 오늘 경기가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이란인 남성 밀라드(26) 씨도 “케이팝을 좋아해서 예전에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를 배웠던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으며, 한국 문화 행사가 있으면 꼭 참여한다. 한국의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직접 와서 관람하고 한국을 응원한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나중에 돈을 모아서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언급했다.

 

아쉽게도 아시안 시니어 남자배구 챔피언쉽에서 한국은 4강에 올랐지만 메달 획득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을 향한 이란 젊은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양국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문화 행사와 스포츠 경기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김남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란/테헤란 통신원]
   - 성명 : 김남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란/테헤란 통신원]

   - 약력 : 전)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테헤란한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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