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앙카라 H한식당, "한류는 보는 것이 아닌 먹는 것"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1.25

터키에서 ‘한류’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터키 팬들에게는 의미의 해석 없이도 사용하는 고유 명사가 됐다. 터키 팬들에게 한류 문화 콘텐츠들이 이젠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간접적인 의미일 수도 있겠다. 통신원이 얼마 전에 만났던 한 터키인은 우리나라 말을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데도, ‘한류를 사랑합니다.’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류’라고 하는 말이 해외에서 별다른 해석 없이도 발음을 그대로 사용해서 통용된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도 자랑스러울 수 있는 대중문화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엔 ‘한류’의 어원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국 고유 문화예술을 왜곡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한류’(韓流)라는 단어는 1999년 중국 언론매체 《북경청년보》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신조어이다. 중국을 비롯한 대만, 베트남, 홍콩, 등 중국 문화권과 일본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들 즉, K-POP과 K-드라마, K-영화들이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이제 ‘한류’는 중국과 일본, 아시아를 너머,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문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한류’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찾기 쉬운 예로 한류의 영향에 지대한 공헌을 한 우리나라 자동자 브랜드 ‘현대’를 일본 자동차 회사 브랜드인 ‘혼다’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터키인들은 자주 혼다를 한국 브랜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터키 앙카라 H한식당 대표 최현곤·김미숙 씨, 그리고 한식 맛에 반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중인 터키인

<터키 앙카라 H한식당 대표 최현곤·김미숙 씨, 그리고 한식 맛에 반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중인 터키인>

 

‘한류’가 왜곡되는 것은 한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터키 앙카라 소재의 한식당은 지난해 2018년 7월에 개업한 업체 한 곳이 유일하다. 그 전까지는 중식당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제 갓 일 년 밖에 안 넘었는데도 한식에 대한 터키인들의 호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한식당을 운영 중인 최현곤 씨(55세), 윤미숙 씨(53세) 부부는 지난해 한식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앙카라 국제학교에서 한글학교 교사로 8년 동안 재직해 왔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왔는데, 한식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음식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를 팔기 위해서였다.두 부부가 했던 한 마디 문장 안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명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최현곤 씨는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한식당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몇 해 전에 터키에 있는 중국식당을 간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한식 메뉴가 버젓이 중국 음식 메뉴 사이에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 중국식당에서 한식을 먹는 터키인들은 우리나라 음식을 중국의 음식으로 생각할 건 농후했다는 거다. 그래서 본인은 우리나라 한식을 원래의 자리로 되찾아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한식당을 하기로 결단하게 된 거라고 한다.

 

최현곤 씨는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널리 한류가 확산, 전파되기 위해서는 K-드라마 소재로 나오는 한식 메뉴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터키 한류 팬들이 한국문화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게 K-드라마인데,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먹는 한식 메뉴에 따라서 해외에서도 소위 ‘대박’ 메뉴가 새롭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사람들이 먹는 한식의 종류는 야식만 해도 셀 수 없는 메뉴가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그만큼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지 않은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한다. 아무리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를 모방하려고 해도, 우리나라 한식 고유의 맛은 도저히 따라올 수가 없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서 다양한 한식 메뉴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 소개된 한식은 해외 현지에서 한류 팬들이 직접 맛을 경험하고, 한류 콘텐츠로서 생산과 소비를 순환시키는 역할까지 할 수 있어 한류에 한식이 차지하는 영역은 지대하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문화예술 소품으로 가득 찬 H한식당

<한국문화예술 소품으로 가득 찬 H한식당>

 

‘음식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를 팔기 위해서 한식업을 시작했다’는 최현곤, 윤미숙 씨, 두 부부의 말은 아기자기하게 단장해 놓은 한국 정서의 인테리어만 보더라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전해 오는 거 같다. 그곳을 찾는 터키인마다 작은 한국문화 전시공간에서 한식이라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먹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한류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을 상상하니 통신원의 마음도 뿌듯하게 느껴졌다. 바라기는 해외 현지에서 지금보다 다양한 한식의 개발을 통해서 더 많은 한류 팬들이 그 자리의 소비층으로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유세경 외(2012). 해외 언론의 한류보도 분석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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