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박항서 감독으로 다시 한번 들끓는 베트남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2.24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지난 10일 저녁 7시(베트남 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리자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게임(South Asian Game, 이하 SEA)에서 60년 만에 정상에 올라섰다. 베트남은 지난 1959년, 통일 전 남베트남이 정상에 오른 이후, SEA에서는 우승 기록이 단 한 번도 없었다. 60년 만에 SEA 우승 소식은 베트남 전역을 뜨겁게 달구며,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박항서 감독과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기대는 컸다. 우승을 기원하는 시민들은 곳곳에서 거리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예선전부터 준결승전까지 연이은 승리 소식은 베트남 국민들의 우승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높였다.

 

한편, 거리 응원 모습과 열기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전 분위기와 흡사했다. 거리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에는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들고 거리 응원단에 합류하였다. 거리 응원단의 일부 베트남 축구 팬들은 금성홍기뿐 아니라 태극기와 박항서 감독 이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인 사이 한국 교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국인들을 만난 베트남 현지인들은 미소와 함께 “사랑해요. 한국(이유 한꾸억, Yeu HanQuoc)”라 외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거리 응원단 행렬의 끝은 호치민 시 시내 광장이었다. 광장에 도착하니 베트남 온 국민이 모두 나온 듯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002년, 붉은 악마가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것처럼 베트남의 축구 팬들은 결승전답게 호치민 시내의 광장을 한 시간 전부터 가득 메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시내에 점등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와 붉은 티셔츠, 금성홍기, 태극기는 한데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결승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광장에 모인 베트남 시민들은 숨죽이며 경기를 관람하였고, 혹시라도 골 찬스가 오면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였다.

 

이날 경기 흐름은 베트남의 압승이었다. 베트남의 첫 골이 터지자 광장에 모여 있던 축구 팬들은 모두들 함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90분 동안 우승의 간절한 소망은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나타났고, 우승컵은 베트남에게 돌아갔다.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광장에 나온 모든 베트남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오늘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60년 만에 SEA 우승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광장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베트남 국민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12월 크리스마스에 미리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 시내 광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호치민 시내 광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박항서 감독의 활약, 광장에 간간이 보인 태극기 덕분에 함께 응원한 교민들도 덩달아 기뻐했다. 박항서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2017년 10월 이후, 베트남 축구는 참가 대회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 나아가고 있다. 박항서 감독 부임 전후의 모습은 크게 다르다. 부임 전 베트남 축구팀이 AFC U-23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그쳤던 역대기록은 박 감독 부임 이후 준우승으로 갱신됐고, 아시안게임에서 16강에 진출에 그쳤던 역대기록은 4위로 변화됐다. 스즈키컵 의 경우 10년만에 우승을 탈환했다.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전에서는 조별(G조) 1위(3승 2무 0패)를 기록했다. 피파 랭킹 121위였던 베트남을 현재 94위까지 올려놓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을 필두로 승승장구 중인 베트남 축구 역사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박항서 매직’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 영웅’, ‘명장 중의 명장’ 등 수많은 애칭이 박항서 감독을 따라다닌다. 한편, 교민들은 ‘한류 메이커’, ‘한류 전도사’, ‘스포츠 외교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 팀의 실적과 맞물려 한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으며 한국을 향한 우호적인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또 한류의 외연 확장과 함께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과 확산에도 호재를 맞았다.

 

현재 베트남에서 파급력이 가장 높은 인물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은 박항서 감독이라고 말할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활약은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한류를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 개인의 성공과 업적도 높이 평가되지만, 박항서 감독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금까지의 업적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에 부담감도 따르겠지만, 이번 우승으로 박항서 감독의 인기와 인지도는 한층 더 상승했고 이와 더불어 한류의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천석경[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호치민 통신원]
   - 성명 : 천석경[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호치민 통신원]
   - 약력 : 전)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사 호치민시토요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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