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미얀마 독립기념일, '자유'와 '단결'의 의미 새기는 체육대회 개최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20.01.21

일제강점기 35년이 지나고, 한민족은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했다. 광복절은 국경일이 되어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그 의미를 되새기며 곳곳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한다. 미얀마도 이와 유사하다. 미얀마는 오랜 세월 영국의 식민지였고, 독립을 쟁취한 것은 1948년 1월 4일이었다. 양국의 광복 시기는 약 2년 반 정도 차이를 보이지만 식민지 지배라는 공통의 역사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미얀마 광복절에는 어떤 행사가 열리며, 한국과는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

 

광복절은 미얀마어로 '룻랏옛'이라 불리며, 영어로는 Independence Day(독립기념일)로 표기한다. ‘룻랏’은 ‘자유’를 의미하며, ‘옛’은 ‘날’을 의미한다. 단어 자체만으로는 '자유로운 날'이란 뜻을 가진다. 룻랏옛에는 한국과는 달리, 독특한 행사가 열린다. 룻랏옛이 되면, 미얀마 양곤 소재의 ‘마하반둘라(Mahabandula)’ 공원은 새벽부터 소란스럽다. 영국-미얀마 전쟁 당시 활약했던 군 사령과 이름을 본 따 지어진 이 공원에서 국기 게양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기념일에는 마을 단위로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하는 체육대회가 열려 아이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올해는 양곤 시내 묘데 지역 22번가, 23번가, 40번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경기가 열렸고다. 시내까지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파트, 마을 단위로도 체육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성인들은 주로 아이들을 응원하거나, 간단한 게임에 참여한다.

 

체육대회는 아침일찍부터 해가 지는 저녁 6시까지 지속된다. 동네마다 경기 종목과 세부 규칙은 상이하지만, 달리기, 과자 따먹기, 2인 3각, 장애물 달리기, 포대자루 달리기 등 한국 운동회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종목들이 보편적이다. 축구, 장대높이뛰기, 배드민턴, 퍼즐게임 등 다양한 게임 코너도 마련됐다. 높은 자존심과 승부욕을 보유한 미얀마 사람들답게, 부상자도 종종 발생하고, 결과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즐겁게 웃고 떠들며 게임을 즐긴다. 저녁까지 이어진 체육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가수나 개그맨들을 초청해 콘서트 혹은 공연을 진행하는 마을도 있다.


미얀마 마을 체육대회 현장. 장대 높이 오래 매달리기(좌), 음식 따먹기(우)

<미얀마 마을 체육대회 현장. 장대 높이 오래 매달리기(좌), 음식 따먹기(우)>

 

미얀마에는 까친, 샨, 꺼인, 몬족 등 소수민족뿐 아니라 불교,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독립기념일은 단결과 자유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날에는 서로 다름을 개의치 않고 함께 즐기는 날이다. 최근 무슬림, 로힝야 사태로 버마족과의마찰이 있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행사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인종과 종교에 상관 없이 독립기념일에는 독립의 본질을 깨닫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무슬림들이 경기에 참여한 것을 알고 있는데,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 모두 평화롭다”고 덧붙인 바 있다.


미얀마 독립기념일에 열린 체육대회. 장애물 달리기 경기가 열리는 중이다

<미얀마 독립기념일에 열린 체육대회. 장애물 달리기 경기가 열리는 중이다.>

 

독립기념일, 미얀마 사람들은 아이들을 필두로 신나고 역동적인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여러 인종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어울리며 자유와 단결의 의미를 되새긴다. 또 선의의 경쟁과 맛있는 음식, 응원전으로 서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소수 민족 문제, 종교갈등 등, 미얀마에는 여전히 국민적 단합이 어려운 요소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독립기념일만큼은 서로 다른 민족이어도, 종교가 달라도 단합하며 함께 어울린다. 한국에는 소수민족과 종교갈등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열린다. 전시와 공연은 물론, 지난 광복절 각 방송국은 <암살>, <항거>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독립운동 소재의 영화를 대거 편성한 바 있다. 다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체육대회가 열리지만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미얀마의 사례처럼 자유, 화합과 단결의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면 독립의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을 듯하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 약력 : 현) KOTRA 양곤무역관 근무 양곤외국어대학교 미얀마어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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