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프랑스 백지위임 받은 한국인 예술가 김수자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20.01.22

지난 2019년 10월 12일부터 1월 19일까지 프랑스 중서부 지역의 푸아티에(Poitiers)시에서 장기도시계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1회 비엔날레 <트라베르세/김수자(Traversee/Kimsooja)>가 개최되었다. 행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푸아티에시는 한국인 예술가 김수자 작가에게 푸아티에시가 그녀의 영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Carte blanche)’을 하였다고 밝혔다. 올해 첫 회를 맞이하는 ‘트라베르세’ 비엔날레는 푸아티에시 심장부에 위치한 아키텐 공작 궁전 및 그 지역 등 푸아티에의 역사적인 장소와 문화유산을 예술과 연결하여 선보이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아키텐 궁전 지역의 장기 문화유산 및 도시계획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이다. 아키텐 궁전을 중심으로 한 본 프로젝트는 완료까지 10년을 계획하고 있는 푸아티에시의 장기도시계획 프로젝트이다. 아키텐 공작궁전은 로마제국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수천 년간 그 모습이 변화되어 온 푸아티에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여기에 오르세 미술관장(1994-2001)과 루브르 박물관장(2001-2013)을 장기간 역임한 앙리 루아레트(Henri Loyrette)가 이번 비엔날레를 주관하여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푸아티에시는 본 전시를 책임지고 있는 예술감독 엠마 라빈느(Emma Lavigne)와 엠마누엘 드 몬트가존(Emmanuelle de Montgazon)의 제안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인 예술가 김수자 작가를 초청하여 도시 내에 잘 알려진 여러 장소들을 그녀의 예술적 영감으로 변모시킬 수 있도록 의뢰하였다. 푸아티에시는 김수자 작가를 필두로 그녀로부터 영감을 얻고 강한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는 20명의 작가가 도시 내 15개 장소에서 작품들을 통해 도시의 도로들이 서로 교차하고 분기하는 도시의 교차점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아키텐 공작 궁전의 모습

<아키텐 공작 궁전의 모습>

 

이번 비엔날레의 주 무대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구법원청사였던 아키텐 공작 궁전이다. 규모6000㎡에 달하는 이 궁전은 푸아티에 영주들의 호화로운 방과 중세시대의 탑인 ‘투르 모베르전(Tour Maubergeon)’을 가지고 있다. 이 탑은 유럽 중세 토목건축의 주요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이 탑을 김수자 작가는 얼음 궁전으로 탄생시켰다.

 

지난 12월 26일, 《르 피가로(Le Figaro)》지는 ‘김수자의 유려한 예술이 푸아티에시를 가로지를 때(Quand l'art fluide de Kimsooja traverse Poitiers)’라는 제목으로 김수자 작가의 작품세계와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소개했다. 본 기사는 법원 청사의 얼음 궁전에 들어가면 거울판 위에 비친 건물 기둥들과 천정이 관람객들의 발 아래로 미끄러져 장방형 형태의 후광 속으로 관람객들을 삼켜 관람객들은 무한대의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것은 2015년 ‘메츠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Metz)’에서 재현한 거대한 바다와 벨기에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Axel Vervoordt Gallery)’에서 재현한 천국의 미로 등 김수자 작가가 수년간 이용하고 있는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한국의 전통 비단 보자기를 주제로 한 ‘보따리(1999-2019)’와 긴 테이블 위에 놓여 미니멀리스트한 음향 효과와 함께 점점 증가하는 별자리를 만들어낸 4가지 색상(크림색, 회색, 베이지색, 황토색)으로 제작된 Archive of Mind(2019) 등 김수자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였다.


김수자의 보따리(위)와 Archive of Mind(아래)>

<김수자의 보따리(위)와 Archive of Mind(아래)>

 

기사에 따르면 김수자 작가는 30회 넘도록 도시를 방문할 정도로 200개의 종탑이 있는 푸아티시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현재까지 9만 명이 전시회를 방문했고 이 중 4만 3천 명이 아키텐 공작 궁전을 방문했다고 한다. 푸아티에시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사법기관이었던 아키텐 공작 궁전이 230년 만에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하고 거대한 푸아티에시의 상징적인 관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한 푸아티에시의 소개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아직 김수자 작가의 이름이 프랑스 대중들에게 친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프랑스의 고대 문화유산을 주축으로 한 한 도시의 장기도시계획 프로젝트가 그녀의 이름 석 자를 대표로 개최되고 백지위임을 할 만큼 그녀의 예술에 대해 무한히 신뢰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https://www.traversees-poitiers.fr/informations-transversales/photos-videos/traversees-kimsooja-1509

https://www.poitiers.fr/c__65_1636__Traversees.html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재)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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