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캐나다 미디어를 장악한 한국 영화, '기생충'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2.20

한국 영화사 101년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Dolby Theatre in Los Angeles)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 92nd Academy Awards> 마지막에 한국영화 ‘기생충’의 이름이 호명된 것이다. ‘백인 남성들의 리그’라고 불릴 만큼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폐쇄적이였던 세계 영화 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제 영화상, 각본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아이리시맨(Irishman)’, ‘조커(Joker)’, 전쟁 서사극 ‘1917’ 등 쟁쟁한 영화를 물리치고 비영어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상인 작품상(Best Picture)을 수상하게 된 것은 아카데미 측 역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이처럼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영화 ‘기생충’은 캐나다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캐나다 미디어의 반응 - 출처 : 구글 캐나다>

 

캐나다 주요 미디어인 CTV는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조커(Joker)’나 2억 9천백만 달러를 기록한 영화 ‘1917’에 비해 지금까지 ‘기생충’의 전 세계 매출은 1억 65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의 4관왕을 차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CTV는 해석하고자 한다. 봉준호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 이번 ‘기생충’에서 더욱 드러났으며 이는 현재 한국 밀레니엄 세대가 사용하는 ‘헬조선’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캐나다 미디어의 반응 – 출처 : CBC>

 

또한 캐나다의 또 다른 유력 매체인 CBC는 영화 ‘기생충’ 기사를 보도하면서, CBC 인기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의 아빠 역할을 하는 이선형(Paul Sun-Hyung Lee)씨와 북미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인 로스엔젤레스 상점과 어바인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의 동아시아 학과 김경 교수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활동했다고 알려진 연세대학 영화동아리의 모습을 신문에 담기도 하였다. CBC와의 인터뷰에서 이선형 씨는 “변화의 행진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양한 가치와 함께 하려는 희망을 보게 되었고,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 상 수상으로 한번도 떠나지 않았지만 부각되지 않았던 ‘아시아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을 전 세계가 새롭게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시아 배우들과 영화 제작자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은 여전히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는 어바나 대학의 김경 교수도 비슷하게 언급했는데, ‘기생충’의 수상이 다른 비영어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돌파구가 되었지만, 예외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씨네 편의점’의 스타, 이선형 씨 인터뷰 기사 - 출처 : CBC >

 

 

<연세대학교 영화동아리 학생들의 반응 사진을 올린 CBC - 출처 : CBC>

 

200여 개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 캐나다에서 특정 문화에 대한 두드러진 찬사는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미디어들이 한식에 대해 보도할 때에도 다양한 다른 나라 음식과 함께 균형을 맞춰 보도될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BTS를 비롯한 K-Pop의 문화적 성공에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된 ‘기생충’의 승전가를 보도하는 캐나다 미디어는 한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하는 듯 보였다. 이미 캐나다는 안방 프라임 시간을 한인들의 이야기 <김씨네 편의점>로 채워 가면서, 화제성과 시청률에 있어서 성공을 경험했고, 청소년을 둔 가정이라면 K-Pop 스타들의 한국어 노래와 K-드라마의 다양한 이야기에 익숙해 있다고 미디어들은 한결같이 언급한다.

 

이러한 성공 뒤에 가려진 엔터테인먼트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보도하지만, 여전히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92회 아카데미상 작품상으로 ‘기생충’ 발표되자, 캐나다 미디어는 영화 배우 ‘최우식’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자라난 캐나다인이라는 것을 보도하였다. 또 영화 속에서 송강호 가족이 함께 피자 박스 접는 장면에 캐나다인의 유튜브가 사용된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 미디어가 한류와 한류 스타를 집중보도하는 것을 넘어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류에 기대어 캐나다와 캐나다인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 ‘기생충’ 주연 최우식 배우가 캐나다인이라는 것에 집중한 매체의 보도 - 출처 : 허핑턴포스트 캐나다>

 

<피자 박스 접는 캐나다인 유투버 영상에 대한 보도 - 출처 : CBC>

 

<수상 이후 기생충 상영관이 증가한 캐나다 극장가 - 출처 : 통신원 촬영>

 

<캐나다 극장가에서 보이는 한국영화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캐나다 영화 팬들의 선택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았다. 북미에 한국영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알려온 영화제가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이며, 한국영화와 봉준호 감독의 팬덤도 크게 형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한국 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언제나 코리안타운 내 시네플렉스 한 군데 혹은 두 군데가 전부였다. 그나마 영화관에 가서 한국영화를 찾는 이들을 만나보면 70% 이상이 한국 교민일 때가 많이 있었다. 지난 12월부터 상영된 ‘기생충’의 상영관은 현재(2월12일) 주중 8군데, 주말 14군데로 늘어났으며, 상영 시간대 또한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지난 3개월간 꾸준히 ‘기생충’을 상영했던 ‘엠프레스 워크’(Empress walk) 상영관은 이미 포스트까지 내렸다가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다시 상영 기간을 늘리고 있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 ‘기생충’을 일부러 찾아오는 관객들이 생겼고, 그 숫자도 예전보다 다소 늘었다는 영화관 측의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아카데미상’ 수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철학을 넘어서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실제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엠프레스 워크 상영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이병헌 배우가 출연하는 ‘남산의 부장들’(The Man Standing Next)이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영화가 막강한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서 캐나다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받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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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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