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만으로도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문화 교류를 가능케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한인을 입양한 캐나다 가족들의 모임인 ‘캐나다 한인 양자회’(Korean Canadian Children's Association)이다. 이들은 한국 아이를 입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오래 전부터 서로의 필요를 채워가며,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고 있다. 매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캐나다인으로서 뿐 아니라 한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함께 심겨주며, 가족 모두가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알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양국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캐나다 한인 양자회’의 임숭우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캐나다 한인 양자회를 이끌어 가는 임승우 회장(우)과 관계자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승우(Vincent Lim)라고 합니다. ‘캐나다 한인 양자회’ 모임은 저의 아버지(故 임태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 즈음에 한국 아이를 입양한 캐나다 부모님이 자신의 아이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말을 알려주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그 곳이 ‘토론토 한인회’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캐나다 내 한인회는 주로 캐나다 내 한인들을 돕는 단체였기 때문에 캐나다인들을 위한 영어 서비스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희 아버지에게 개인적으로 연결을 시켜 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이들을 만나면서, 입양 가족 역시 한국 사람이라는 것과 이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없다는 것에 놀라게 되었고, 1992년부터 ‘캐나다 양자회’를 만들어 직접 돕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이 일에 대한 소중함을 깊게 알지 못했지만, 2008년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인생에 대하여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제가 이어 받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한인 양자회에 대해서 알려주십시오.
1992년부터 이어온 ‘캐나다 양자회’는 한국 입양인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을 위한 견고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그 미션이 있으며, 이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하고 있습니다. 한인을 입양한 가족들은 서로 만남을 가지면서, 입양으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아이가 한국인이라는 존재가 우리 자녀만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입양아 본인에게는 캐나다 사회 속에서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동질감을 가지게 해 줌으로 서로 힘이 되고 치유가 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토론토에서 떨어진 도시인 나이아가라 폴스(Niagara Falls), 온타리오 런던(London, Ontario) 등에 살지만, 자주 만나고, 교제하며, 서로 만남을 가지면서, 유대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때는 커뮤니티가 함께 키운다고 하는 것처럼, 한인을 입양한 가족들이 건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저희 단체는 노력하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이라는 모국과 연결될 수 있도록, 캐나다 내 여러 한인 단체들 그리고 모국인 한국과 연결될 수 있도록 여러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서 한인 입양아들과 가족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들을 이어가고 계시는지 알려주십시오.
저희는 주요 활동은 설날 행사와 크리스마스 행사가 있고, 여름에는 여름 캠프 그리고 모국 방문 행사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행사는 서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념일이니 우리가 주최하고 우리가 한국 커뮤니티를 초대하려고 하고 설날은 원래 큰집에 가서 떡국 먹는 날이니까 일부러 우리가 한국 커뮤니티에 찾아가는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캠프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데,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수년째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 주시기에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국 방문은 2년에 한번씩 가서 한국이 너희를 버리지 않았고, 여전히 환영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입양아 모두에게는 한국을 방문하면 또 한 번 거절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가면 정말 VIP처럼 대접을 해 주신다. 이러한 고국의 환영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고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캐나다 양자회의 모임에 있어서 한국 문화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요?
저 역시 한국에 가서 배운 사실 중 하나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지배할 때 제일 먼저 없애려고 했던 것이 ‘언어’였다는 것이었어요. 이 말은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은 정체성에 있어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지요. 한국의 국력과 문화적 힘이 약할 때는 캐나다 가족들은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입양인 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자녀인 2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야 됩니다. 캐나다인으로 자라지만 그들의 변하지 않는 모습은 여전히 한국인이며,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면서, 한국 커뮤니티 안에서 그들을 받아줄 때, 그들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상을 받았을 때, 저희 페이스북(Facebook) 모임에 한 부모님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포스팅을 했습니다. 왜 일까요? 그들은 금발의 캐나다인들이지만, 한국 아이를 입양하면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서, 그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큰 지지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한인 양자회가 한국과 캐나다 양국 문화 교류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시는지요?
앞서 정애리 회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이들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캐나다의 힘이자, 한국의 힘이지요. 자연스럽게 양국을 이어주는 문화적 요소를 가지고 태어났고, 많은 캐나다내 한국 커뮤니티와 한국이 ‘문화적’영역을 도와주면서, 캐나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늘 한국편에서 생각하고 한국이 잘되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이들입니다. 한국은 광물과 같은 지하 자원보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습니까? 입양인을 한국인의 디아스포라라 생각하고, 진정한 한국인으로 대해준다면, 이들은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캐나다에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말들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한국인들이 될 것입니다. 이들을 입양한 캐나다 가족들과 그들의 이웃과 친척까지 점점 더 한국인들의 편에 서 있는 캐나다 가족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특별한 한국인 가정입니다. 이것이 우리 나라의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 30가정 이상이 모이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도 필요하고, 많은 봉사자들의 헌신 그리고 이 모든 행사를 하기 위한 경제적인 부분들도 고려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위해서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캐나다 토론토 내의 여러 단체들 즉 한인 교회들과 성당, 한인회와 갤러리아와 같은 슈퍼마켓 나아가 민주평화통일 위원회 등 여러 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어서 많은 행사들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처럼 모임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전문직에 있는 봉사자들 시간을 서로 맞추고,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을 충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한국 커뮤니티 안에 있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더 어렵게 살고 있는데, 캐나다의 잘 사는 사람들을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 한인들 중에서도 도와주어야 할 어려운 이들이 많은데, 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입양 가족 역시 자신들의 아이들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서의 아이들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렇게 여김을 받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우리 부모님들은 함께 모여서, 한인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싶어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문화를 통해 관계를 통해 맺어가 든든한 울타리를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하시는 것입니다. 입양아들과 입양아 가족을 진정한 한국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받아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모임의 가장 큰 걸림돌이고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국에는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사랑이 피보다 더욱 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렇게 캐나다인 가족이 모여 함께 행복해 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있는 단체가 지속적으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든든하게 세워가고 싶습니다. 이때까지는 단체를 홍보하는 것이 보이기 위한 일인 것 같아 주저했지만, 드러나지 않으니 존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해서, 단체가 하고 있는 일들,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입양’자체 보다도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해가 거듭할수록 깨닫게 되어 가족들을 중점적으로 돕고, 행사시에도 이들을 더 사랑함으로 행사 자체 보다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자 하고 있습니다.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