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먹방'보다가 양념 치킨 도전! 비밀스러운 한류 팬...뉴요커 K씨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3.02


뉴욕에서 나고 자란 K씨는 한류 팬임을 공공연하게 알리지 않는 30대지만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K씨는 한류 팬임을 공공연하게 알리지 않는 30대지만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범한 직장인이자 뉴요커인 K씨가 한류 팬인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보 및 노출을 꺼리는 한류 팬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평범한 직장인이자 뉴요커인 K씨가 한류 팬인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보 및 노출을 꺼리는 한류 팬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맨하탄 코리아타운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는 K씨는 회사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주로 혼자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맨하탄 코리아타운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는 K씨는 회사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주로 혼자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한국 먹방을 접하고 최초로 매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는 K씨는 현재 양념 치킨을 자주 즐기는 한식 팬이다<한국 먹방을 접하고 최초로 매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는 K씨는 현재 양념 치킨을 자주 즐기는 한식 팬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류’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기준으로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였다. 한국 드라마, 음악, 영화 등 수준 높은 아시아 문화에 목말라 있던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또한 아시아인들의 공통적인 사상과 문화가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감으로써 그 어느 콘텐츠보다 발 빠르게 퍼졌다. 이후 현재 2020년, 진입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할리우드 시장에서 최고 영예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기생충>, 팝스타들만 설 수 있을 것 같던 뉴욕 메트 구장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 방탄소년단, 미국 전역에서 시청하는 대표 공영방송에 출연하는 한류 아이돌들 등 한류는 엄청난 기세로 서양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당연히 가시적인 성과를 띄는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성장과 동시에 한국의 독특한 컬트 문화*(특정 대상에 열광하는 문화적인 현상)인 먹방, BJ 방송, 게임 문화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성장과 함께 전 세계 1020 세대들은 다소 기괴해 보이는 한국의 컬트 문화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따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일상생활에서는 이 많은 한류 팬들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찾기 힘들 때가 있다. 특히 컬트 문화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폭발적이지만, 해당 문화를 실제로 즐기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만나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이렇기 때문에 가끔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은 ‘한류가 정말 존재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오늘은 이렇게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한류 팬,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컬트 문화를 즐기는 K씨(닉네임)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라고 합니다. 실명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한류 팬임을 공공연하게 알리지 않는 30대입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며, 한류와 한류 컬트 문화에 대해서는 약 5년 전부터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으며 여전히 미국 문화와 미국인들 사이에서 주로 살아가는 뉴요커입니다.

 

한류 팬임을 알리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한류 팬임을 당당하게 알리지 않는 것은 한류가 부끄럽거나 그걸 좋아하는 제 모습이 창피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한류 콘텐츠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컬트 장르 ‘먹방’을 즐기는 것을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판단(Judge)’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 그것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직장이나 대중들 속에서 이러한 판단을 당하기 시작하면 진급, 평가, 대우를 받을 때 불평등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대중문화 속에서 미국인들이 긍정적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로 그려지는 것이 외국인들에겐 ‘정말 그런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미국 사회에서 중산층 이상의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겐 이러한 판단이 얼마나 불편한 시선인지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캘리포니아와 같이 서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달리, 뉴욕은 이민자들 사회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미국인들의 생각과 결집이 있다고 믿습니다. 부정하고 싶은 이들도 많겠지만요.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류뿐만 아니라 대중적이지 못한 취향과 취미를 가진 이들은 항상 스스로에 대한 설명과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한류 팬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서서 이야기하거나 팬임을 알린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나 한국 친구들과는 한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시나요?

일단 제가 통신원님과 몇몇의 지인들을 제외하면, 한국인 자체를 만나기 힘든 업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직종이나 직장 동료라도 있으면 이야기할 기회가 올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아니고, 뉴욕 초중고 모두 사립 학교를 나와 대부분 유대인이나 미국인들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의 아이들도 3, 4세가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기엔 미국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한류 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는 없습니다. 또한 뉴욕에서 아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민자들인 만큼, 미국 문화와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그래서 한류 문화를 실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의 커뮤니티가 대부분입니다.

 

컬트 한류 문화를 즐긴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우연찮게 ‘먹방’에 관한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성 위염, 식이장애를 앓고 있어 음식을 먹고 싶어도 섭취하기 힘든 시절이라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 유튜브에 검색하니 당시 한국 유튜버들의 영상이 떴습니다. 그땐 영어 자막도 거의 없었는데요, 누가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걸 누구한테 가서 말하기도 민망하고, 저를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시청하고는 했죠. 이후 뉴욕 한인 타운에 방문해 비슷한 음식이 보면 반갑기도 하고 조금씩 먹기 시작한 게 이젠 한식 팬으로 성장했네요. 매운 걸 전혀 못 먹는 입맛이었는데 이젠 양념치킨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외에도 김밥, 멸치 국수 등을 좋아해요. 한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런 음식들이 대중화된 것이 좋습니다. 여전히 대부분 미국인들은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을 선호해서 점심시간 혼자 한식을 먹으러 나오곤 합니다.

 

K씨처럼 ‘비밀스러운’ 한류 팬들이 존재할까요?

저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한류 팬이라고 굳이 ‘비밀’로 숨기는 건 아니지만 막상 말할 기회도 없고, 개인의 취향을 남에게 자칫 강요하는 것 같아 아예 그것에 대해 말을 안 하는 3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많다고 생각해요. 한국인들은 의외로 미국인들이 격식 없고 편안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언어나 문화 장벽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도 나이 많으신 분들에게 공경을 하고 예의가 없는 이들을 꺼려 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다양한 이유와 특히 미국 내에서 발생한 컬트 문화조차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힘든 사람이 많은 마당에 한국의 컬트 문화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또한 대중적인 한류 아이돌 팬들 역시 “왜?”라는 질문이 부담스러워서 혼자 좋아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이들끼리만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 집계되는 숫자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요? 저도 악플은커녕 긍정적인 피드백도 전혀 남기지 않는 한류 팬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컬트 한류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으로서, 앞으로 한류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도 이렇게 한류 팬으로서 인터뷰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한류는 대중적으로 원하는 문화 외에도 컬트, 마니아적 문화를 등한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이나 망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큰 것처럼, 한국도 충분히 발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뉴욕을 벗어나 가까운 코네티컷만 가도 한류의 수준 차이가 큽니다. 미국의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근교 지역도 신경 써서 발전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입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이미지
    -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