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우크라이나의 김치 사랑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3.05

‘김치’라는 명칭이 우크라이나에서 낯설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류의 인기 상승과 함께 김치 애호가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현지에서 다양한 김치를 맛볼 수 있는 장소는 없다. 현지의 한식당을 찾으면 한국인보다 우크라이나인이 더 많은데, 다양한 김치, 다양한 식문화를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던 중, 통신원은 키예프 소재의 ‘비전센터 한글학교’에서 김치 만들기 체험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석했다. 약 40명의 인원이 주말을 맞아 김치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마늘, 고추, 파 등,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강력한 냄새를 가진 채소들이 생소하지는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모두 친숙한 재료다. ‘살량카’라는 이름의 수프는 한국의 부대찌개와 유사한 맛을 내고, 들어가는 재료도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수프와 함께 마늘빵을 즐겨 먹고, 빵에 돼지비계를 함께 먹는 음식인 살라를 먹을 땐 마늘과 겨자를 필수로 곁들인다. 무엇보다 강렬한 매운맛을 좋아해 육개장, 김치 등의 한국음식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실제로 한식을 제공하는 행사에서 김치가 남는 경우는 없었다. 젊은 연령대가 주로 참석하는 모임, 행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편, 이번 체험교실에서 참가자들이 김치를 만드는 모습은 열성적이었다. 배추와 파를 다지며 열심히 자신들이 생각하는 김치를 만들어갔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곳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고려인 3세도 참가하여 김치를 직접 만들면서 한국의 식문화를 느끼는 실습시간은 모두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치마를 입고, 장갑을 끼고 본인들이 만든 양념을 배추에 버무리고, 시식하는 모습은 흡사 한국의 명절과도 같았다.

 

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현장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현장

<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현장>

 

이번 수업에 참석한 발레리아 씨는 “한국의 매운맛을 좋아하고, 김치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 체험교실에 신청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마늘을 많이 먹는다. 이는 김치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오늘 행사는 김치와 떡국을 함께 시식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여 전했다. 발레리아 학생의 학부모 스베틀라나 씨는 다음과 같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이야기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한복도 좋아하고요. 현재 시청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면 기꺼이 참석을 하고 싶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과거 소련 시절의 빅토르 최를 기억합니다. 한국에 가면 소문으로 들었던 산낙지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참가자들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참가자들<김치 만들기 체험교실 참가자들>

 

김치 만들기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학생 막심 씨도 의견을 전했다. 막심은 한국어 전공자이자 한국어대회에서도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다.

 

우크라이나에서 김치가 몸에 좋다는 것은 입소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라면도 인기가 많습니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삼겹살이 소개된다면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고기, 잡채도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비전센터 한글학교장도 우크라이나 내 김치에 대한 관심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한다.

 

김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즐기는 샐러드와도 비슷해서 매운 김치를 한번 먹어보면 계속 먹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사항이 있어 직접 김치를 만들고 집으로 가지고 가는 경험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이번 실습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집으로 가지고 간 김치는 숙성해서 직접 자신의 김치를 먹어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글학교 교사 조영연 씨도 우크라이나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수준이 높은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2006년 한글학교의 운영 초창기, 사실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을 알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한글학교에서는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추석 등의 국경일, 명절에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류도 좋지만 일시적인 인기에 편승하는 것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으로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면 나무가 자라듯, 학교 운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의 ‘정’ 문화를 이곳에 알리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소외된 계층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교류 행사도 개최하고자 합니다. 전통차, 붓글씨 등 우리가 소개할 수 있는 한국 문화는 무궁무진합니다. 비용 대비 한국을 알리는 효과도 뛰어나고요.

 

키예프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국라면<키예프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국라면>

 

우크라이나인이 담근 김치(오른쪽).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우크라이나인이 담근 김치(오른쪽).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형마트 내 수입 식품 코너에는 한국라면이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중국, 베트남, 태국산 라면과 함께 판매중이지만, 한국라면은 종종 발견할 수 없을 때도 많다.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라면은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순식간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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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임길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우크라이나/키예프 통신원]
    - 약력 : 현) 키예프대학원 박사과정(인문학) 수료, 전문통번역 및 지역전문가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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