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과 한국인 도슨트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3.10

각국의 박물관에 가면 그 나라의 역사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다. 특히 국립박물관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한 국가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 역시 고대부터 현대 말레이시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다뤄 낯설게 느껴졌던 말레이시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은 1963년 8월 31일 말레이시아의 세 번째 국왕 투안쿠 셰드 푸트라 국왕이 개관을 공식 발표하면서 문을 열었다. 1898년 영국과 슬랑고르 주에서 개관한 슬랑고르 박물관이 2차 세계대전 도중 파괴되자, 195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같은 자리에 국립박물관을 세웠다. 3층 규모의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말레이 왕국, 식민지 시기, 현대 말레이시아 역사까지 4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선사시대 유물이 전시된 A관에는 구석기 시대 유물부터 부장 벨리에서 발견된 힌두·불교 유물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 전시품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유물은 페락맨(Perak Man)이다. 페락맨은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골이자 가장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유골이다. 말레이시아 페락주의 동굴에서 발견돼 지역명칭을 따 페락맨(Perak Man)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 전시실에서는 말레이시아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의 유물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1964년 뜨렝가누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북은 베트남의 청동기문화를 이끈 동손 지역의 것으로,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청동북이 출품돼 당시 베트남 문화가 말레이반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 기록문화 이전의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의 전시물>

 

B관에서는 말레이반도와 동말레이시아인 보르네오 지역에 존재했던 왕국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전시는 믈라카 왕국에 대한 것으로 믈라카는 동서양을 잇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14세기 해상 무역의 거점으로 번성했다. 동양과 서양 문화가 공존한 믈라카는 당시 80여개의 언어가 사용될 정도로 다양한 지역의 무역상들이 모여든 것으로 알려졌다. 믈라카 왕국(1400-1511)은 수마트라의 파라메스와라 왕자가 건너오면서 생겨났으며, 무슬림 거상이 유입되고 믈라카 왕국의 메갓 이스칸다르 샤(1414-1434/2)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이슬람권의 무역거점으로 부상했다. 또한 믈라카는 1405년부터 명나라와 교류해왔으며, 이때 모여 든 중국 상인이 말레이 여성과 혼인하면서 중국과 말레이 혼합 문화인 페라나칸(Peranakan) 문화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믈라카 왕국은 세계 각지의 상인들이 모여 들면서 번성했지만, 포르투갈의 침략을 받으면서 식민지가 된다.

 


<말레이시아 전통검 '크리스'>

 

C관에는 이러한 식민지 역사가 보존되어 있다. 말레이시아는 포르투갈(1511-1641)의 지배를 시작으로 네덜란드(1641-1795, 1818-1825), 영국(1826-1941), 일본(1941-1945) 그리고 다시 영국(1945-1957)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이곳에는 영국의 말레이시아 지배가 시작되는 팡코르 협약을 맺는 모습부터 일본의 식민지가 됐던 당시 사진과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일본의 말레이시아 식민지배 관련 전시물>

 

마지막으로 D관에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말레이시아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말라야연방 체제를 유지했던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 31일 말레이시아 초대 수상인 툰쿠 압둘 라흐만(Tunku Abdul Rahman)이 ‘독립(Merdeka)'라고 7번 외치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독립 이후 주권 국가인 말라야연방이 수립됐지만, 당시 코타키나발루 등이 있는 사바와 사라왁은 말라야연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말라야 연방은 독립 6주년을 기념해 1963년 6월 1일 동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새로운 말라야 연방을 선포했다. 싱가포르는 1962년 9월 1일 말라야 연방에 합류했고, 사라왁은 1963년 7월 22일, 사바는 1963년 8월 31일 합류했다. 1963년 9월 16일 새로운 말레이시아 연방(Federation of Malaysia)이 결성되었고, 이후 싱가포르가 1965년 8월 9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하면서 오늘날의 말레이시아가 구성된 것이다.

 


<독립을 선언하는 초대 수상>

 

지난해부터 한국인 도슨트 도입

말레이시아 연방이 결성된 해인 1963년 문을 연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은 말레이시아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영어와 말레이어로만 소개돼 있어 외국인들이 전시물을 이해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국립박물관은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영어, 말레이어·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 관람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한국어 안내가 도입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로 가장 늦게 시작됐다.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 관광객 숫자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찾은 전체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2017년에는 7위, 2018년에는 8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도슨트가 도입되면서 국립박물관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이해도와 만족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어 안내는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모집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교민이 박물관 측과 협의해 추진하고 문화재에 애정을 가진 한국인들이 자원해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국립박물관은 영어, 말레이어·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해설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도슨트는 박물관 이론 수업과 멘토링, 외부 교육 등을 거친 뒤 전문 해설가로 투입된다. 그동안 한국어 안내가 지원되지 않아 불편을 겪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어 안내를 통해 말레이시아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어 안내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2월 셋째 주부터 잠정적으로 안내를 중단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빠른 시일 내에 한국어 안내가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사진 출처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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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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