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음식 직접 해먹고 싶어 한국 요리책 보는 미국인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3.11

대형 북스토어 체인인 반즈앤노블스에서 방문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책장을 뒤적거리고 있는 섹션으로 요리책 코너를 빼놓을 수 없다. 요리책을 둘러보고 있는 고객들에게 책을 구입할 것인지, 물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잠깐 요리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고 일종의 감정적 힐링까지 경험한다는 것이다. 반즈앤노블스에는 한 인간이 평생 동안 먹을 음식보다 많은 숫자의 요리책이 책장마다 빽빽하게 꽂혀 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예측이다. 아시안 음식으로는 중국 음식, 일본 음식, 태국 음식, 인도 음식 등이 한식보다 먼저 미국인들에게 소개됐다. 하지만 요즘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시아 음식은 다름 아닌 한식이다. 한국 음식점은 미 전역에서 빠른 속도로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다른 음식을 주로 선보이는 식당에서도 한식 메뉴 몇 가지씩을 제공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불고기, 김치, 비빔밥은 기본이고 갈비찜, 은대구조림 등 요식업계에 바람을 일으킨 한식 고유의 메뉴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즈앤노블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류의 요리책은 단연 이탈리안이었다. 그 외에도 질적으로는 별로 내세울 게 없지만 수적으로 볼 때엔 미국식 요리책도 만만치 않았다.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외에도 남부 스타일의 바비큐, 다이너(24시간 문을 여는 캐주얼 식당) 스타일의 음식, 다양한 유러피언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미국식으로 바꾼 음식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케이크 굽기 등 베이킹 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스테디셀러이다.

 

최근 2-3년간 한국 요리책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수가 늘었다. 반즈앤노블스 쿠킹북 섹션에서 만난 한식 요리책들을 소개해본다. 성공적인 한국 음식 유튜버인 망치는 유튜브의 인기와 함께 요리책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돼 있었다.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전 세계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정기적으로 그녀의 요리 동영상을 지켜보고 있고 그녀의 요리 웹사이트인 망치닷컴(maangchi.com)은 한국 음식과 요리에 관한 한, 정보 검색 1위 사이트이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요리와 시식, 레시피 쓰기, 유튜브 비디오 촬영과 편집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녀의 요리책은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부터 설날 추석 등의 명절 음식까지를 총망라한다. 그녀의 레시피를 직접 따라 요리해본 독자들 대부분은 독특하면서도 맛있다는 평가를 했다.

 

진 최(Jean Choi)의 『코리안 팔레오(Korean Paleo)』는 글루텐과 곡류로부터 자유로운 한국 음식 80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LA 인근인 롱비치(Long Beach)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영양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영양과 요리에 관한 그녀의 글이 《베터 홈즈앤가든즈(Better Homes and Gardens)》와 같은 영어판 여성 잡지에 실린 적도 있다. 팔레오 음식이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식사법을 표방한 음식인데 체중 유지에 신경을 쓰는 현대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다. 한식으로도 팔레오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요리책으로서 상당한 성취를 이뤄냈다는 느낌이다. 책장을 들춰보니 불고기, 뚝배기 계란찜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이 소개돼 있어 근육 키우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주디 주(Judy Joo)의 『한국 소울 푸드(Korean Soul Food: Authentic dishes and modern twists)』라는 요리책도 독특했다. 런던과 홍콩의 진주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주인인 주디 주는 요리 방송에서 <간단하게 해보는 한국 음식(Korean Food Made Simple)>의 진행도 맡고 있고 2016년, 동명의 요리책도 발간했었다. 주디 주 요리책의 특징이라면 한국 음식에 대해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과 다문화적 배경을 음식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레시피는 가정 주부들도, 레스토랑의 셰프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연근조림과 오이무침 등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밥상에 올리는 반찬들도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니 매우 창조적인 샐러드 또는 에피타이저로 보인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셰프답게 음식 사진들을 예쁘게 찍어놔서 요리책 보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았다.

 

정태경(Taekyung Chung), 드브라 새뮤얼(Debra Samuels), 히스 로빈스(Heath Robbins) 등 3인이 함께 쓴 『한식 식탁, 구이에서 비빔밥까지 100가지 쉽게 할 수 있는 요리(Korean Table: From Barbecue to Bibimbap 100 Easy-To-Prepare Recipes)』도 눈에 띄었다. 한인 저자인 정태경은 미국인 저자인 드브라 새뮤얼과 팀을 이뤄 요리사들이 어떻게 집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꼭 한국 마켓에 가서 한국식 재료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한국 요리를 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파전, 만두, 갈비찜 등의 메뉴를 담고 있고 그 외에도 건강식이면서도 강렬한 향이 있는 신선한 한식의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매일 매일의 끼니에서 반찬, 샐러드 드레싱, 소스 등을 이용해 한국적인 맛을 식탁에서 창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 미국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 등에 가보거나 한식당을 찾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음식 가운데 김치에 대한 관심이 엄청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김치만을 주제로 한 요리책도 출판돼 나온다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 같다. 샐러드와 에피타이저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 생채 등을 주제로 한 한식 요리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와인과 페어링(Paring)하는 한식 요리책도 괜찮을 것 같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플레이팅(Plating)을 하고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소개한다면 와인 러버들에게도 매혹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단품으로 먹을 수 있는 밥을 주제로 한 한식 요리책도 제안해본다. 비빔밥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덮밥과 국밥, 볶음밥 등을 한데 묶은 책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반즈앤노블스 서점의 요리책 섹션<반즈앤노블스 서점의 요리책 섹션>

 

일본식, 중국식, 태국식 등 다른 아시아국의 요리책들<일본식, 중국식, 태국식 등 다른 아시아국의 요리책들>

 

반즈앤노블스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 요리책들<반즈앤노블스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 요리책들>

 

유튜버 ‘망치’의 한국 요리책 커버<유튜버 ‘망치’의 한국 요리책 커버>

 

진 최의 한식 팔레오 요리책<진 최의 한식 팔레오 요리책>

 

팔레오 한식 책에 실린 불고기 만드는 법<팔레오 한식 책에 실린 불고기 만드는 법>

 

주디 주의 ‘코리안 소울푸드’<주디 주의 ‘코리안 소울푸드’>

 

주디 주의 요리책 본문. 오이무침과 연근조림이 소개돼 있다<주디 주의 요리책 본문. 오이무침과 연근조림이 소개돼 있다.>

 

정태경 외 2인이 함께 쓴 한식 요리책<정태경 외 2인이 함께 쓴 한식 요리책>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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